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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찢어진 가방

태양도 빛을 아낀다는 곳

바벨탑 같기도 하고 거대한 뿔 같은 것이 어떤 두려움도 없이 하늘을 치받고 있는

아주 오만한 도시에

도처에서 숫자의 신도들이 모여 들었어



식탐을 자랑하고 왕성하게 무엇이던 먹어 치웠지

빌딩들이 흘리는 그늘까지 먹었다고 해

숫자교의 전능한 지침이라는 설도 있어

먹어도 먹어도 허기가 지는 이상한 병을 앓는 이가 늘어났지

그럼에도

이미 갈망에 중독되었으므로

탐식을 멈출 수 없었다고 해



표정을 들키지 않는 일은 필수

검은 주술을 불러 척이라는 가면을 쓰지

아는 척 모르는 척 있는 척 없는 척 행복한 척

진실을 가장한 거짓과 거짓을 가장한 진실이 악수를 하고 사랑을 하기도 하지

얼굴이 실종되고 가면이 활보를 하는 거리

이방의 우리는 사람의 협곡이라 불러



욕망은

찢어진 가방 같아서

아무리 먹어도 아무리 담아도 채워지지 않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그 협곡에는 날지 못하는 살찐 비둘기와

찢어진 가방을 든 이리떼들이 포효하고 있다 하네


변정숙 / 시인·베이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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