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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DVD가게 "한국 드라마가 할리우드 영화보다 잘 팔려"

채병건 특파원 빗장 푼 아바나를 가다

100편쯤 봤다는 민박집 할머니
"순애보에 끌려 … 이민호가 이상형"
'내조의 여왕' 방영 땐 거리가 조용
한류 클럽엔 한국 스타 사진 도배
회원증에 한글 이름 새기기도


12일 오후 아바나의 서민 주택가인 디에스데 옥투브레에서 만난 어머니 윌마와 딸 파트리시아(17). 윌마 가족과 파트리시아의 친구들이 TV에 시선을 고정한 채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이들이 보는 드라마는 '시티 헌터'. 윌마는 "한국 드라마가 좋은가"라는 질문에 한국어로 "아주 많이 (본다). 너무 재미 있어요. 정말 좋아요"라고 답했다. 윌마는 한국 드라마를 알게된 뒤 2년 전부터 딸과 함께 아바나에서 한국 교민들이 운영하는 한글학교를 다니고 있다. 딸 파트리시아는 걸그룹 소녀시대의 동영상을 틀어놓고는 동작을 따라해 보였다. 파트리시아의 이웃 친구인 다비드(16)는 가장 좋아하는 한국 가수를 묻자 쓰고 있던 모자를 가리켰다. 모자엔 'GDRAGON'이 새겨져 있었다.

쿠바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은 20여 명에 불과하다. 그런 쿠바에서 한류 열풍이 자생적으로 시작됐다. DVD 등을 통해 한국 드라마.가요가 들어온 뒤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끌다가 2012년 초 국영방송에서 '내조의 여왕'을 방영하면서 열풍으로 이어졌다. 한 교민은 "그때 아바나가 들썩들썩했다"며 "평일에 네 차례 방송했는데 다들 이를 본다며 집으로 들어가고 방영 후에는 한류에 대한 과도한 관심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의 기고가 쿠바 언론에 연이어 등장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쿠바는 북한과는 혁명 동지다. 1960년대 이후 양국은 고위급이 잇따라 상호 방문하며 우의를 다져 왔다. 86년엔 양국이 친선협조조약을 체결하며 북한이 쿠바에 AK소총 10만 정을 무상지원했다. 당시 쿠바에 탄약 공장을 건설하기 위한 자금으로 북한은 400만 달러를 함께 제공했다. 쿠바는 냉전 시대 반제국주의 비동맹으로 북한과 뭉쳤고 이후에도 우호 관계는 계속되고 있다. 지금도 아바나의 북한 대사관엔 50여 명의 북한 외교관이 상주한다. 한국은 미수교국이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만 나와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은 그간 쿠바에선 관심 없는 나라였다. 쿠바는 그런 한국을 한류를 통해서 접하기 시작했다. 11일 만난 시내 민박집의 주인 할머니 오아키나는 "'겨울연가' '신사의 품격' 등 한국 드라마를 100편 이상 봤다"며 "내 이상형은 이민호"라고 말했다. 할머니는 "한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이 '피가 끓는 젊은이라면 쿠바로 가야 한다'고 말하며 '쿠바 비행기편을 끊었다'고 알리는 장면이 나온 적도 있다"고 소개했다. 한류 드라마가 쿠바인을 파고드는 이유는 그동안 쿠바인들이 접했던 중남미 드라마와는 전혀 다른 아시아적 순애보가 먹혔기 때문이다. 윌마는 "브라질 드라마는 성적으로 너무 개방적인데 한국 드라마는 남자 주인공들의 지순한 사랑이 아름답다"고 말했다. 오아키나는 "가족을 중시하고 노인을 존경하는 문화도 좋다"고 말했다.

12일 들른 아바나 시내의 DVD점. 출입구 맨 앞 진열대에는 할리우드 영화들을 제치고 '아가씨를 부탁해' '직장의 신' '러브홀릭' '로맨스가 필요해' 같은 한국 드라마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가게 주인인 요이슬라는 "할리우드 영화보다 한국 드라마가 더 많이 팔린다"고 말했다.

아바나엔 자생적인 한류 클럽도 만들어졌다. 한류 스타의 팬들이 지난 4월 '한국 문화 우정의 클럽'을 결성했고 쿠바 주재 미국 대사관이 들어서는 건물 바로 옆에 자체 사무실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 11일 찾아간 사무실엔 한쪽 벽면이 한국 가수들과 배우들의 사진으로 도배돼 있었다. 클럽의 부대표인 마르가리는 "온오프라인 회원이 1000명에 달한다"며 "월 1회 모여 한류 스타의 생일을 축하하고 그달의 스타를 자체적으로 선정한다"고 말했다. 사무실에서 만난 20대 여성 라우라는 한글 이름 '성효림'이 적힌 회원증을 보여줬다. 이곳에서도 한류는 한국을 쿠바에 알리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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