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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세상 문물 담은 '빠케테' 꼬레아노 확산의 '마술 상자'

광복 70년-빗장 풀린 쿠바를 가다 <5> 한류는 소포를 타고

최신 영상물 담아서 가정 배달
한국 프로와 연예인 인기 최고
불법 인터넷망 에스넷도 생겨


"이번 주에 나온 빠케테 봤어?"

요즘 쿠바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흔히 오가는 대화다.

'빠케테(Paquete)'는 영어로 패키지(Package) 우리말로는 소포다. 최근 쿠바에선 이 단어에 새로운 뜻이 추가됐다. 'TV 드라마.영화.오락물 등 각종 영상물이 담긴 휴대용 컴퓨터 저장장치'라는 뜻으로 통용된다. 개인 가정 내 인터넷 설치가 불법인 쿠바에서 빠케테는 최신 영상물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지하 통신네트워크 운영자들이 영상물을 내려받아 작은 플래시 드라이브나 외장 하드 드라이브에 담아서 일반 가정집에 배달해준다. 컴퓨터가 없어도 DVD 플레이어만 있으면 USB 포트에 꽂아서 볼 수 있다.

기자가 머문 민박집 주인 후안 카를로스(28)가 보여준 빠케테에는 1주일 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어제 방송된 미국 드라마 몇 시간 전 끝난 스포츠 경기는 물론 스마트폰용 앱과 비디오 게임까지 수백 개의 프로그램이 담겨있다.

1주일치 분량은 영화 5000편을 담을 수 있는 10TB(테라바이트)로 가격은 불과 2달러다.

후안은 "쿠바 사람 10명 중 8명은 빠케테를 받아본다"면서 "지난 5월 파퀴아오와 메이웨더간 복싱경기도 빠케테로 봤다"고 말했다.

빠케테의 확산은 지하 네트워크 덕분에 가능했다. 후안이 소개해준 지하 네트워크 운영자 라파엘 모레노(22)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여 명의 쿠바 젊은이들이 합심해 통신 네트워크를 깔기 시작했다.

그는 "스트리트넷(길거리 인터넷) 혹은 줄여서 '에스넷(Snet)'이라고 하는데 15년 만에 에스넷을 통해 쿠바 전역 9000대의 컴퓨터가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다"고 실상을 전했다.

정부가 불법 인터넷망인 Snet의 존재를 알면서도 단속하지 않는 이유는 Snet 운영자들이 2가지 규칙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를 공격하는 정치성 프로그램이나 포르노물을 올리면 인터넷망에서 즉시 퇴출된다"는 설명이다. 건전한 운영 윤리 때문에 대다수 국민들도 Snet 운영자들을 지지한다.

빠케테의 확산은 또 다른 문화 열풍을 낳았다. 바로 한류다.

쿠바의 한류 열풍은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그 일등공신이 빠케테라는 것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민박집에서 만난 빠케테 판매상 아이야우(24)는 "손님들이 빠케테에 넣어 달라는 1순위 프로그램이 한국 드라마와 한국 영화"라고 그 인기를 전했다.

아바나 항구의 창고형 벼룩시장에서 만난 쿠바여성 아리아나(24)는 이민호.김수현.김우빈 등등 한국 남자배우를 비롯해 방탄소년단.EXID 등 아이돌 가수 이름을 줄줄이 꿰고 있었다.

아리아나는 "우리집 빠케테의 절반 이상은 한국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빠케테에 담긴 한국 프로그램으로 한국어를 배웠다."이민호 사랑해요"라는 짧은 문장은 물론 "킹왕짱"이라는 은어까지 알고 있었다.

이날 밤 무역센터 앞에서 만난 프리랜서 기자 레이날도 에스코바는 "청소년과 20대 여성들 사이에서 '꼬레아노(Coreano)'의 인기는 하나의 사회 현상"이라면서 "인터넷이 없는 쿠바에서 빠케테는 '한국이 담긴 마술상자'인 셈"이라고 표현했다.

쿠바=정구현 기자

koohyu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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