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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지금]'내집 마련' 나섰던 K기자 리얼 스토리

모두 알다시피 ‘부동산이 미쳤던’ 지난가을, 하필이면 내 집 마련에 나섰던 K기자. ‘꿈만 같은 내 집 마련 구입기’는 물론 아니고, 부동산 대란을 처절하게 겪은 후 얻은 교훈 몇 가지.

아파트 선정부터 구입까지 한 달을 끌다

집 구입을 마음먹은 건 지난 9월. ‘버블 세븐’ 논란 이후 부동산 시장은 잠잠한 듯했지만, 주변 고수들은 이미 조금씩 움직임을 시작한 시점이었다.
“시세를 주시하다가 5백만원 오르면 일단 준비하고 1천만원 오르면 바로 사세요.” 고수에게 들은 충고대로 부동산에 가보니 역시나 “매수세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는 이야기. 가장 먼저 알아본 곳은 31평 5억8천만원인 강동구 명일동 W아파트. 환경 좋고 학군 좋고 학원가 많고 고덕주공 등 재건축 예정 아파트가 밀집해 있어 동반 상승 여지가 많은 곳이라 판단했다.
단점은 강동구라는 외곽 지역의 핸디캡. 앞으로의 호재는 확실하다 판단했지만 마지막 실행의 순간, “이왕이면 송파나 강남으로 가지 그래?” 하는 주변인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흔들렸다.




이후 20평대 후반~30평대 초반의 6억원 미만 아파트를 찾기 위한 강남 투어가 시작됐다.
학원가가 잘 형성된 송파구 방이동의 K아파트부터 강남구에서 비교적 저평가되어 있다는 강남구청 근처 S아파트, 인터넷 시세보다 무려 1억원 높은 호가에 놀라 돌아선 도곡동 W아파트, 서초구 잠원동의 1동짜리 복도식 H아파트, 서초구 서초동 비탈진 경사로에 앉은 1동짜리 H아파트, 서초구 양재동의 10년 된 W아파트까지…(이 와중에 한 지인이 과천을 적극 추천했지만 “전혀 모르는 동넨데” 하면서 가볍게 무시해버렸다.
^^;). 역시 6억원대의 강남 아파트들이란 핸디캡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으나 ‘그래도 강남’이라는 미련은 끈질겼다.
퇴근 이후 강행한 강남 투어는 ‘강남도 강남 나름, 앞으론 오를 만한 곳만 오를 거다’라는 나름의 결론을 남기고 근 한 달이라는 시간만 낭비한 채 막을 내렸다.


다시 명일동으로 돌아오니 10월 초. 마음이 더 바빠졌다.
부동산을 순례하는 동안 시장 분위기가 매주 확확 달라지는 걸 피부로 느꼈기 때문. 추석 연휴 직전인 10월 3일, 계약금을 미리 싸들고 부동산을 찾았다.
앞서 점찍었던 W아파트의 시세는 정확히 1천만원 오른 상태. 본전 생각난 남편이 극구 1천만원 싼 H아파트를 사자고 졸랐고 마침 매물이 있었다.
세입자가 성묘를 간 탓에 집 안에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집주인과 아파트 동 앞에서 만나 층수와 방향만 확인하고 5억8천만원에 계약을 했다.
맙소사, 일생일대의 가장 큰 쇼핑을 이렇게 저질러버리다니!

한 달 만에 1억원 급등, 그러나…

추석 이후 시세표를 들춰본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구입 후 보름 만에 6억2천만원. 강남을 앞지른 상승 폭, 고덕주공2단지 급등의 여파였다.
이때부터 뉴스엔 매일 부동산 관련 기사가 장식을 하기 시작했고 가격은 계속 상승세였다.
올라도 너무 오르니 오히려 웬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했다.
아니나 다를까, 중도금 지급을 바로 앞둔 11월 초 집주인에게 연락이 왔다.
계약금인 5천8백만원의 2배를 물고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통보! 너무 화가 났지만 위약금까지 감수하겠다는데 어쩌겠는가. 위약금을 합한 6억3천만원 선에서 다른 아파트를 사겠다고 찾아간 부동산에서 나는 입이 딱 벌어졌다.
5백여 세대 아파트 중 매물은 6억7천만원짜리 단 하나. 그것도 주인이 외국에 나가게 되서 급히 내놓은 ‘급매물’이라는 설명이었다.
H아파트보다 불과 1천만원 비쌌던 W아파트는 H아파트보다 시세가 5천만원 더 올라 있었다.
그때 부동산에 H아파트 매물이 하나 들어왔다.
2층인데 7억2천만원에 팔겠다는 것. 기가 막혔다.


결국 “3천만원을 더 주면 계약을 이행하겠다”는 집주인의 최후 통보에 나는 ‘감사할 따름’인 심정이 되어버렸다.
‘1억원 이상 올랐는데 그깟 3천만원이 대수랴’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장 대출을 받아 사야 하는 입장에서 얼마가 오른들 무슨 소용일까. 게다가 매매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에서 호가만 치솟는 상황이니 이 호가는 머잖아 사그라질 것이고 정말 5천만원이 올랐는지 1억원이 올랐는지는 시간이 더 지나봐야 명백해질 문제였다.

은행에 대출 상담을 하러 가니 더 점입가경이다.
계약은 5억8천만원이지만, 그동안 6억원 초과가 되어버려 대출에 무수한 제약이 따랐던 것(시세의 40% 이상 받을 수 없고, 중도 상환 수수료도 면제되지 않으며, 거치 기간도 최장 1년이 고작). 하지만 내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부동산 대출을 죈다는 11·15 대책이 발표되기 하루 전, 허겁지겁 대출 신청을 하고 나니 ‘울며 겨자 먹기식’ 내 집 마련의 3개월이 허탈하게 밀려왔다.
그래도 집을 샀다는 사실 하나로 안도해야 하는 상황일까, 과연?



쓴 경험 뒤에 얻은 교훈


판단 후 실행은 속전속결로 “난 미래 가치에 대한 확신이 서면 돈을 더 얻어 주고라도 사. 평소엔 1천원 한 장도 발발 떨지만, 집 계약할 때만은 1천만원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과감해지지.” 부동산 투자로 잔뼈가 굵은 한 고수가 들려준 충고. 지금은 무슨 뜻인지 명확히 와 닿는다.
평소 주시해둔 물건이 있다면 흥정하느라 시간 질질 끌다가 매수 타이밍을 놓치지 말 것.

부동산을 내 편으로 만들어라 매수자와 매도자의 가운데에 서야 하는 부동산이지만 어느 한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질 수 있다.
의외의 상황이 벌어졌을 때 부동산의 마음이 어느 쪽으로 기우는가가 계약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나의 경우 계약 이후로도 부동산과의 관계 유지에 신경 썼더라면, 부동산에서 시장 상황을 미리 귀띔해주고 계약 파기 통보를 막을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대출 상환 계획은 미리, 꼼꼼하게 챙길 것 “그래서, 대출 상환은 어떻게 할 건데?” 내가 대출을 끼고 집을 사겠다며 여기저기 알아볼 때 한 고수가 물은 말. 당시엔 계약도 안 했는데 벌써 저런 질문을 하나 싶었지만, 실행 전에 상환 계획부터 꼼꼼하게 세우는 것이 고수들의 공통점. 계약 이후 알아보니 취득세 등의 세금이 2천만원에 달해 예상했던 대출 계획이 완전히 어긋나버렸다.
세금, 이사 비용, 개조 비용까지 계산해 넉넉히 주택 구입 자금 계획을 세울 것.


레몬트리 조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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