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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이승만 광장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 밑에서 오후 5시 정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의 저서 '과유불급 대한민국'을 구입하고 저자의 친필사인을 받으려 긴 줄을 선 후 5백여 페이지의 두툼한 책자에 본인의 서명을 받고 나니 널따란 세종대로엔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귀청이 멍할 정도의 군중들의 함성과 대형화면에 연사들의 고성이 스피커를 통하여 열기를 더한다.

각자 아스팔트 바닥에 깔개를 깔고 질서 있게 줄지어 앉은 채 성조기와 태극기를 흔드는 군중들의 함성은 지칠 줄 모른다. 한국 정치와 아무 연관도 없는 외국인의 입장에서 떠나온 조국의 정치 현실을 객관적 시각으로 확인 하고파 지하철을 몇 번 갈아타고 광화문 역에 내렸다. 출구를 빠져 나와 광화문 네거리에 나오니 유튜브에서 본 낯익은 광경이 펼쳐진다. 시위에 참가한 인파를 가까이서 지켜보았다. 다소 들뜬 마음으로 열심히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는 필자에게 어느 누가 태극기와 성조기를 쥐어 준다. 광장 시위대의 한 사람이 되었으니 나도 해외동포로서 '애국시민'이 된 기분이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함께 몰려 자리 잡고 어떤 이들은 화단대에 한가히 걸터앉아 그들끼리 담소하다가 가까이 설치된 대형화면에 따라 환호하고 박수치고 열광한다.

주말마다 열리는 광화문 광장은 어느덧 이승만 광장으로 명명되기도 한다. 북에는 김일성 광장이 있는데 자유대한민국의 심장인 광화문 네거리가 국부 격인 우남 이승만 광장으로 불리는 것도 괜찮은 발상이다. 한국 정치의 풍향계는 역시 택시 기사들의 논평이 정곡을 찌른다. 모 정치인이 택시 기사의 가시 돋친 논평을 전했다가 구설수에 오른 내용은 집권당의 모 인사가 자기 생전에는 정권이 바뀌지 않을 것이란 한마디에, 그렇다면 그는 2년 후면 죽을 것이란 택시 기사님의 말을 인용하였다가 곤욕을 치렀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한국의 유튜브 방송은 언론의 해방구이다. 재갈 물린 한국의 신문, 방송에 나지 못 한 문재인 정권의 실정과 실책과 정론의 기사를 속 시원하게 풀어 주어 숨통을 트이게 한다. 이번 한국 방문 시에 어느 택시기사의 푸념은 단순하면서도 설득력이 있게 들렸다. "청년 실업 수당으로 일자리 없는 젊은이들에게 국가에서 월 80만원씩 통장에 넣어 주면 부모 집에서 밥 먹고 빈둥대는 젊은이들은 1년간 천 만원이 모아지면 친구들과 해외 배낭여행을 다녀온다는 한국 청년 실업자들의 한 단면이라며 이게 나라냐?"며 애꿎은 승객에게 분노를 폭발한다. 그래서 젊은 층이 문재인 정권을 열심히 지지한단다.



어둠이 짙어 지는 광장의 함성을 뒤로 한 채 광화문을 떠나는데 문득 정수라가 부른 '아 대한민국'의 노랫말 가사가 뭉클 목 울대를 타고 올라온다.

'하늘엔 조각구름 떠있고 강물엔 유람선이 떠있고/ 저마다 누려야 할 행복이 언제나 자유로운 곳/ 뚜렷한 사계절이 있기에 볼수록 정이 드는 산과들/ 우리의 마음속에 이상이 끝없이 펼쳐지는 곳/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뜻하는 것은 무엇이건 될 수가 있어/ 이렇게 우린 은혜로운 이 땅을 위해 이렇게 우린 이 강산을 노래 부르네/ 아아 우리 대한민국 아아 우리조국 아아 영원토록 사랑하리라/ 우리 대한민국 아아 우리조국 아아 영원토록 사랑리라.


윤봉춘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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