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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성장통

분명 성장통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아플 수는 없는 것이다. 이 나이에 성장통이라니! 일요일에 애들이 다녀갔다. 아들은 정말 오랜만에 보았다. 평소에 과체중으로 그동안 본인도 엄마인 나도 힘들게 싸워왔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 거의 보아주기 힘든 수준이었다. 말을 꺼내려 하니 딱 저지한다. 난 벙어리 냉가슴 앓듯 속으로만 꺼억 꺼억 울었다.

슬프다, 우울하다. 도와주고 싶은데 전혀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시름시름 내가 앓는다. 이런 암담한 심정, 이런 절망감, 이런 무력감, 과연 나는 이 성장통을 이겨낼까. 아무리 힘든 문제라도 내 문제라면 결국 최선 아니면 차선이라도 선택할 것이다. 문제는 본인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스스로 결심을 하지 않는 이상 해결책이 없는 것이다. 나이에 상관없이 평소에 건강하게 몸 관리 잘하던 사람도 운이 없으면 사정없이 공격을 받는다. 과체중은 만병의 근원이다.

사춘기의 성장통은 신체적으로 성장하고 정신적으로 성숙되는 단계이다. 이번에 J. D. Salinger의 '호밀 밭의 파수꾼'을 읽었다. 10대의 성장통을 그린 소설이다. 주인공 홀든은 17세로 세 번째로 전학 온 고등학교에서도 성적불량으로 퇴학을 당한다. 집에 돌아오기까지 며칠간 겪는 일들이 독백으로 진행되는 작품이다. 그는 저항하는 10대의 문제 아이다. 학교는 공부만 시키는 공장이며 출세를 위해 거쳐야만 하는 지겨운 단계일 뿐이다. 교사나 교장까지도 가식적이고 타락한 세계를 피할 수 없다고 믿는다.

홀든의 아버지는 뉴욕에서 잘 나가는 변호사다. 원래 변호사란 약자 편에서 그들의 이익을 위해 변호를 해야 하지만 성공을 위해서는 골프도 치고 식사와 멋진 파티에도 참석해야 하는 성인들의 세계에 반항한다. 그는 뉴욕의 집에 돌아가기 전에 우울증을 달래보려고 뉴욕의 뒷골목을 배회하며 술과 담배, 여자들과 어울린다. 하지만 그의 우울증은 더욱 깊어만 갈 뿐이다.



유일하게 마음이 통하는 10살의 여동생 피비를 만나러 부모가 파티에 간 틈을 타 몰래 집에 들어간다. 영리한 피비는 오빠가 퇴학당한 것을 눈치 채고 "아빠가 오빠를 죽일 거야"를 연발하며 걱정이 태산이다. 다그치는 피비에게 그는 학교도 싫고, 그 학교에 담긴 모두를 바보, 멍텅구리 집단이라고 발악을 하자 "오빠가 싫어하는 것은 백만 가지도 넘을 거야, 그럼 뭘 좋아하는 지 한 가지만 말해봐" 재촉한다. "난 말하자면 호밀 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어. 넓은 호밀 밭에 수천 명의 어린이들이 놀고 있어. 그 주위에 어른이라고는 나 밖에 없어. 그 옆은 절벽이야.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재빨리 붙잡아 주는 거야."

여기서 호밀 밭은 순수한 어린이들의 세계를 상징하고 절벽은 어른들의 타락한 세계를 상징한다고 말할 수 있다. 성인이 되어가는 십대 소년이 기성체계의 가치관에 좌절과 환멸을 느끼고 어린이의 순수한 세계를 지키고자 하는 방황과 아픔을 이야기 한다. 원래 이 책은 성인 독자를 위해 쓰여 졌지만 출판 후로 십대 청소년들의 큰 공감을 샀다. 한 때는 10대들에게 악영향을 끼칠까 금지되기도 했었지만 10대들이 겪어나가는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자는 견지에서 세계 문학전집의 대열에 오르게 되었다. 성장통을 심하게 앓을수록 우리 인간의 내면이 깊어진다면 얼마든지 감수 할 수 있으련만!


정명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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