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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목발과 함께한 통금의 날들

9주에 걸쳐 불편한 목발 탈출이 가능했다. 순한 아이처럼 착하게 누워만 있는 동안 욕창도 찾아왔다. 욕창이 영어로 ‘bedsore’라는 것도 이번에 배웠다. 그 심한 통증을 겪으며 배운 단어이니 잊을 리 없게 됐다.

운전면허 시력 미달이라 4월 생일(면허증 만기일)되기 전에 백내장 수술이 불가피했다. 왼쪽 눈은 3월 17일, 그 주말 코로나 사태가 커졌다. 오른쪽 눈 수술은 4월 14일 바로 내 생일 날이었다. 그동안 코로나는 창궐했고 CNN 방송 경청하느라 바빴다. 다시 6월 4일, 마스크 착용, 6피트 거리두기, 집콕 등은 계속됐다. 그뿐인가. 코로나에 더해 경찰 폭력에 의한 흑인 사망, 통행 금지령, 상가 약탈 등 세상의 아우성도 들려왔다.

다급한 이웃을 보고 들으면서도 저들의 아픔보다 나의 저린 다리와 늦은 시력 회복이 더 걱정이었다. 내 손톱 밑 통증이 나에게는 더 절실했고 급한 것이었다. 글쟁이가 글을 읽을 수가 없다. 처방약 작은 글씨는 확대경이 도와준다. 카톡도 이메일도 볼 수가 없다. 이게 나의 현주소이다.

이번 달 25일이 생일인 친구의 부음을 오늘 들었다. 신장암 투병 중이었다. 손아래 친구 사라 엄마랑 자주 문병을 갔다. 남편이 기원에 가는 오전이면 그 친구를 방문, 기도도 하고 음식도 나누며 이것저것 도와왔다. 떡을 좋아하는 친구를 위해 장도 봐주고 LA행복떡집의 떡을 사다 날랐다. 친구는 행복해했다.



그날은 집안을 치우다 김치냉장고 위 타월에 감긴 친구 남편의 무거운 웨이트 하나가 굴러 떨어져 내 왼 발등을 부러뜨렸다. TM병원 응급실, 그게 9주 전 목발 사고였다.

사라 엄마는 현장 증인이라 놀라워했다. 자기 집에서 일어난 이 사고를 친구도 친구 남편도 아직 모른다.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못 가본 그동안 친구는 신장암이 악화되어 오늘 떠났다. 가슴이 서늘했다. 마음의 눈물샘은 ‘측은하다’ 와 '안됐구나’를 쏟아냈다.

6월이다. 안과를 다녀왔다. 망막 황반 변성 현상이라 시력회복이 늦다고 했다. 그간 운동 부족이었다. 누워만 있으니 입맛도 의욕도 멀리 나들이 갔다. 유연하지 못한 몸의 노화현상 아닌가, 목발 9주면 충분했고 외려 감사할 일 아닌가. 그게 9개월이 아니었고 9년이 아니어서 말이다. 71세 생일을 앞두고 성경반 리더였던 그 친구는 떠나갔다. 모두 예측하지 못했다. 난 아직 살아있어 고장난 몸 구석구석 부품을 점검, 수리할 수 있어 여간 고맙지가 않구나!


김영교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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