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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홍기의 시카고 에세이]진돗개 호순이(상)

사진 속 한참 열 받아 약 올라 있는 견공은 시카고의 유명한 인사의 하나인 진돗개 “호순이” 입니다. 호순이 할아버지, 할머니는 그래 봐도 족보가 있는 순종인데, 한국의 어느 외항선 선장이 진도에서 멋진 어린 한쌍을 가지고 와 LA에 사는 친구에게 선물을 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하루는 이 강아지 두마리가 뒷마당에서 놀다가 다람쥐가 나무 위로 올라 간 것을 보고 몇일을 번갈아 가며 밑에서 지키고 서 있었더니 다람쥐가 굶어 떨어져 죽었더랍니다.

이 전설 같은 소문이 제가 사는 시카고까지 들려와 어느 날 LA 간 김에 그들이 낳은 새끼 한마리를 적당한 가격을 치루고 분양 받아 갖고 왔는데, 저는 시카고 도착한 그날 공항에 무슨 큰 행사가 일어난 줄 알았습니다. 출발한 LA에서는 주사 맞은 증명서 등 서류만 대강 훑어보고 동물칸에 그냥 집어 넣었는데, 이곳 시카고에서는 구세군 같은 멋있는 정장에 커다란 금테 모자를 쓴 뚱뚱한 검은 아저씨가 좌우에 똑 같은 두 사람을 대동하고 강아지가 들어 있는 묵직한 상자를 흰 장갑 낀 손으로 저에게 전달하며, 많은 사람들 앞에서 뭐라 그러며 악수를 청하는데 저는 마치 무슨 엄숙한 의식을 공항 한가운데서 치르는 줄 알고 한동안 착각 속에 얼이 빠졌습니다.

그 후 숫놈이라서 “진돌이”라고 이름을 부친 이 강아지를 시카고에서는 보는 사람마다 모두 탐을 내 곤란지경에 빠졌는데 어느 날 친척이며 개에 미쳐있는 호프집 아저씨에게 어쩔 수 없이 반 강제적으로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조건은 언젠가 첫 새끼를 낳으면 몇마리 건 상관 없이 모든 양육권은 제가 갖기로 하고요.

그런데 일년이 지났나 했더니 얼마 후 암컷 두 마리를 낳았습니다. 한 마리는 이름을 호비(虎飛), 또 한 마리는 호순(虎順)이, 이렇게 호자 돌림으로 호랑이 같이 씩씩하고 용맹하라는 뜻으로 작명을 하고 기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언니인 호비라는 년이 어떻게 성깔이 고약한지 태어난 지 얼마 안됐는데도 동네 개는 물론 지 애비인 “진돌이”까지 사정없이 물어 뜯어 애비가 이마와 눈가에 조폭 이상의 큰 흉터를 영원히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괘씸해 궁여지책으로 아는 사람이 마침 근처에 큰 농장을 하고 있어 그리로 아주 자유스럽게 싸우지 말고 잘살라고 보냈습니다.



사실은 LA의 명품 자식인 진돌이도 성깔은 보통은 아닌데 그래도 호비보다는 절도가 있는 편이었습니다. 진돌이는 호프 아저씨 집에서 알라스카산 허스키와 같이 지냈는데 허스키가 덩치는 진돌이보다 훨씬 컸지만 맨날 물어 뜯겨 좀 불쌍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허스키가 어떻게 담장을 넘어 갔는지 영 안보여 주인이 크게 상심하였습니다. 그러던 며칠 후 진돌이마저 보이지 않자 이 진돗개 마니아 호프집 아저씨는 급기야 열이 받쳐 온 동네에 전단지를 뿌리며 오백불이란 상금을 걸었습니다. <다음 주 계속>


한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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