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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이민자의 후예들

세계 역사는 유민의 기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민의 역사는 항상 역경과 애환이 함께했다. 국가간 경계가 모호해진 현대사회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한 것이 유민의 이주다.

‘디아스포라(Diaspora)’로 불리는 유민은 현대에 와서 이민자(Immigrant)로 치환됐다. 디아스포라는 바빌론 유폐 이후 모국을 떠나 사는 유대인을 이르는 말이었다. 이제는 ‘자국을 떠나 언어, 문화, 풍습이 다른 지역에 사는 이주자’로 의미가 확장됐다.

유민 역사 연구가 로버트 코헨 박사는 이주의 원인을 여러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 노동력의 이동, 전쟁에 의한 강제 이동, 모국 멸망에 따른 타국 유입, 경제적인 목적 등 다양하다.

이전 유민은 초기 디아스포라처럼 어쩔 수 없이 떠나는 ‘비자발적인’ 성격이 강했다. 침략자나 점령군에 의한 강제적인 이주도 많았다. 고난의 역사다. 반면 근현대 시대 이주는 선택적인 성향이 크다. 유럽 열강의 속국이었던 나라의 국민이 유럽으로 이주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미국도 흑인 노예를 제외하고는 스스로 원해 찾아온 이민자들로 국가의 지평을 넓혔다.



미주 한인 역사는 한국인이 1903년 1월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의 계약 노동자로 오면서 시작됐다. 물론 이전에도 한인들의 미국 이주는 있었다.

하와이 이민자와 함께 이민의 다른 축을 이룬 것은 일제강점기 미국에서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이주한 한인들이다. 이들은 미국을 해외 독립운동의 전초기지로 만드는 역할을 했다. 1910년 국민회가 대동보국회와 합치면서 한인사회 대표기관인 대한인국민회가 조직됐다. 그 후 10여년간 대한인국민회는 도산 안창호를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독립운동의 구심점이 됐다.

도산이 건립한 흥사단도 미주에서 독립운동에 참여하면서 젊은 인재 양성에 힘썼다. 1913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창단돼 2년 후에는 LA에 단소를 개설했다. 현재 철거 위기에 놓인 주택은 1930년대부터 사용했던 유서 깊은 건물이다. 민족정신을 고취시키고 독립운동을 위한 재정 후원을 했던 장소다.

윌로우스 비행학교도 미주의 대표적인 독립운동 사적지다. 1920년 7월 5일 창설돼 올해로 100주년이다. 70여명의 조종사들이 독립전쟁을 위해 비행 훈련을 받았고 실제로 작전에 참가하기도 했다. 현재 북가주 작은 도시 윌로우스에는 비행학교 부지와 교사, 기숙사 건물 2동이 남아있다. 대한민국 공군의 효시로 인정 받고 있지만 사적지 보존에 대한 관심은 높지 않다.

남가주 지역에 산재했던 선조들의 이민 역사 현장도 대부분 방치돼 이제는 남은 것이 거의 없다.

디아스포라의 역사는 이민자의 기록이다. 모국을 떠난 유민의 역사는 변방의 이야기일 수 있지만 이민 후예에게는 반드시 남겨할 귀중한 유산이다. 이민 역사 기록 못지않게 사적지를 보존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무관심 속에 버려지고 훼손돼 잊히게 해서는 안 된다.

한인 이민사는 한국사 본령에 자리매김되지 못하고 있다. 이민 역사는 한인들이 남겨야 한다. 후세들에게 역사를 가르치고 전하는 책임도 있다. 2, 3세의 정체성도 역사에 기반하지 않고는 의미가 없다.

작가이면서 역사학자인 데이비드 맥컬러프는 “역사를 잊은 민족은 기억상실증 환자보다 나을 것이 없다”며 “역사는 우리가 누구이고 어떻게 지금의 우리가 됐는지를 알려준다”고 강조한다.

희미해져 가는 이민 선조의 역사를 양지에 세우는 일은 우리의 과제다. 떨어져 날리는 잎에도 뿌리의 기억은 있다.


김완신 논설실장 kim.wanshi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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