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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팬데믹 100년 전쟁의 교훈

100년 전 인류는 두 개의 대전쟁을 동시에 치렀다. 하나는 1차 세계대전(1914~18년), 다른 하나는 스페인 독감(1918~20년)과의 전쟁이다. 1918년 둘은 맞물린 톱니바퀴였다. 미국 내 병영, 대서양의 증기 군함, 반독일제국 전선의 참호에 독감이 창궐했다. 독감은 들불이었다. 국경과 민족, 민간인이 따로 없었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내셔널 아카이브 자료를 보자. 독감은 1918년 봄·가을·겨울 세 차례) 미 대륙을 휩쓸었다. 1차 발병지는 캔자스시티이고, 2차에 가장 많은 희생자를 냈다. 3차는 이듬해 봄까지 지속했다. 미국인 25%가 독감에 걸렸고 67만여명이 숨졌다.

세계 전체 사망자는 1918년에만 5000만명이었다. 1차 대전 희생자 1600만명의 세배였다. 한반도도 예외가 아니었다. 약 14만명이 숨졌다. 이른바 무오년독감이다.

하지만 전쟁과 혁명의 광기는 팬데믹을 뒷전으로 밀었다. “독일의 평화 프로파간다보다 스페인 독감이 덜 위험하다”는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보도는 함축적이다. 스페인 독감 이름 자체도 그런 분위기의 산물이다. 스페인은 독감의 발원지가 아니다. 참전국이 전시 검열로 독감 보도를 통제할 때 대서특필한 곳은 중립국 스페인이었다. 여기에 알폰소13세 국왕이 감염되면서 스페인은 오명을 뒤집어썼다.



미국 내 주요 도시의 1918년 스페인 독감 대응은 제각각이었다. 그것이 명운을 갈랐다. 동부 필라델피아의 대중 캠페인은 불에 기름을 부었다. 군 기지에서 독감이 번지는 와중에 9월 전쟁 공채 모집 퍼레이드를 강행했다. 참가 시민은 무려 20만명이었고, 그 주에 2600명이 숨졌다. 1918~19년 시의 인구 10만명당 사망자(768명)는 미국에서 가장 많았다.

중부의 세인트루이스. 군대서 발병하자 학교·극장·당구장을 폐쇄했다. 대중집회도 금지했다. 사망률은 최악일 때 필라델피아의 8분의 1이었다.

서부 샌프란시스코는 마스크의 도시였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례를 만들었다. 어기면 벌금 또는 구류였다. 경찰은 담배를 피우려다 마스크를 벗은 사람까지 체포했다. 사망률이 억제됐다. 11월 말 시 당국은 해금령을 내렸다. 공공 집회도 허용했다.

그러나 시는 3차 스페인 독감 때 직격탄을 맞았다. 1918~19년 사망률이 50개 도시 중 최상위권이었다.

하지만 스페인 독감은 잊힌 전쟁이었다. 역사는 국가 간 전쟁사였다. 그를 되살린 것은 오늘날의 팬데믹이다.

미국은 2005년 ‘팬데믹 인플루엔자 국가전략’을 제정했다. 1977년 이래 보건복지부가 미적대던 사안을 조지 W 부시의 백악관 국토안보위원회(HSC)가 밀어붙였다. HSC는 2006년 실행계획도 냈다.

국가전략은 준비태세와 소통, 감시와 탐지, 대응과 봉쇄의 지침서다. 연방 정부와 주 정부는 물론 민간영역·개인이 해야 할 원칙도 담았다. 실행 계획은 300개를 넘는다. 보건복지·국토안보·국무·국방·운송·농업·재무·노동부의 역할과 책임을 명시했다. 미국의 팬데믹 전략은 국가안보, 국토안보 반열로 올라섰다. 코로나19는 이 전략의 중대 시험대다.

영국은 2011년 ‘인플루엔자 팬데믹 대응태세 전략’을 마련했다. 가디언은 이번에 코로나 대책 문답식 보도를 하면서 이 문서 내용을 그대로 옮겼다. 지침서는 국민의 인식과 행동의 편차를 줄인다.

일본은 2012년 신종 플루 대책 문서에 1918년 필라델피아와 세인트루이스 사망률 편차를 담았다. 세인트루이스 방식은 지난달 아베 총리의 초중고 임시 휴교 요청의 근거였다. 일본은 이번에 정부 대책 회의록 작성과 자료 보존을 의무화했다.

기록물은 반성과 학습의 거울이다. 기억과 경험을 공유하고, 실패에서 배우는 자세가 새 체제의 출발점이다. CDC의 스페인 독감 100주년 캐치프레이즈는 '우리는 기억하고(remember), 대비한다(prepare)'였다.


오영환 / 한국중앙일보 지역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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