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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폭행당해 쓰러졌다 '왜?'

팩트 체커(Fact Checker)
인종갈등 '한인 첫 희생' 인터넷에서 급속히 전파
가해 여성 전과 10차례…경찰 "노숙자 단순 폭행"

대낮 LA한인타운 길거리에서 백인 여성 노숙자가 느닷없이 한인 할머니(83)를 폭행했다. 사건을 목격한 한인 여성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인종차별 범죄'라고 했고, 언론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이 부추긴 증오범죄일 가능성을 언급했다. 과연 사실일까. 사건의 팩트(사실)를 확인했다.

LA경찰국(LAPD)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2시30분쯤 웨스턴과 베벌리 인근 길거리에서 백인 여성이 한인 할머니의 머리를 때리고 달아났다. 폭행당한 할머니는 이마가 1인치 정도 찢어져 피를 흘리며 넘어졌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인 남성이 도주하는 백인 여성을 6블록을 뒤쫓아 추격하면서 경찰에 신고했고, 곧 출동한 경관에 의해 이 여성은 체포됐다. LAPD에 따르면 체포된 여성은 알렉시스 두발(26.본명)로 밝혀졌다.

사건 자체는 중범죄가 아니지만 범행 목격자인 한인 여성 이모씨가 페이스북을 통해 "폭행 당시 백인 여성이 '화이트 파워(white power)!'라고 외쳤다"고 전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씨는 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차별 범죄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라는 단어를 한 차례도 쓰지 않았지만, '그(he)' '이 남자(this man)' 등으로 트럼프를 지칭했다. 이씨는 "국민을 향한 그(트럼프)의 고함 소리 때문에 일부 사람들이 분노와 증오, 편견을 잘못된 방법으로 발산해도 되는 권한을 부여받은 듯 착각하고 있다"면서 "그가 권력을 얻고부터 한인 할머니 사건과 같은 사례가 확산하고 있다"고 했다.

이 글은 현재 삭제됐지만 2일 오후 3시까지 1만여 명이 공유하는 등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번졌다. 글을 본 일부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는 내용 때문에 '가짜 뉴스(fake news)'라고 폄하하기도 했다.

본지는 LAPD에 사실 관계를 확인했다. 경찰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영향에 따른 인종차별 범죄로 볼 수 없다"고 단정했다. 근거는 체포된 두발의 과거 전과다. LA카운티구치소 수감기록을 조회한 결과 두발은 지난 2014년 10월부터 지난 1일까지 2년여 간 각종 혐의로 총 10차례 체포됐다. LAPD 관계자는 "두발의 체포 혐의는 마약과 폭행이 대부분"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전부터 타운 길거리에서 아무나 폭행해온 노숙자"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이 한인을 노린 인종혐오 범죄가 아니라, 마약에 취한 노숙자의 묻지마 폭행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경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기가 난감한 상황이다.

인종차별 범죄로 규정하면 자칫 정치적인 문제로 비화돼 시위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노숙자 폭행으로 공식 발표할 경우, 최근 폭증하고 있는 노숙자들 때문에 시민들이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음을 시인하는 꼴이 된다.

한인들로서는 어느 쪽이든 걱정되는 상황이다. 25년 전 LA폭동의 최대 피해자였던 한인들에게 인종차별로 인한 갈등은 악몽과 같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에 따른 불안감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또 노숙자의 범죄라면 누구나 이유없이 노숙자에게 폭행당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시니어 및 아동, 여성들의 안전이 우려된다.


정구현 기자 chung.koohyu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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