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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내년엔 모두 '대박' 나세요

그랬다. 데자뷔(Deja vu). 매년 이맘때면 있었던 듯한 느낌. 늘 같은 반성과 똑같은 새해 다짐들. 단어도 몇 가지로 국한된다. 운동, 금연(혹은 금주), 다이어트, 독서와 영어공부. 보고들은 게 있어 '포장술'이 생기면서 수첩에 적는 수사들은 늘어났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함'이라거나 '꿈을 실현하기 위한 경쟁력 강화' 등의 민망함이 더해졌다.

최근 한국의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들을 상대로 '2018년 새해계획'을 설문조사한 결과도 다르지 않다. 다이어트, 운동, 자기계발이 차례로 1~3위에 올랐다. 외국어 공부, 책 읽기가 뒤를 잇지만 자기계발의 항목에서 떼어낸 선택일 뿐이다. 결국, 건강과 실력 향상이라는 두 단에 많은 사람은 쳇바퀴 돌 듯 몇 년을 아니, 몇 십 년이고 갇혀 살고 있다.

잡코리아 설문 중 방향을 틀어 흥미를 갖게 한 내용도 있다. '새해에 가장 갖고 싶은 것?'. 어떤 게 있을까. '빵빵한 통장잔고'가 가장 많았다. 2, 3위에는 '이직 합격통보'와 '인상된 연봉계약서'가 꼽혔다.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우리는 언젠가부터 새해인사로 '대박'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 '올 한해 고생했고, 내년엔 꼭 '대박나라~'라는 말이 최고의 덕담으로 자리 잡았다. 경제적 의미가 크지만, 하는 모든 일이 잘 되길 바란다는 뜻을 담았으니 부담없이 쓸 수 있기도 하다.



미국경제가 대공황을 지난 지난 10년 간 꾸준히 좋아졌다고 하지만 서민들 주머니는 늘 매한가지다. 그런 어려움은 이민자 커뮤니티가 더 심한 것 같다. 한인경제도 업종별 차이는 있지만 여전히 열악하다.

한인경제의 젖줄 구실을 한 자바 의류시장은 호전되기 보다 고전의 연속이다. 연말 송년모임이 한창이지만 의류 3단체 중 한 곳은 송년회 자리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김 기자, 우리 단체는 솔직히 돈이 없어서 남들처럼 송년회를 못해"라며 말끝을 흐리는 단체장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한인타운의 식당이나 소매점들도 일부 '잘 나가는 곳'을 빼고는 대부분 어렵다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연말이면 제법 들어 오던 달력 선물도 많이 줄었다. 스마트폰이 일반화하면서 달력에 대한 필요성이 많이 줄어든 이유도 있지만, 최소 경비라도 아끼려는 결정이었다고 말하는 사업주들도 있다.

그래도 크리스마스가 있고, 연말이라는 시간이 있는 게 좋다. 안 좋은 기억이나 해결할 수 없는 일을 이 때만큼은 묻어두고 떠날 수 있으니 말이다. 적당한 포기와 새로운 굴기를 할 수 있어 더 좋은 게 아닌가. 해마다 되풀이해 식상함은 있어도 가는 해에 미처 다 하지 못한 일은 반성이라는 단어로 희석하고 오는 해에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고, 계획하고, 기원해야겠다. 비슷한 신년계획이 지난해보다 한층 현란한 수사와 엮여 발광을 하더라도 새해를 맞는 기분은 늘 그렇듯 가슴이 뛴다.

몇 차례 송년회 자리에 참석하면서 '내년에는 좋아지겠지'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내년에는 10년 활황의 미국경제에 브레이크가 걸릴 수 있다는 말도 나오지만 출발선으로 향하는 마음만큼은 긍정적임 이다.

개인적으로는 책도 더 많이 읽고 운동을 해서 건강을 지켜야 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한 해 매상이 좋지 못한 사업체 오너들이라면 뭔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한 노력으로 신년을 맞을 것이다. 내년 이 맘 때 다시 '데자뷔'라며 한탄을 할지언정 말이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덕담 한마디쯤은 해야겠다. 한인 비즈니스 오너들은 내년에 더욱 번창하시고, 중앙일보 독자들도 내년에는 모두 '대박 나세요~'.


김문호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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