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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제이미슨 그룹'의 사회적 책임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는 말이 있다. 돈을 벌기 위해 천한 일도 마다하지 않지만 쓸 때는 떳떳하고 보람 있게 쓴다는 말을 비유한 속담이다.

남가주 한인사회를 둘러보면 백만장자는 물론이고 천만장자, 더 나아가 억만장자라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로 부를 이룬 사람이 적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이 이들의 부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그 부자를 부러워하거나 존경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 사람 앞에서 갖은 아양을 떠는 사람도 뒤에서는 침 튀기며 험담하는 꼴을 여러 번 목격했다.

돈을 벌어 자신과 가족만 위해서 썼지 이웃을 위해서는 땡전 한 푼 내놓지 않는 부자도 많다. 물론 돈을 번 이유가 내가 잘 모르는 사람을 위해서 쓸려고 버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대부분 나와 내 가족을 위해서다. 그러나 어느 정도 생활이 안정되고, 사업 규모가 커지면 돈에 대한 생각 역시 달라져야 한다. 시각도 넓어져야 한다. 지금까지 개같이 벌었다면 이제는 쓰는 것뿐만 아니라 버는 방식도 정승처럼 품위를 갖춰야 한다. 그리고 지역사회에 어떻게 이로움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동네 구멍가게와 편의점, 수퍼마켓 체인점, 대기업은 규모도 다르지만 그에 따른 책임도 다르다. 몸집에 비례하는 책임과 역할이 있어야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있다. 과거에 기업은 이윤을 극대화할 목적으로 존재하는 조직이었다. 하지만 세상이 변했다. 기업이 커질수록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회적 위치도 커진다. 따라서 커진 위치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지는 것이 합당하다는 것이 전문가와 사회 구성원의 일치된 견해로 자리잡고 있다. 경제적 가치를 넘어서, 보다 넓은 범위에서 인간 가치의 실현에 공헌하는 것이 기업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무조건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공정하고 정의로운 방식으로 이윤을 추구하고 거둬들인 이윤을 다시 그 부를 만들어준 사회에 환원하며 함께 공생공존하자는 것이다.



사회적 책임에 대해 통일된 정의는 없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경제, 법, 윤리, 자선 등 4단계 범주로 구분해 설명한다. 이윤 극대화와 고용창출을 위한 제1단계의 경제적 책임, 회계의 투명성과 성실한 세금 납부, 소비자의 권익보호 등 법적인 책임을 강조한 제2단계, 환경과 윤리경영, 제품안전, 여성과 소수인종에 대한 공정한 대우 등을 묶은 윤리적 책임 단계인 제3단계, 마지막으로 사회공헌 활동 혹은 자선과 교육, 문화, 체육 활동 등에 대한 기업의 지원을 뜻하는 자선적 책임이 제4단계다. 지역사회를 위한 사회적 책임 활동은 기부활동이 가장 활발하고 고용.구매 현지화, 장학.교육지원, 재난구호, 문화교류지원, 자원봉사, 빈곤지역 지원 등 다양한 모습으로 펼쳐진다.

LA에는 부동산 재벌로 불리고 한인타운 윌셔가의 렌트비와 집값을 좌지우지할 정도의 위치와 영향력을 갖춘 제이미슨 서비스(회장 데이비드 이) 부동산 그룹이 있다. 남가주에만 총 30억 달러가 넘는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한인타운 윌셔가 고층건물의 거의 절반 정도를 소유할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 그런데 투자자의 이윤만 추구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당한 소유는 인간을 자유롭게 하지만 지나친 소유는 소유 자체가 주인이 되어 소유자를 노예로 만든다"는 니체의 말을 곱씹으며 제이미슨은 거울을 쳐다보자. 거기에 보이는 것은 노예인가, 괴물인가, 키다리 아저씨인가? 제이미슨은 미주 한인사회의 중심인 코리아타운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소명감을 가지고 탈바꿈할 때다.


김병일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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