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엄마들이 뿔 났다 이유는…아빠들 때문?

가정상담소 엄마 분노조절 세미나
아내ㆍ엄마ㆍ며느리 삼중 스트레스

화는 참지 말고 건강하게 표출해야
성장과정서 억압된 응어리도 원인
감정 학습에 따라 분노 표현 달라져
아이보다 남편 이해 못 할 때 더 화나


지난주 한인타운에 위치한 한인가정상담소에 15명 남짓의 가정주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안현미 패밀리 카운슬러(심리상담 전문가)가 명절을 보내는 엄마들을 위해 마련한 '화 다스리는 법' 세미나를 주최했기 때문이다. 2시간에 걸쳐 진행된 세미나를 통해 안 심리상담가는 "명절 및 연말 시즌에는 아무래도 평소보다 친지 방문 등으로 엄마들이 해야 할 일들이 많아지면서 그에 따른 스트레스 또한 높아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세미나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날 내용을 일문일답 식으로 요약했다.

-엄마들은 어떤 때 가장 화가 날까.

"엄마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처음엔 자녀 때문에 이러저러해서 화가 났다고 말한다. 그러나 좀 더 얘기가 진행되면서 아이보다 자신의 힘든 상황을 이해해 주지 못하는 남편에게 더 화가 나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인간은 왜 화를 낼까.

"그 이유를 설명하기 전에 먼저 분노라는 감정에 대한 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분노 즉 화가 나는 것은 인간으로서 마땅히 느껴지는 감정의 하나이다. 만일 이 감정을 못 느낀다면 오히려 문제로 봐야 한다. 화라는 감정은 참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내야 하는 것'임을 또한 말씀드리고 싶다. 엄마들은 남편이나 아이들에게 화를 낸 것에 대해 '참지 못하고 화를 내버렸어요'라며 자신을 탓하는 걸 많이 들었다. 죄책감마저 갖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 화는 참기보다는 건강하게 내야 하는 감정이라는 걸 먼저 이해해야 다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분노의 원인은 뭔가.

"자신이 바라는 요구나 욕구가 채워지지 않은 것이 가장 일반적인 원인이다(외부적 요인). 내부 원인으로는 잠재적인 것으로 성장과정에서 해결되지 않고 남아있는(많은 경우 본인이 모르는) 감정의 응어리가 외부적인 요인과 맞부딪쳤을 때 화가 나게 된다."

-엄마들의 요구나 욕구가 채워지지 않을 때라면 아이들 때문일 것 같다.

"앞서 언급했듯이 일상에서 빈번히 부딪치는 분노는 아이들인 것이 맞다. 하지만 아이들 때문에 화를 내면서 마음 한 편에는 '지금 내가 이처럼 힘든데 남편이 함께 도와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남편에 대한 도움 내지는 이해심을 원하는 요구 내지는 욕구가 함께 일어난다. 이것이 채워지지 않았다면 더욱 화가 나면서 마음에 불만으로 쌓이게 된다. 엄마들은(여성들은) 몸이 힘들 때 남편이 '당신 힘든 줄 알아 고마워'라는 말 한마디로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 아빠가 이 한마디를 건네지 못한다는 데에 엄마들의 분노가 있는 걸 흔히 보게 된다."

-왜 그럴까.

"1세는 물론 1.5세나 2세 아빠라 해도 한국적인 정서가 바탕이 되기 때문에 아내에게 감정 표현을 잘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여성과 달리 남성들 자체가 자신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들을 상대방에게 알리는데 익숙하지 않다. 그러나 여성들에게는 작은 표현 하나가 매우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요구가 채워지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건강한 대화란 어떤 것인가.

"서로에게 도움되는 '윈-윈' 대화법이다. 그러나 이에 앞서서 건강하지 못한 대화부터 알아보자. 비둘기 형인데 여기에 속하는 사람들은 긴장상태가 조성되면 무조건 피하고 보자는 마음이 강하다. '화내는 건 싫어. 내가 다 참자'며 문제를 외면해 버린다. 그래서 대화가 안 된다. 매형은 '이게 다 당신 때문이야. 난 잘못한 것 없어'하며 공격으로 일관하기 때문에 역시 대화가 불가능한 형이다. 그러나 이처럼 세게 보이는 사람들은 반대로 약한 자신을 드러내 보이고 싶지 않은 '정말 약한 사람'일 때가 많다. 부엉이 형은 상대방이 감정이 격해지면 '이성적으로 얘기해 보자'며 오히려 차분해지는데 이런 형도 사실은 자신의 감정상태를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해결을 피하기 위해서 자신이 좀 더 자신있는 이성적인 쪽으로 대화를 끌어가려고 하는데 이런 형 역시 속으로는 약한 사람이다. 타조형은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완전히 '나 몰라라' 식으로 모른 척 해버린다. 마치 나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 처럼 '완전 회피'를 해버리기 때문에 대화 불가능한 형이다."

-그럼 건강한 대화법은 어떤 것인가.

"대화는 내가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말을 듣는 것이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듣기 위해서 대화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의 전환부터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거쳐야 하는 대화 단계가 있는데 자신이 어느 단계에 머물고 있는지를 먼저 알아야 하고 또 상대방의 단계도 알아서 내가 아닌 상대방의 대화 단계에 맞춘 대화법으로 문제해결을 해나가야 한다. 다섯 단계가 있다. 레벨 1은 복도 대화로 '밥 먹었어? 밥 먹자' '오늘 별일 없었고?' 식으로 안부 정도를 교환한다. 레벨 2는 일명 '기자들의 대화'라고도 하는데 사실(fact)만을 말한다. '다른 말 필요 없고 그래서 아이가 몇 점 받아 왔는데?' 식으로 결론만 알면 된다. 레벨 3은 지적인 대화로 '나는 이런 생각인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로 상대방의 생각을 듣고 싶어한다. 레벨 4는 감정적 대화로 '그래서 그때 당신 기분은 어땠는데?'하며 생각뿐 아니라 서로 감정까지 나눌 수 있는 대화이다. 마지막 완성 단계인 레벨 5는 사랑과 진실성 있는 대화로 '우리 서로 마음을 열고 솔직해 보자'며 자신을 드러내 보이는 대화이다. 그러나 이 단계까지 와 있는 부부들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어떤 경우는 레벨 1에서 계속 머물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 채 분노만 쌓이며 살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각 단계는 하나씩 다 거치면서 올라가는 것이지 뛰어 넘어갈 수는 없다. 그만큼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서로 노력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서로 단계가 다를 때는 어디에 맞추나.

"자신보다 낮은 레벨에 맞춰야 윈-윈의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만일 남편이 레벨 1이고 부인이 레벨 2 라면 남편과 이야기할 때는 레벨 1에 맞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서 말하다가 화가 난다. 상대방 기준에 맞춰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 상대가 대화하는데 편하게 느끼게 해줌으로써 마음을 열어 대화의 레벨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대화란 내가 아닌 상대방을 받아들이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엄마들이 이 기본적인 규칙을 이해하면 그만큼 명절 때 남편이나 자녀 그리고 친지와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내지는 화를 좀 더 잘 조절할 수 있을 것이다. 즐거운 연말이 되시길 바란다."


김인순 기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