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라운지] 영국박물관의 일본 만화
입을 앙다문 채 돌아보는 소녀, 지금 런던 도심에는 이 아시아 소녀가 인쇄된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다.영국박물관(British Museum)에서 열리는 '망가(漫畵)'전을 알리는 현수막이다. 일본 밖에서 열리는 만화 전시 중 역대 최대 규모로, 제목은 덧붙일 것도 없이 일본식 표현 그대로 'Manga'라고 했다.요괴부터 소년 간의 사랑까지 못 그리는 얘기가 없는 일본 만화라지만, 박물관이 전시의 대표 이미지로 내세운 캐릭터는 우주소년 아톰도, '원피스'의 루피도 아닌 노다 사토무의 만화 '골든 카무이'의 여주인공 아시리파(사진)이다. '금빛 신(神)'이라는 의미의 제목 속 '카무이'는 아이누어다. 아이누는 일본 홋카이도와 러시아 사할린 등지에 사는 소수 민족이다. 만화에는 이들의 의식주 문화가 다양하게 녹아 있다. 차별과 수탈 속 말살 위기에 처한 소수 민족 캐릭터가 일본 서브컬처를 대표하는 해외 전시의 '마스코트'가 된 것은 아이러니다.
한국 만화는 1909년 '대한민보' 창간호 1면에 이도영이 그린 시사만화를 시작으로 올해로 110년을 맞았다. 우리 만화를 전시한다면 어떨까? 세상사를 근심하는 고바우 영감부터 어릴 적 그 골목길에서 고개를 빠꼼 내밀 듯한 꺼벙이, 독고탁과 까치, 고길동씨 댁 둘리, '어린이들의 대통령' 뽀로로, 천만 영화가 된 웹툰 '신과 함께'까지, 추억 속 주인공들의 안부도 궁금하다.
권근영 / JTBC 스포츠문화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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