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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또다시 '이재민'이 되다

'오랜만'에 또다시 이재민이 됐다. 4년만이다. 2015년 포터랜치 알리소캐년 개스 누출사고로 6개월간 집을 떠나 생활했다. 그때 '다시 이재민이 되다'라는 칼럼을 썼다. 중복을 피해 이번에는 '또다시 이재민이 되다'로 제목을 정했다.

이재민 경험은 1994년 지진에서 시작한다. 규모 6.7의 노스리지 강진이 대지를 흔들었을 때 바로 옆 동네인 그라나다힐스에 살았다. 집이 부서지고 가구가 깨져 아이들을 데리고 '피난'을 갔다. 첫번째 대피였다.

이사 간 포터랜치에는 산불이 기다리고 있었다. 23년 넘게 살면서 평균 2~3년에 한번씩 집을 떠났다. 그러다 집 뒷산에 있는 알리소캐년 개스 저장소가 터졌다. 개스 유출로 두통과 어지럼증, 메스꺼움을 참다가 밤늦게 대피하면서 긴 바깥 생활을 시작했다.

이번에 다시 산불이다. 개스 저장소 안전을 위해 산의 큰나무를 모두 제거해 한동안 대형 산불은 없었다. 2008년 세스넌 산불 이후 화재는 처음이다. 이번 새들리지 산불은 주택가 근처까지 태웠다. 주택가만 빼고 산과 계곡 등 주변은 거의 모두 검게 탔다. 불탄 곳과 아닌 곳의 경계가 선으로 그은 듯 분명하다.



지난주 11일 새벽 경찰의 강제명령으로 집을 떠났다. 집 주변의 나무와 덤불이 거칠게 타오르고, 밤 하늘로 연기와 불꽃이 치솟는 장면은 공포스러웠다. 입던 옷 그대로 간 인근 친척집에 불길은 거실 바로 앞까지 휘몰아쳤다. 호텔에서 1박 후 집으로 갔지만 길이 차단돼 들어갈 수 없었다. 미국에 살면서 재난의 종류는 3가지 경험했지만 피난 횟수는 열 손가락을 꼽는다.

올해 10월 17일 현재 캘리포니아에서는 5810건의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해 16만2693에이커가 불탔고 228채의 건물이 파손됐다. 새들리지 산불은 올해 발생한 산불 중 규모는 5번째지만 주택가 인근을 태워 가장 피해가 컸다. 올해 유일한 산불 희생자도 이번 산불로 발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생물기후학자 파크 윌리엄스 컬럼비아대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캘리포니아 산불 위험이 점점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윌리엄스 교수에 따르면 가주 산불은 여름과 가을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여름철은 건조하고 높은 기온, 가을철은 샌타애나 바람이 원인이다. 윌리엄스 교수는 이중에서도 가을철 샌타애나 강풍으로 인한 피해가 여름철보다 더 크다고 한다. 실제로 샌타애나 강풍으로 발생한 산불피해가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가주 산불의 직접적인 원인은 건조하고 높은 기온과 샌타애나 바람의 영향이지만 근본 원인은 기후온난화다. 윌리엄스 교수는 "150년 전과 비교해 가주의 평균온도가 화씨 3.5도 올랐고, 온도가 높아질수록 산불발생 위험률은 커진다"고 설명한다. 겨울에 내려 쌓인 눈이 기후온난화로 일찍 녹으면 건조기가 빨리 시작되고, 여름철 기온은 올라간다. 연평균 70~75일 정도인 화재 시즌 날수도 늘어나 발생 위험은 커진다. 여기에 산간과 교외 지역에 주택이 들어서고 인구밀도가 높아지는 것도 산불 증가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산불을 완벽하게 예방하는 방법은 없다. 붉게 타오르는 거대한 불길을 인간의 힘으로 신속하게 진압하기도 어렵다. 기후온난화로 산불은 계속 늘어날 것이고 가주민들에게 철 따라 찾아오는 산불은 숙명일 수밖에 없다.

다시, 또다시 이재민을 경험하지만 재난은 여전히 익숙지 않다. 두려움과 무력감을 거듭 확인할 뿐이다.


김완신 논설실장 kim.wanshi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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