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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공장을 가다…'로봇이 만든 전기차' 과욕으로 생산 차질

생산 완전 자동화에 얽매여 혼선
숙련공 적고 임원 이직도 잇따라
SEC, 머스크 사기 혐의로 제소
"CEO와 브랜드 분리하는 게 과제"
판매 10만 대로 브랜드 가치 14위
월가선 내년 흑자 전환 전망도


테슬라 생산공장이 있는 프리몬트는 실리콘밸리에서 북쪽으로 차로 30분쯤 달리면 나오는 곳이다. 생산기지 주차장에 들어선 순간 거대한 테슬라 로고가 사람을 압도했다. 회사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생산시설에 들어섰다.

공장은 개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척에 있는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 회사들 건물은 개성이 넘친다. 프리몬트 공장은 저비용으로 최대한 실내 공간을 확보하려는 듯 성냥갑을 수십 개 연결해 놓은 듯했다. 그럴 만했다. 공장은 1960년대 GM에 의해 세워졌다. 공장이름은 누미(New United Motor Manufacturing Incorporation)였다. 테슬라가 2010년 당시 주인인 일본 도요타-GM 합작법인한테서 5700만 달러에 인수해서 리모델링했다. 역사의 역설이다. 누미를 이어받은 테슬라는 현재 생산 효율화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공장은 84년 이후 7년 동안 미국 내 GM의 생산 시설 중에서 최고의 품질과 생산성을 자랑했다.

회사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사무동으로 들어섰다. 서방 언론이 테슬라의 생산 차질과 제품 하자를 잇따라 비판해 직원들이 위축돼 외부자를 경계할 법했다. 하지만 그들은 외부 시선이나 평가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차분하다. 테슬라 전기차에 대한 방문자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신기하다는 듯 여러 자동차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테슬라 로고 앞에서 앞다퉈 사진도 찍었다.



사람이 하면 될 일도 로봇으로 하려 해

테슬라는 2016년 3월부터 지난 7월까지 2년4개월 새에 50만 대의 모델3를 선주문받았다. 생산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했다. 그런데 올 6월까지 테슬라가 고객에게 인도한 모델3는 겨우 2만8395대였다. 21세기 자동차 생산회사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제품하자도 발생했다. 문짝의 내부 색깔이 서로 달랐다. 사달의 원인은 공장 자동화에 대한 의욕 때문이었다. 테슬라는 완전 자동화를 목표로 공장을 운영하려 했다. 심지어 사람이 하면 한결 쉬울 일마저 로봇으로 복잡하게 하려다 어려움에 부딪혔다.

맥스 번스타인 자동차 애널리스트는 최근 비즈니스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로봇들은 테슬라의 기대작 모델3를 빠르게 생산하지 못했다"며 "테슬라의 시도가 무모하고 위험했으며 복잡했다"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무모한 시도였음을 인정했다.

그는 최근 CBS와의 인터뷰에서 "복잡한 네트워크를 설치했지만 작동하지 않아서 모든 것을 제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테슬라 공장에선 올 들어서만 세 차례 생산 중단이 발생한 뒤였다.

애초 머스크는 모델3 출시와 함께 빠른 기간 내에 주당 5000대 생산을 달성한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의 청사진은 그저 청사진일 뿐이었다. 지난해 말 생산 시작 이후 생산차질이 빚어졌다. 그때마다 주가가 출렁거렸다. 머스크가 '모델3 생산이 계획대로 달성될 것 같다'는 트윗을 날릴 때 잠시 주가가 반등했다. 머스크가 약속을 지키지 못하자 투자자들은 소송을 제기했다.

주주들의 불만과 소송에 시달린 머스크는 증권거래소 공시가 아닌 SNS망을 통해 상장폐지 뜻을 밝혔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이 해프닝은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와 제소로 이어졌다. SEC는 지난달 27일 뉴욕 연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머스크가 거짓되고 오도하는 글을 SNS에 올렸다"며 "이는 적절한 방식(공시)으로 주주들에게 고지한 행위가 아니다"는 이유를 들었다. 머스크는 사기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CEO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이날 테슬라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10% 정도 추락했다.

테슬라는 6월 마지막 주 들어서야 주 5000대 생산이란 목표를 달성했다. 다급한 머스크가 올 6월 축구장 2개만 한 천막 공장까지 지어가며 생산을 늘린 결과였다. 회사 측은 문제의 천막공장까지 공개하진 않았다.

모델3는 완성도 면에서도 문제가 적지 않다. 디트로이트 빅3 자동차 업체에서 차량 인테리어 엔지니어로 근무하는 A는 "테슬라의 자동차는 정교한 핏과 마감이 다소 부족하다"며 "부품 업체로부터 같은 품질의 부품을 제공받아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최종 제품의 완성도가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기존 자동차 회사들은 새 모델을 출시할 때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수없이 시뮬레이션을 한다. 생산 라인이 한정적일 때 한 라인에서 여러 차종을 동시에 생산하는 혼류생산도 불사한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작업자가 생산에 능숙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동일한 플랫폼을 사용하는 라인에 신차를 투입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테슬라 공장의 기존 라인은 모델S나 모델X에 맞춰져 있다. 모델3를 생산하기 어려운 구조다. 여기에다 모델3에만 들어가는 배터리 셀의 생산이 지연됐다.

인사 문제도 적지 않다. 2017년 말부터 수석 경영진 이상의 직급에서 10명 가까운 임원들이 테슬라를 떠났다. 지난달 CNBC에 따르면 "테슬라에서 애플로 이직한 임직원만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 더그 필드를 포함해 최소 46명이다"고 보도했다. 다른 자동차 회사로 이직한 인원은 훨씬 많다. 이직의 이유는 여러 가지다. 회사가 계속 적자를 내다 보니 테슬라 직원들은 실리콘밸리 내에서도 그리 높지 않은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자 브랜드로 빅3 버티는 시장서 성공

테슬라는 문제만 가득한 회사일까. 미국엔 설립된 지 100년이 넘는 자동차 회사들이 즐비하다. 업계 문화도 보수적이다. 이런 세계에서 테슬라가 단 15년 만에 메이저급 시가총액을 자랑하게 됐다. 브랜드 가치 측면에서 테슬라는 89년 도요타가 론칭한 렉서스 이후로 가장 성공적인 자동차 상표다. 자동차 구매자들은 안전을 중요시하고 역사와 전통을 따진다. 후발주자들은 브랜드가 알려진 선발주자를 인수합병(M&A)해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한다. 반면 테슬라는 독자 브랜드로 디트로이트 빅3가 지키고 있는 미국에서 성공했다.

지난해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테슬라의 브랜드 가치는 40억 달러였다. 세계 98위였다. 자동차 브랜드 중에 14위를 차지했다. 1년에 고작 10만 대를 판매하는 자동차 브랜드 치곤 대단한 성과다. 자동차 업체 중 1위는 도요타로 브랜드 가치는 503억 달러다. 하지만 도요타는 지난해 1038만 대를 팔았다. 테슬라의 100배를 넘어선다. 미시간대 로스경영대 푸닛 만찬다 교수는 "테슬라가 전기차가 시기상조라는 분위기 속에도 적절한 타이밍에 업계 내 포지셔닝을 했다"며 "구글이나 우버 같은 기술기업들이 자동차 산업을 모빌리티 산업으로 재정의하는 노력을 기울일 때 유일한 제조업체로서 그 생태계에서 혜택을 누린 결과"라고 말했다.

월가의 자동차 애널리스트들은 내년엔 테슬라가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본다. 테슬라가 모델3 플랫폼에서 모델Y(SUV)를 만들기 시작하면 비용이 확 줄 전망이다. 전기차 생산 경험이 쌓이고 있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UBS증권 애널리스트 페트릭 훔멜은 최근 보고서에서 "아우디 전기차와 테슬라 사이 격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이라며 "전기차의 파워트레인(엔진+변속기) 효율성 부문에서 테슬라가 크게 앞선다"라고 분석했다.

흑자전환은 생존 단계다. 테슬라가 한 단계 뛰어넘어 위대한 기업이 돼야 한다. 미시간대 로스경영대 마이클 젠슨 교수는 규모의 경제의 실현을 강조했다.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테슬라가 살아남기 위해 좀 더 전통적인 자동차 업체가 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브랜드 관리에 대해 만찬다 교수는 "생산차질과 제품 하자 등 부정적인 인식이 브랜드에 고착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CEO 머스크와 브랜드를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프리몬트-최중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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