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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과 '라멘' 몰랐던 대학에 비난 폭주

교내 식당 국가별 음식 투표
라멘을 '한국 라면'으로 표기

논란에 해명없이 '일본' 교체
메뉴의 '김치'는 남겨둬 논란
학생들 "뼈에 밴드붙인 꼴"

일본식 라멘을 한국 대표 메뉴로 버젓이 기재한 교내 식당이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캘폴리 대학교서 일본 라멘을 한국 대표 메뉴로 지정해 논란이 되고 있다. 문제의 음식 사진. [캘폴리 대학교 제공]

캘폴리 대학교서 일본 라멘을 한국 대표 메뉴로 지정해 논란이 되고 있다. 문제의 음식 사진. [캘폴리 대학교 제공]

중가주 캘폴리(California Polytechnic) 샌루이스오비스포 대학교는 최근 교내 식당 메뉴 투표에 분노한 학생들을 수습하기 위해 진땀을 빼고 있다.

빨간 국물에 얼큰한 맛이 특징인 한국 라면과 달리 두툼한 돼지 고기와 반숙 계란이 토핑으로 올라가 흡사 일본 라멘과 같은 면요리에 '한국 라면'이라고 명시했기 때문. 심지어 면종류 및 토핑 등을 학생이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일반 라멘집 방식과 매우 유사하다.

이에 한인 학생을 포함한 캘폴리 학생들은 "아시안 문화에 대한 이해도 부족"을 지적하며 학교 측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해 10월 17일 캘폴리 대학교는 교내 식당 메뉴 선정을 위해 각국의 대표 메뉴를 선발해 학생들에게 투표에 부쳤다.

메뉴에는 타이, 이탈리아, 그리스, 베트남 등 각국의 요리가 후보에 올랐다. 후보에서 선발된 메뉴는 겨울 학기 '학생 선택(Student Choice)' 메뉴로 선보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투표에서 '한국 라면'이 1위로 뽑히면서 해당 음식에 대한 학생들의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투표 결과를 본 세스 샌타 마리아 재학생은 지난 5일 학교 측 페이스북을 통해 "처음에는 라멘처럼 보이는 면 요리가 한국 대표 음식으로 올라와 그저 재밌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뭔가 잘못됐다고 인지했다"라며 "해당 음식이 어떤 경로를 통해서 한국 음식으로 인증됐는 지 알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사실이 알려지자 한인 학생들 사이서도 논란은 일파만파 퍼져갔다.

재학생 마이클 이는 "라멘이 어떻게 한국 대표 음식이 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한국식 라면은 일본 라멘과 엄연히 다르다. 심지어 이 음식은 재료를 골라 먹는 혼합(mixed up) 음식이다. 한국 라면이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각국의 대표 음식을 선정할때는 문화적 배경을 더 신중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응급처방을 내놓았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왔다.

논란이 커지자 진화에 나선 학교 측이 해당 음식 본국에 대해 '한국'에서 순식간에 '일본'으로 탈바꿈해 올린 것. 사이드 메뉴인 김치와 재료에 적힌 한국식 닭육수 등이 시정되지 않은 채 진행된 것이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한 학생은 "이번 학교 측의 조치는 다친 뼈에 밴드를 붙이는 꼴이다. 학교 측은 이번 사건을 어설프게 무마하려 하고 있다"며 "이번 일로 캘폴리의 문화적 이해에 대한 노력이 부족한 것을 확인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학교 측은 페이스북의 댓글을 통해 "이번 일은 확실한 교내 식당 측의 잘못이다. 빠른 시일 내 바르게 시정할 것"이라며 "다시는 이런 실수가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짧은 사과문을 올렸다.

논란이 된 해당 음식을 제시한 셰프 아론 람파트는 "음식에 대한 광고가 나가고 나서 라면이 한국에서 중요한 주식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라면을 일본 요리로 본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해명했다. 한국식 라면과 일본 라멘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메뉴명을 명시한 것에 대해 인정한 셈이다.

한편, 논란에도 불구, 현재까지 해당 음식에 대한 학교 측의 성명서나 음식에 대한 시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의 라면과 일본 라멘의 기원은 모두 중국이다. 제면 방식에 따른 면의 분류 중 하나다. 하지만 이 둘은 시간이 지나면서 각각 독자적으로 발전했다.

한국식 라면은 면을 유탕처리해 간단히 조리할 수 있는 일종의 인스턴트 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 일본의 라멘집은 면을 직접 뽑고 생면을 이용한다. 국물 내는 방식도 여러 재료를 사용해 복잡하고 정성이 많이 들어간다.

한국 라면의 경우, 1960년 한국의 '삼양식품'이 일본에서 기술을 전수받아 국내 최초 라면인 '삼양라면'을 만들어 보급했다.

한국에 일본 라멘 전문점이 본격적으로 생겨난 것은 1990년대 말부터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냄새에 한국 사람들에게 일본 라멘집은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그 후 2000대 중반 일본 여행을 떠나는 젊은이들이 많아지면서 국내에 라멘집은 다시 번성하기 시작했다.


장수아 인턴기자 jang.suah@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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