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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1일 vs 56일…"거여가 곧 법"이란 말 나오는 황당한 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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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8/07 13:02

56일 대 1461일.

56일은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주택임대차보호법(임대차법)을 처리하는 데 걸린 시간이고, 1461일은 지난 국회에서 같은 법이 계류된 시간이다.

임대차법은 국회 개원 직후인 6월 5일 윤후덕 민주당 의원이 처음 발의해 7월 30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말 그대로 일사천리인데, 야권에선 “176석 거대 여당의 힘을 절감했다. 민주당 뜻이 곧 법” 같은 반응이 나왔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20대 국회 때도 같은 내용의 법안이 무더기 발의됐지만, 국회 문을 닫을 때(2020년 5월 29일)까지 처리하지 못했다. 당시 윤후덕 의원이 첫 대표발의(2016년 5월 30일) 한 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1461일간 상임위도 넘지 못한 채 묻혀 있었다. 여야의 입장이 크게 엇갈렸기 때문인데, 의원들도 무리하지 않았다.

2016년 11월 15일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 소위 회의록을 보면 김진태 당시 새누리당(통합당의 전신) 의원은 “전ㆍ월세 시장이 얼어붙거나 임대료가 올라가는 부작용이 나와 영세 시민들이 더 피해를 볼 가능성도 크다”고 했다. “국가가 개입해야 하는 시점”이라던 백혜련 민주당 의원도 “좀 더 부작용이 없는 안을 합의해 도출할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거여(巨與)가 탄생한 21대 국회의 법안 처리 과정이 4년 전과는 딴판이었던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오른쪽)와 김진표 의원이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국회는 2016년 4월 총선 기준 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11석씩 의석을 나눠 가졌다. 여야 모두 과반이 안 돼, 공방과 설득 끝에 합의된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됐다.


주요 쟁점 법안들은 모두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의 경우 2002년 관련 법이 처음 발의됐는데, 2019년 12월 30일에야 본회의를 통과했다. 20대 국회로 한정해서 봐도, 제출부터 통과까지 1258일이 걸렸다.
"엄격한 심사가 본연의 역할인데 21대는 거수기 전락"

더 과거로 가도 상황은 비슷하다. 쟁점 법안이 국회를 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에는 ‘부동산 활성화법’ 처리가 이슈였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규제 완화 법안(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폐지 등)을 두고 국회 국토위에서 7개월간 공방이 벌어졌다. 당시 새누리당은 152석, 새정치민주연합은 127석이었다.

극심한 진통 속에 법안은 2014년 12월 말 통과됐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듬해 2월 법안 처리가 늦어진 것을 두고 “퉁퉁 불어터진 국수”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당시 의원이었던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국가원수의 언어가 아니다. 대통령이 사돈 남 말 하듯이 유체이탈 화법으로 말하면 안 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4일 오후 국회 본회의가 끝난 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등 야당 의원들이 국회 본관 계단에서 구호를 외치며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한 통합당 의원은 “법안 처리 속도를 둘러싼 정부와 국회 사이의 공방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정부 견제와 엄격한 법안 심사라는 국회 본연의 역할을 열심히 수행하는 것이기도 하다”며 “그러나 이번 국회는 오로지 정부 뜻에 따라 쟁점 법안을 민주당 주도로 일방처리해주는, 거수기 국회가 됐다”고 주장했다.

현일훈·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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