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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이젠 목소리 냅시다"

가정상담소 등 프로그램 가동
상담·법률지원 ‘원스톱 서비스’
시카고시, 성교육 의무화 추진

#LA 직장여성 A씨. 직장 상사의 성희롱 등 말 못할 성폭력이 거북해 고민 끝에 회사에 항의했다. 하지만 회사는 문제를 개선하지 않고 오히려 간접적으로 퇴사 압박을 했다. 동료도 문제의 상사와의 관계 때문에 방관했다. 결국 소송을 했고 3년이 걸려서야 문제의 상사가 자리를 옮겼다.

#한인여성 B씨는 직장 상사와의 대화에서 신체부위를 특정하는 수치스러운 말을 들어야 했다.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휴식공간에서는 은근히 신체접촉을 당했다. 참다못해 회사 내 감시카메라에 녹화된 장면을 찾아 항의했다.

#동성애자인 한인 남성 B씨는 종종 데이트 폭력을 당했다. 사소한 일에 애인이 화를 참지 못해 육체적인 폭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동성에게 당한 피해 사실을 털어놓을 곳이 없어 속만 앓고 있다 수화기를 들었다.

직장 부하 여성, 연인, 동성애자, 어린이 등을 대상으로 한인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성폭력들이다.미국에서 시작된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바람을 타고 한국을 강타하더니 다시 미주 한인사회로 불고 있다. 그동안 섬처럼 고립돼 있던 한인사회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있다. 먼저 한인가정상담소가 프로젝트 ‘소리(Sori)’를 시작했다. 한인 성폭력 피해자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도록 하고 그 소리를 받아 실질적으로 돕겠다는 첫걸음이다.



성폭력 피해자가 한국어나 영어로 심리 상담을 할 수 있는 24시 핫라인(888-979-3800)을 구축했다. 피해자들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최근 폭력이나 과거에 당한 피해 경험을 전화나 방문을 통해 상담받을 수 있다. 피해자가 원할 경우 상담사가 경찰서나 병원에 동행하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2차 폭력에 대한 안전 계획도 수립해 준다. 법률기관과 연계해 무료 법률 서비스도 제공한다.

교회 목회자 등을 대상으로 40시간의 성폭력 예방 교육을 하는 등 한인 커뮤니티 내 네트워크를 강화한다. 성폭력은 학교나 교회, 직장 등 다양한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주변의 잘못된 조언으로 더 큰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다. 안현미 상담사는 “가정에서 누군가 성폭력을 당할 경우 가정의 평화를 위해 쉬쉬하는 경우가 많다”며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상처가 곪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더 큰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카고에서는 여성핫라인(KAN-WIN)이 성폭력 교육을 집중적으로 해오고 있었다. 내달에는 4일 노스이스턴대와 레이크 카운티 칼리지, 20일 일리노이대 어배나샴페인에서 한인학생들을 대상으로 성폭력 예방 교육을 한다.

시카고시 역시 50인 이상 고용 중소기업들의 성희롱 예방 교육 의무화 조례를 추진하고 있다.

미투 열풍으로 성폭력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김선희 프로젝트 소리팀 매니저는 “그동안 핫라인으로 전화를 하고도 성폭력 피해를 말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제 피해자들이 스스로 성폭력을 말하고 있다”며 “이런 운동이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카니 정 한인가정상담소장은 “한인사회는 특성상 성폭력 피해를 말하는 것조차 금기시되고 이런 기억을 공유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한인 커뮤니티도 이제 성폭력 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인가정상담소에서는 2016년 성폭력 피해자 63명이 상담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81명이 상담했다.


장제원·황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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