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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원 칼럼] 촛불

노재원
노재원 

[시카고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05/01 20:07

문재인 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대북 기조에서도 드러났듯 닮은 점도 있지만 다른 점도 적지 않다. 후자의 하나가 행정부와 비서진의 위상, 역할 문제다.

문재인 정부는 사실상 청와대 중심이다. 여당은 야당과 대치할 때나 잠깐 모습을 드러낼 뿐이고 행정부는 존재감이 거의 없다.

대표적인 게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이다.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은 환경부 산하 기관장 자리를 놓고 인사가 계획대로 되지 않자 부처 관계자들을 청와대로 불러 질책했다고 한다. 심지어 찾아온 차관을 만나주지 않고 문전박대 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비서관은 공무원 직급상 1~2급으로 차관보다 낮다. 1~2급 비서관이 차관을 오라 가라 한 셈이다. 현재까지 수사 결과 김은경 당시 환경부장관은 전달받은 내용을 그대로 집행하는, 대리인에 불과했던 것으로 보인다.

참모나 비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하지만 현 청와대 비서진은 임종석 전 비서실장의 선글래스 사건이나 조국 민정수석의 페이스북 정치에서 보듯 유난히 나서기를 좋아하는 듯하다. 특히 조 수석은 본연의 임무인 인사에서 수많은 문제점을 노정하고도 자숙 하기보다 주요 이슈마다 ‘감 놔라 배 놔라’, 넓은 오지랖을 과시한다.

트럼프 정부 역시 맏딸 이방카와 맏사위 제러드 쿠슈너가 물밑 행보를 보이고 때때로 이름이 오르내리지만, 정책과 관련해서는 주무 부서 장관들이 전면에 선다.

한반도 이슈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경제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이민과 법은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나서서 공식 입장을 밝힌다. 대부분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이나 새라 샌더스 대변인 정도를 제외하고는 장관들 이름이 훨씬 더 익숙할 것이다. 전임 오바마 행정부 내내 '문고리 실세'로 통했던 밸러리 재럿 전 백악관 선임고문 조차 일반인들에겐 별 존재감이 없었다.

탄핵으로 끝난 박근혜 정부의 실패는 십상시로 대표되는 비공식 라인의 전횡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장관은 대통령 독대는 커녕 전화통화도 어렵고 겨우 서류만 놓고 오는 상황에서 문고리를 쥐고 있던 비서관 3인방과 최순실의 권력 전횡을 누가 막을 수 있었을 것인가.

문재인 정부서 장관보다 비서진 이름이 더 자주 거론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칫 박근혜 정부의 숨은 권력들이 뒷방에서 나라를 도탄으로 몰고 간 것처럼 되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권력은 유한하다. 국민으로부터 일정 기간 위임 받았을 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 힘은 누군가를 혼내는 데만 쓰여서는 안된다. 모두를 끌어안기 위해 발휘되어야 한다. 정상에 오른 이후엔 환호하는 지지자들만이 아닌 전체를 대표할 수 있어야 한다. 권력을 누리는 만큼, 힘든 과정도 견뎌야 한다.

‘촛불’로 상징되는 '국민의 염원', '밝고 따뜻한 불빛'에 힘입어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달랐으면 좋겠다. 더 겸손하고 더 포용적이었으면 한다. 발 아래만 비추는 흔들리는 촛불이 아니라 세상을 밝히고 보다 나은 미래를 열어가는 큰 빛이어야 한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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