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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완섭 칼럼] 일, 잔인한 달 8월에 또 선전 포고

바야흐로 세계 3차 대전이 시작 됐다. 사라예보의 총성이나 포격에 의해서가 아니라 이번엔 무역전쟁이다.

전쟁의 주역은 단연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세계 4대 경제 대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3000억 달러 어치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매기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독일산 자동차에 대해서도 관세를 매기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2일 끝내 한국을 무역우대국인 백색리스트에서 빼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며칠 사이 이들 세계 경제 4대 축간에 벌어진 선언과 조치는 2차 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파고를 예고하는 일종의 선전포고나 다름 없다. 2차 대전으로 5000만~700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면, 이번 전쟁이 본격화되면 76억명의 세계인구가 막대한 경제적 타격을 입을 것이다.

전통적으로 대 일본 무역에서 적자를 본 한국을 갑자기 백색 리스트에서 뺀 일본의 조치는 통상적인 국제 관례를 깬 도발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적반하장’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은 틀리지 않다.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인 건 금융시장. 다우, 나스닥, S&P 500지수 등 3대 지수가 일제히 올 들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애플, 인텔, 퀄컴 등 첨단 기업은 물론 파장이 경제 전반에 폭풍우를 몰고 올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세계 경제는 치밀하게 엮여져 있어 어느 한 기업이 부도가 나거나 시장에서 퇴출되면 그 파장이 연관 기업 모두에 파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그물망 구조다.

실업률이 역대 최저 수순에, 소비 수준도 최상을 보이고 있는 등 미국 경제가 탄탄한 데도 불구하고 지난달 말 연준이 최근 금리를 낮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같은 심상치 않은 위기상황 때문이라며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도 경제전쟁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 수퍼 파워들 중에 가장 호전적인 나라는 바로 일본. 일본은 한국에 대한 정치적 보복과 이를 통해 한반도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군사적 개입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속셈을 깔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임진왜란이 발발한 지 427년. 한일합방이 이뤄진 지 109년, 3.1 만세운동이 일어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일본이 국제적 관례와 상도의를 무시하고 한국을 마구잡이로 몰아세우는 건 아직도 한국을 언제든 침탈할 수 있는 약소국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젠 다르다. 한국은 경제, 군사, 국제사회에서의 위상 어느 면으로 봐서도 일본이 그렇게 우습게 볼 상대는 아니다. 이번 기회에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줄 필요가 있다.

일본이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기로 한 직후 뉴저지한인회와 포트리한인회, 체육회와 아시안여성사회봉사센터 등이 나서 일본의 만행을 알리고, 무역제재가 국제무역 질서를 해치는 행위임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데 앞장서기로 결의한 데 대해 박수를 보낸다. 뉴욕한인회도 “일본 정부의 무역 보복을 차단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이 같은 미국내 한인들의 움직임이 LA, 시카고 등 전국으로 확대되길 바란다. 일제 강점기에 독립운동의 전초기지 역할을 했던 이들도 우리의 이민 선배들이 아니었던가.

한일관계에 있어 8월은 잔인한 달이다. 한일합방 조약이 체결된 경술국치일이 바로 1910년 8월 29일이다. 원자폭탄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날(6일과 9일)도, 항복 선언을 한 날(15일)도 모두 8월에 벌어진 일이다. 경제전쟁을 선포한 지난 2일이 한일간의 역사에 더 큰 비극을 잉태하는 날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이번에는 절대 과거의 오욕을 되풀이 하지 말자. 타협과 화해를 주장하는 건 아베가 원하는 바이다. 패배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지지 말아야 한다. (칼럼니스트·시카고 중앙일보 전 대표)


공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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