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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사랑의 방패막이

사랑은 우주를 덮는다. 지구를 껴안는다. 은하수와 별빛을 불러 살을 에는 슬픔을 쓰다듬는다. 갈갈이 찢어진 살점 모아 조각이불 꿰메고 유리조각처럼 살을 에는 슬픔과 고통을 눈물로 지운다. 남은 자들은 뼈저린 고통 속에서 기적으로 남은 희망의 실핏줄을 본다. 절망 속에서 살아남은 기적이 희망의 메세지를 준다.

지난 주말은 미 대륙이 피로 물들었다. 엘 파소와 데이튼 오하이오에서 13시간 간격을 두고 30명이 죽고 50명이 부상하는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멕시코 국경지대 엘파소의 월마트에서 증오범죄로 의심되는 총기난사로 20명이 숨졌고 데이턴의 오레건 구역 인기 나이트클럽 밖에서 또 다른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나 9명이 더 숨졌다. 총기폭력물보관소(Gun Violence Archive)에 따르면 이 두 사건은 올해 미국에서 일어난 250번째와 251번째 총기난사 사건이다. 총기폭력물보관소는 최소 4명의 사상자가 난 사건을 ‘총기난사’로 규정한다.

사고가 발생 한 곳은 우리 화랑에서 25분 거리에 위치한다. 범인이 다닌 고등학교는 차로 5분 걸리고 등록만 한 대학은 내가 실내장식을 공부한 곳이다. 사건이 발생하자 안전을 묻는 가족과 지인들의 문자메세지와 전화가 연달았다.

데이튼 도심에 자리한 오레곤 역사 보호구역(Oregon Historic District)은 오래된 상업용 건물 및 일반주택 건축물을 보존하기 위해 지정된 지역으로 화랑, 전문 상점, 맥주집, 나이트클럽, 식당, 커피숍들이 멋스럽게 자리하고 있다. 다운타운인데도 안전지역 구역이라서 밤 늦게 고풍의 퀸 앤과 빅토리안 건물 사이를 오가며 수백년이 넘어도 제 자리를 지키는 벽돌길을 연인들이 손잡고 거닐 수 있다. 오레곤 거리는 도시는 범죄의 온상이라는 불식을 씻고 도시 활성화의 큰 몫을 담당해 왔다. 피와 땀으로 새겨진 자랑스런 역사의 벽돌들이 피로 물들인 아픈 기억으로 남게 될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리다.



역사는 진실을 적는다. 고통스런 사건을 담담하게 기록하지만 고통과 절망의 페이지를 들추면 옷깃 여미게 하는 교훈과 희망을 담고 있다.

‘어머니는 갖난 아기를 보호 하기 위해, 아버지는 아기와 아내를 보호하며 방패막이로 죽다.’라는 워싱턴포스트지 기사는 놀란 새가슴을 뜨거운 감동으로 흐느끼게 했다. 목숨을 잃은 조던(25세)과 앙드레아(24세) 부부는 딸을 치어리더 연습장에 내려 놓고 신학기에 필요한 학용품 구입을 위해 갓난 아기를 안고 월마트에 갔다가 변을 당했다. 아기를 품에 안은 체 어머니는 총을 맞았고 아버지는 아기와 아내를 살리기 위해 부등켜 안고 총알받이가 돼 죽었다. 아기는 사랑의 방패로 목숨 구했지만 평생 부모 없는 아이로 살아야 한다.

미국에 40년 이상을 살았는데도 나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반짝 이슈가 되고 해결책 없는 총기규제를 둘러싼 찬반 논쟁을 이해하지 못한다. 총기를 가질 권리냐, 규제할 것인가에 대한 옹호론자와 규제론자와의 긴 싸움은 끝날 조짐이 안 보인다. NRA의 막강한 영향력과 맞서 총이 사람의 목숨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쟁은 끝이 없을 것이다. 총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세상에 사람 목숨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 해마다 수없이 이유 없이 죽는 총기난사 희생자들이 내 가족 내 아내 내 자식 그리고 나의 목숨이라 생각하면 문제 해결에 접근 할 수 있을 것이다. (윈드화랑대표, 작가)


이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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