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기자칼럼]새 한국어 시험이 주는 의미

유현지 기자

체감온도 110도를 기록했던 살인적인 폭염이 가고,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부는 백 투 스쿨(Back-to-School) 시즌이 시작됐다. 개학이 가까워진 지난 달부터 전국 곳곳의 쇼핑센터에서는 새학년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학용품 및 생활용품 대세일이 앞다투어 실시됐고, 연방 수도권교통정책연구위원회(TPB)는 한국의 명절 대이동에 버금가는 개학 시즌 교통 체증, ‘9월 쇼크’가 한달간 워싱턴 주요 도로를 강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년 중 어느 때보다 활기찬 개학 시즌을 맞는 한인사회에 낭보가 날아들었다.

지난달 25일 주미대사관 워싱턴한국교육원(원장 안미혜)이 워싱턴 일원 공·사립학교 한국어 교사들을 대상으로 제2회 워크샵을 열었다. 한국어 교수법 및 교사 역량 강화를 위한 워크샵이 마무리될 무렵이었다. 비영리 교육기관인 아메리칸 카운슬(American Council) 관계자가 한국어 교사들에게 내년 4월부터 시행될 NEWL(National Examination in World Languages)의 신설 한국어 시험을 소개했다. NEWL 시험은 칼리지보드에서 승인(Endorse) 한 외국어 능력 시험으로, 현재 시행되고 있는 러시아어 등에서 한국어로 대상 언어를 확장하고 있다.

한국어 NEWL 평가는 올해 시범 테스트를 거쳐 내년 4월 이를 신청한 학교의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시험 응시를 위해 관련 수업을 수강하거나 특정 교육과정의 선행학습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어떤 방법으로 한국어 지식을 습득했는지 상관 없다) 한국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온 학생이나 한인 가정의 학생들 또한 볼 수 있다는 점이 AP 시험과는 차별화된다. 아메리칸 카운슬은 이번 시험을 전국의 대학교에 홍보하고, 각 학교가 이를 입학사정 및 교과과정 학점 등에 반영할 것을 권장 중이다. NEWL 시험은 학생의 요청에 따라 그 결과가 각 대학교 입학처에 전달된다. 제출받은 점수를 어떤 방식으로, 어느 선에서 반영할 지는 NEWL 한국어 시험 개설 초기 단계인 아직까진 전적으로 대학의 결정에 따라 이뤄진다.

이번 NEWL 한국어 시험 제정은 단순히 제2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을 넘어 더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새로운 한국어 시험은 우리 말을 미 주류사회에서 새로운 반열에 올렸다. 미국 사회에서 한국어의 위상이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어는 더 이상 미국인들에게 ‘신기한 동방의 언어’가 아니다. 이민역사 113년, 낯선 땅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일군 이민자들의 후손들이 미국 정착의 역사를 제대로 이어받아 가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에 우리 한인들에게는 더욱 가슴을 벅차게 만든다.



영국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는 말을 했다. 개인이 이해할 수 있는 문화는 그 나라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느냐로 제한되지만, 반대로 개인의 세계관은 새로운 언어를 습득함에 따라 새로운 단계에 올라설 수 있다는 의미다. 새 한국어 시험이 보다 많은 자라나는 미래들의 머릿속에 한국이라는 가능성의 세계를 열어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