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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정치권의 허리케인 여성 파워

미국 중간 선거의 최종 승자는 누구일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윤곽이 드러나자 승리했다고 큰소리를 쳤다. 막말과 막가파식 정치를 하고도 상원을 장악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하원에서 밀리고, 대선 때 지지기반이었던 중부 러스트 벨트 지역 민심이반으로 정권 후반기 가시밭길이 예고되고 있어서 공화당과 트럼프는 '이기고도 진' 절반의 승리라고 볼 수 있다. 당장 선거 직후 특검 수사에 대한 불만으로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을 갈아치운 것만 봐도 그가 불안감을 숨기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민주당도 8년 만에 하원 다수당의 위치를 되찾았으니 자신들이 이겼다며 의기양양하다. 과연 그런가. 뉴욕타임스는 민주당의 승리를 '찻잔 속 태풍'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승리라고 보기엔 '블루 웨이브'가 미약하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의 가장 큰 승리자는 공화나 민주당이 아니라 여성이다. 지금까지 역대 선거 가운데 가장 많은 여성들이 출마, 대거 당선됨으로써 정치권에 여성들이 수퍼 파워그룹으로 부상했다. 선거로 여성의원은 상하원 통틀어 120명선. 캘리포니아에서 하원의원에 당선된 한인 여성 영 김도 그 중의 한 명. 민주당 바람이 찻잔 속 태풍이라면, 여성 정치 파워는 허리케인급인 셈이다.

여성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여성 의원의 숫자가 전체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니 여전히 성비가 불균형 상태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흑인들보다도 뒤늦게 참정권이 주어진 여성 정치력 신장의 역사를 감안하면 그리 늦은 것만도 아니다.



역시 트럼프 대통령은 눈치가 빠르다. 개표 직후 하원의장으로의 복귀가 유력시되는 낸시 펠로시 의원에게 축하 전화를 했다. 소득세신고 누락 문제를 비롯해 러시아 선거개입 특검 등 당장 민주당이 따지고 나설 자신의 아킬레스건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일까.

정계입문 30년의 펠로시는 최초의 여성 원내대표, 하원의장을 거치면서 여성 정치인들의 '맏언니' 역할을 해왔다. 하원의장은 대통령, 부통령 다음으로 권력 서열 3위인 막강한 자리다. 그는 여성으로는 가장 고위직에까지 오른 정치인이다. 온화한 미소와 달리 그는 강성 진보주의자. 트럼프로서는 펠로시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여성들을 정치권에 대거 끌어들인 일등 공신은 다름 아닌 트럼프다. 그는 대선 출마 이후, 수많은 과거 섹스 스캔들이 드러났음에도 무시하고 외면해왔다. 사과와 반성은커녕 막말과 막가파식으로 나오는 그의 태도는 '미투' 바람에 불을 지폈고, 이에 분노한 여성들이 대거 정치에 뛰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켈리 고프라는 칼럼니스트는 영국 가디언지 기고문에서 지난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됐더라면 이번 선거에서 이렇게 많은 여성들이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여성들은 트럼프에게 감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도 "여성비하 발언 등으로 여성들의 분노가 절정에 달하도록 만든 게 트럼프의 패착"이라고 진단했다. '마초' 트럼프가 여성권익, 정치력을 키우는 원동력이 됐다는 건 아이러니다.

그렇다고 당장 트럼프의 여성관이 바뀌고, 이민자 정책이 달라질 리 만무하다. 어쩌면 보란 듯이 더 밀어붙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예산을 심의하고 세금관련 입법권, 공직자 탄핵권을 쥐고 있는 하원이 당장 트럼프의 소득세 탈세와 탄핵 카드라도 꺼내 들면, 불도저식 정치를 계속할 수 있을까.

게다가 또 불쑥 여성비하 발언이라도 나오면, 여성 정치인들이 초당적 대처라도 하지 말라는 보장이 없으니 트럼프 집권2기의 성패는 여성 정치인들과의 원만한 협치에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공완섭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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