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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을 보니 미국이 조금 보였다

인턴기자 가다…생애 첫 NFL경기 관람

"이게 뭐야" 생소한 경기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싸우는 선수들
'애국가 거부' 깜짝…정치적 게임

 
허공을 가로지른 공은 순식간에 맞은 편 경기장 쪽에 날아가 있었다.

빨간색 유니폼을 입은 캔자스 시티 10번 선수가 공을 받아들자마자 LA 차저스 골대로 냅다 달려나갔다. 그 긴박한 속도에 맞춰 관중의 환호와 함성도 덩달아 뜨거워졌다. 그 질주를 막을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어보였다.

'저 선수 뭔가 대단한 걸 성공시켰나보군' 하며 전광판을 봤다. 그런데… "어라? 한방에 6점이나 올라가네?"



알고 보니 이게 말로만 듣던 '터치다운'이란다. 한국에서 인기 있는 야구 축구 룰도 제대로 모르는데 풋볼에 대해 알리가 없다.

LA에 사는 다른 한인들도 다들 처지가 비슷한가 보다. 경기 내내 한인 관객을 한 명도 보지 못했다. 다저스타디움에 '참이슬 칵테일 바'까지 마련된 걸 생각하면 매우 대조적이다. 한인 풋볼 지수(한인의 미국화 정도를 가늠하기 위해 풋볼 지식과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기준으로 만든 지수 본지 2009년 1월 29일자 A-1면)가 26%에 지나지 않는다는 보도가 나온지 10여 년 여전히 한인에게 풋볼은 관심 밖이다.

그런 '인기 없는' 풋볼 경기장을 찾은 이유는 딱 하나다. 3주 전 NFL 정식 데뷔한 LA 차저스 구영회 선수 때문이다. 24일 LA 차저스와 캔자스시티 치프스의 경기가 열린 카슨시의 스텁허브 센터. 거기에 한인 키커 구영회가 9번 유니폼을 입고 서 있었다.

# 관중석은 차저스와 치프스 팬이 각각 절반 씩 차지했다. 차저스 홈 경기장인데도 치프스가 우세를 점하면 오히려 함성이 더 커지는 기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56년 만에 샌디에이고에서 자리를 옮겨온 차저스를 LA 팬들은 아직 낯설어했다.

본격적인 경기가 시작되기 전 경기장에 미국 국가가 울려퍼졌다. 기자석에 있던 기자들도 모두 일어서서 예의를 갖추는데 잔디 위 선수들이 일제히 붙어 서로 팔짱을 끼기 시작했다. 지난 22일 대중 연설에서 NFL 선수를 향해 막말을 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항의 표시다. 이후 NFL 선수들은 매 경기 국가 연주 때 무릎을 꿇거나 팔짱을 껴 이에 대항하고 있다. 과거 트럼프를 적극 후원한 NFL 구단주들이 대통령에 대해 실망감을 표하기도 했다.

이런 선수들을 평가하는 말은 여러가지다. '정치적 입장을 표현하는 선수에게 대통령이 사사건건 개입하는 방식은 옳지 못하다'는 의견과 '보수.진보를 넘어국기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의견이 대립한다. 최근 NFL의 낮은 시청률도 선수들 행동이 잘못됐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실제로 NBC 간판 프로그램 '선데이나이트풋볼'은 11년 만에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다.

# 이날 경기에서 구영회 선수는 필드골(3점)과 보너스킥(1점)을 성공시키며 눈에 띄는 활약을 보였다. 그러나 이마저도 캔자스시티의 승리(24-10)를 막지는 못했다. 경기가 끝난 뒤 차저스 팬들의 침울한 분위기는 치프스 팬들이 큰 소리로 부르는 열광적인 승리가에 압도됐다.

결과를 모른 채 들었다면 홈팀인 차저스가 이겼다고 착각했을만한 축가였다. 라커룸에 있던 차저스 선수들도 연이은 패배 탓인지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에 일찍 몸을 실었다.

수 많은 관중이 모두 빠져나간 경기장 바깥에는 뒷정리를 하는 직원만 남아있었다. 대부분 라티노 혹은 흑인. 온통 백인만 앉아있던 경기장 관중석과는 사뭇 달랐다.

가장 싼 티켓의 가격이 150 달러를 훌쩍 넘는 풋볼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사람은 한정적일 수 밖에 없다는 걸 새삼 실감했다. 경기장 안과 밖을 경계로 사회적 계급이 나뉘고 선수들은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곳. 열광적인 응원과 거침없는 야유가 공존하는 풋볼 경기장은 그 어느 공간보다 정치적이고 사회적이었다.


김지윤 인턴기자 kim.jiyoon2@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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