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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와 소통 힘들 땐 언제든 통역 요구하세요"

[차 헐리우드 장로병원 제인 김 공인 의료통역사]
이중언어 완벽하게 구사해야
환자의 생명 달렸기 때문에

다른 통역보다 자격 까다로워
환자 권리와 윤리 교육 필수


한인타운의 큰 병원 중에서 유일하게 한국어 공인 의료통역사가 상주하는 곳이 버몬트에 위치한 '차 헐리우드 장로병원'이다. 6년째 이곳에서 한인 환자의 '목소리'가 되어 주고 있는 제인 김 한국어 공인 의료통역사(10년 경력)는 "법정통역이나 행정통역과 달리 의료통역은 상당히 전문적이다. 환자가 의사의 진료결과를 잘못 이해하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자격조건이 까다롭다"며 "매일 평균 25명 정도의 한인환자 통역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환자의 권리로 '통역 서비스'를 요청할 수 있고, 의료진은 그 요청에 응하는 것이 법으로 되어 있다. 한인에게 도움될 내용들을 인터뷰로 알아 보았다.



- 이 병원에는 몇 개 언어 공인 통역사가 상주(풀타임 근무자)하고 있나.



"한국어는 나를 포함해 2명(낮근무와 밤근무), 스패니시 통역사가 1명, 아르메니안 통역사가 1명이다. 그리고 7일 24시간, 블루 폰(전화색이 푸른색이라 그렇게 부른다)을 통해 각 언어 통역사와 연결이 되고 있다. 상주하는 통역사가 없는 병원에서는 블루 폰이 배치되어있어 언제라도 통역사와 통화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 병원에서는 우리가 직접 옆에서 하기 때문에 환자분들이 더 안심하신다."

- 이 일을 하게 된 개인적인 동기는 무엇인가.

"영어를 못하는 어머니는 병원에 오실 때마다 '나는 (영어 잘하는) 딸 덕분에 불편함이 없지만 그렇지 못한 한인들은 얼마나 힘들까'하셨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자꾸 그 말씀이 떠올라 통역사가 되기로 했다. 하루하루가 바쁘지만 보람을 느낀다."

- 공인 의료통역사 자격증 취득은 어떻게 하나.

"다른 통역은 요구하지 않는, 40시간의 의료관련 의무 교육을 먼저 이수해야 한다. 의료윤리와 환자 권리에 관한 기본적인 내용들이다. 환자와 의사 사이에서 통역사의 역할이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 의료 통역사로서의 마음가짐과 자세, 현장에서 어떻게 민첩하게 판단해야 하는 지에 대해 교육을 받는다.

그 다음에야 이중언어의 필기와 구두 시험을 치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이때 보는 기준이 이중언어를 똑같이 완전하게 하는가이다. 어느 한 쪽을 더 잘하면 환자와 의사의 완전 중립적인 위치에서 '투명인간'이 되어 의사소통을 원활히 해주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 통과되면 공인 의료통역사 자격증(National Board of Certification for Medical)을 받을 수 있다.

나는 14살에 미국에 왔기 때문에 한국어와 영어를 똑같이 쓰고, 읽고, 말하는 것이 가능했다."

- 한국어 통역서비스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병원 입구에서부터 경비원을 통해 한국어 통역사를 요청할 수 있고 병동에서도 병원 직원에게 말하면 우리가 직접 환자에게 간다. 또 의사와 대면했을 때 통역이 필요하면 언제나 한국어 통역서비스를 요청할 수 있다. 병원 내에서 전화로도 통역을 하기도 한다."

- 평소 생활하는데 영어소통에 문제가 없는 사람은 굳이 통역사를 요청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일반 영어와 의료전문용어는 다르다. 평소 영어를 하는 사람들 중에 통역없이 의사와 이야기하다가 점점 복잡한 치료과정이나 특히 수술에 관한 내용에 들어가면 막혀서 그 때 통역사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의사 쪽에서 통역사를 부르게 된다. 영어소통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서 설명을 해나가는데 점점 환자가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에 의사가 더 당황하기 때문이다. 간단한 진료는 괜찮지만 암을 비롯해 복잡한 시술을 해야 할 때에는 통역을 요청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 통역 서비스를 받을 때 한인들이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통역을 시작하기 전에 통역사는 먼저 환자와 의사를 서로 소개시킨다. 그리고 환자에게 '이제부터 환자가 한 말은 하나도 빠짐없이 그대로 의사에게 전달된다'고 말한다. 기분이 상했다고 의사 앞에서 '예쁜 말'을 하지 않을 때에도 그대로 전해주어야 하는 것이 우리들의 업무이기 때문에 통역사가 있을 때에는 잘 생각해서 말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끔 환자가 귓속말로 '사실은 먹으라는 약을 먹지 않았는데 의사한테는 말하지 말아주세요'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 역시 의사에게 그대로 전해주어야 하는 것이 통역사의 일이다.

한인 환자분 중에는 의사 앞에서는 '괜찮다'고 하고, 의사가 가고 난 다음에 '사실은 이러이러한 증세가 있는데 의사한테 왜 그런지 물어봐 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 역시 통역사가 할 수 없다. 통역사는 현장에서 양쪽이 말한 것을 투명하게, 그 사람의 목소리가 되어 주는 것이지 의사 전달자는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역서비스를 받을 때에는 할 말을 미리 잘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 통역할 때 특히 신경을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이 환자와 의료진과의 정확한 의사 소통이다. 그리고 문화배경이다. 예로 환자가 부황을 한 자국을 보고 의사가 놀라서 육체적 폭력으로 오해하는 때가 종종 있다. 이럴 때 잘 설명해주어야 의사의 오해가 풀린다. 때로는 환자의 옹호자 역할도 해야 한다. 예로 나이드신 분들이 의사 질문에 즉각 답하지 못할 때 '빨리 말해라. 그것도 모르냐'와 같은 언사를 의사가 한다면 통역사는 환자를 위한 옹호자가 되어 '환자가 더 당황스러워할 수 있으니 부드럽게, 시간을 줄 것'을 요구한다. 환자입장을 돕는 것이 통역사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 이 병원에서 하루에 한국어 통역은 몇건이나 되나.

"낮 근무자와 밤 근무자 2명이 직접 환자를 만나서 통역하는 케이스는 각각 하루에 15건 정도된다. 이외에 전화로 병원내에서 통역하는 건수는 각각 10건 정도되니까 모두 합쳐 매일 평균 50명의 한인환자 통역서비스를 하는 셈이다."

- 공인 한국어 통역사로서 한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어드바이스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

"영어를 잘해도 중요한 수술(혹은 진료)을 해야 한다면 통역사를 요청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말하고 싶다. 하고 싶은 말을 의사 앞에서 해야 전달된다. 다른 환자의 증세를 묻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환자 보호법에 따라서 알아도 말을 해 줄 수 없으니 양해해 주실 것. 미국에서는 통역서비스를 해주는 것이 법이기 때문에 상주하는 한국어 통역사가 없더라도 의사와 소통이 힘들 때에는 '나는 한국어 통역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언제든지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인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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