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이곳에 서면 모두 순례자가 된다…스페인 몬세라트 수도원

세계 각국 300만여 명 찾아

수호성인들이 거대한 석상으로 현신한 걸까, 수도원을 울퉁불퉁 거대한 바위산이 둘러싸고 있다. 그 모양이 톱니 같아 붙여진 이름 '몬세라트' 수도원을 찾았다.

몇 차례 바르셀로나를 들렀지만 일정에 쫓겨 외면했던 곳이라, 반갑기 그지없다. 바르셀로나에서 북서쪽으로 약 30마일 거리의 바위산에 자리한 이곳은 주차장에서도 케이블카나, 산악열차 등을 이용해서 해발 약 4000피트나 올라야 한다.

산악열차 승강장에서 부산을 떨던 방문객들이 고도가 높아지자, 점점 말수가 줄어든다. 종교적인 신념에 의해서건, 단순히 여행자이건 누구나 인생의 질문이 있을 터. 수도원에 다가갈수록 모두는 '순례자'가 된다. 종교의 유무와 종류 신앙심의 높낮이, 방문 목적을 자세히 알 수 없지만 모두가 숙연한 모습이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필라르 성당과 함께 스페인의 3대 순례지로 꼽히는 '산타 마리아 데 몬세라트 수도원(Santa Maria de Montserrat)'은 11세기에 세워졌다. 성모 마리아 신앙의 성지로서 카탈루냐 사람들의 종교적 터전이 되어왔다. 1881년 교황 레오 13세는 수도원 내 검은 성모상을 카탈루냐 수호 성모상으로 지정했다. 지금의 건물은 예전 나폴레옹 전쟁으로 파괴되었다가 19~20세기에 걸쳐 다시 재건됐다. 몬세라트 수도원은 역대 스페인 국왕들도 한번씩 방문했던 순례지다. 역사적으로는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를 비롯한 괴테, 실러, 바그너 등도 이곳을 찾았다. 스페인의 유명 성당인 '사그라다 파밀리아'도 가우디가 몬세라트 수도원을 방문해 얻은 영감으로 탄생했다. 오늘날 성직자들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연간 300만 명이 이곳을 찾는다. 승강장에서 내려 수도원 광장에 이르니, 일단의 방문객들이 왼쪽 담벼락의 성 게오르기우스 조각상에 몰려 있다. 오른손에는 삼각형 방패를, 왼손은 칼을 잡고 있는 형상인데, 얼굴만 안으로 움푹 들어가 있어 보는 이가 어느 쪽에 있든 시선이 따라온다.



호텔을 비롯한 여러 부속건물들을 지나 비로소 수도원 성당에 이르렀다. 아, 그런데 이를 어쩌랴.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성당은 한창 공사 중이다. 예수와 12사도에 대한 부조가 장식된 파사드가 순례자들을 맞이하지만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보통 때라면 성당 앞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꽤 길었을 것이다.

이곳을 찾는 이들이 꼭 알현해야 할 '검은 성모상'이 기다리기 때문이다. 성당 2층 정면에 자리한 '라 모레네타(la moreneta)'라 불리는 성모상은 아기 예수를 안고 오른손에는 지구를 상징하는 구슬을, 아기 예수의 왼손에는 솔방울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부활과 영원을 상징한다고 한다. 순례자들은 이 구슬을 만지며 제각기 소원을 빈다.

포플러 나무로 만들어진 95cm 크기의 성모상은 탄소 연대 측정으로 12세기 것임이 밝혀졌다. 성 누가가 조각한 것을 사도 베드로가 스페인으로 가져왔다고 한다. 아프리카 무어인이 침략하자 성모상은 이곳 몬세라트에서 '거룩한 동굴'이라는 의미의 '산타 코바(Santa Cova)'에 숨겨졌다고 한다. 그러다가 880년 어린 양치기가 밝은 빛을 보고 천상의 음악이 들리는 곳을 찾아갔는데, 그곳이 바로 산타 코바였고, 그 동굴 안에서 검은 성모상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후 검은 성모상은 몬세라트 수도원에 자리하고 있으며 1881년 이 검은 성모상은 교회법에 따라 왕관이 씌워졌으며 교황 레오 13세에 의해 카탈루냐의 수호성인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베네딕트회 몬세라트 수도원은 '에스콜라니아 (escolania)'로 불리는 수도원 소속의 몬세라트 소년합창단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유럽에서 오랜 역사를 가진 소년 합창단 중 하나다. 약 50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변성기가 지나지 않은 소년들로 몬세라트 수도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오직 이 성당에서만 공연을 하고 있어 이곳이 아니고서는 들을 수 없는 천상의 화음이다. 하지만 검은 성모상도, 천상의 목소리도 들을 수 없으니, 한숨 소리만 커진다. 다시금 후일을 기약한다.


백종춘 객원기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