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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암석 깎아 세운 교회…성스러움의 상징

모니카 류 박사의 에티오피아 종교 순례기(하)

큰 돌덩이 하나를 깎아서 만든 에티오피아의 암석 교회.

큰 돌덩이 하나를 깎아서 만든 에티오피아의 암석 교회.

오벨리스크의 잔재.

오벨리스크의 잔재.

에티오피아에는 특별한 교회가 있다. 돌을 깎아 만든 암석 교회가 그렇다. 기독교는 역사를 품고 있다. 그 시간 속에는 전통이 살아 숨쉬고 있고, 그 호흡을 통해 신앙이 보존된다. 교회의 역사를 보면 그 나라의 종교적 숨결이 느껴지는 이유다. 지난 2월 모니카 류(종양방사선 전문의) 박사가 에티오피아를 다녀온 뒤 순례의 소회를 글로 옮겼다. 류 박사는 현재 한국어진흥재단의 이사장으로도 활동중이다. 그가 느낀 에티오피아 교회의 숨결을 지면에 소개한다.

에티오피아 문화 담아낸 교회
큰 돌덩이 깎아서 교회 지어
교회 지을 때 지성소 만들기도
지금도 사제들이 지키고 있어
서방 교회와는 다른 색깔 묻어나
유대 혈통 강조하는 종교적 신념


유일신인 기독교의 국교화로 에티오피아의 찬란한 문화를 상징했던 태고적 무덤 위에 세워진 오벨리스크(고대 방첨탑)는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집트 오벨리스크와 달리 이는 '악숨(Axum) 오발리스크'라고 불리는데, 그 조형 문양이 이집트것과 달리 특이하고, 직선, 사각, 대칭적인 형태를 갖고 있어서 어떻게 보면 현대식 무늬처럼 멋있다. 조각조각을 이어서 만든 것이 아니라 하나의 큰 돌을 써서 만들었다.

에티오피아 하면 반드시 알고, 또 볼 수 있으면 보아야 하는 땅 속의 집채 이상 크기의 붉은 암석, 그것도 한 덩어리인 돌을 깎아 만든 암석 교회들이다.



통틀어 11개가 랄리벨라에 있다. 11세기에 만들어 진 것으로 당시 무슬림 지역을 지나 예루살렘으로 성지순례를 갈 수 없게 된 에티오피아 사람들을 위해 지은 것으로 '새로운 예루살렘'이라는 의미를 갖고 지어졌다.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속해 있다 보니 유네스코에서 교회들을 자연붕괴에서 보호한답시고 거대한 텐트를 지상에 쳤기 때문에 교회들의 장엄한 모습을 온전하게 볼 수 없는 결점이 있다.

그 중 한 교회는 텐트가 쳐 있지 않아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성그레고리 교회이다. 그리스도가 십자가형을 받은 장소의 이름을 딴 것이라고 하는데 이곳엔 랄리벨라 왕이 묻혀있다. 일화에 의하면 성 그레고리 (에티오피아 말로 '베트 기요르기스')가 랄리벨라왕 앞에 나타나 자신에게 바쳐진 교회가 없다고 불평하자 왕은 아름다운 교회를 지어 줄 것을 약속하면서 만들어 진 교회다. 11미터 땅 밑으로 내려가서 교회 주위에 만들어져 있는 큰 길을 통해 교회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큰 교회를 통해서 작은 교회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골고다 교회라고 불리는 아름답고 작은 교회를 지금은 사제가 지키고 있었다. 나는 여자라서 들어 올 수 없다고 했다. 그래도 머리만 들이 밀어 구경은 할 수 있었다.

에티오피아는 어떤 교회를 가더라도 교회는 세 부분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많은 교회들이 원형이었고, 시골의 교회들은 초가 지붕으로 되어 있었다. 원형이기 때문에 제일 밖의 둥근 통로에 교인들이 미사 중에 머문다. 두 번째 중간 통로는 영성체를 하러 들어가는 곳이다. 제일 중심은 지성소로 야훼의 궤, 그러니까 궤의 복사본들이 모셔져 있는 곳으로 성직자 이외에는 들어 갈 수가 없는 곳이다. 서방 교회처럼 사각형 건물의 교회도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이제 야훼의 계약궤의 이야기로 글을 마칠까 한다. '악숨'은 고대 에디오피아의 문화지였고, 오랫동안 수도이었던 곳인데 이곳에 야훼의 계약궤가 있다는 것이다. 찾아 간 교회는 한 작은 교회인데 그곳을 지키는 사제가 아직도 있었다. 그곳에는 아무도 들어 갈 수가 없는 전통이 있었다. 그러니 계약궤를 본 사람은 없을 수밖에 없다. 곳곳에 있는 콥틱 동방정교교회에는 나무로 된 모조궤가 아닌 모조판이 모셔져 있다. 이 모조판들도 교회 행사 때에 사제가 머리에 이고 행진할 때 일반 교인들에게 보여지지만, 헝겊에 싸여져 있어서 실제 목판은 볼 수 없다. 영국이 에티오피아를 침범했을 때 영국병사들이 훔쳐 온 것들은 지금도 대영제국 박물관에 가면 볼 수 있다고 한다. 내가 찾아 본 것은 나무판 중앙에 모세 때의 십계명 판이 아닌 예수가 십자가에 달린 조각이 되어 있는 것이었다.

에티오피아인들의 기독교 신앙은 콥틱동방정교이지만 지금은 이집트, 중동의 동방정교회에서 독립된 상태이다. 콥틱기독교, 동방정교는 에티오피아 토속문화와 잘 어우러져 있어서 서방기독교 또는 그리스정교와는 조금 다른 냄새를 풍겼다. 토속 유대문화의 일부를 실행하면서 살아온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신약보다도 구약의 법에 따라 살았기 때문일 것이고, 그들이 뼛속까지 깊이 자기 것으로 여기는 하느님의 계약궤를 가진 특수민족이란는 점, 또 누가 뭐라든 시바여왕과 솔로몬의 결합으로 그들은 유대 혈통의 황제들이 있었다는 믿음이다. 너무나 힘든 여정이었지만, 에티오피아를 참 잘 다녀왔다는 생각이 든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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