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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2035] 돈가스와 드루킹

"다음부터 거기 돈가스 안 먹으면 되지 않아?"

친구 녀석이 말했다. "인생 돈가스였다"는 후기 일색인 가게의 음식을 스마트폰 배달 앱으로 주문했는데 '역대급'으로 별로였다고 말한 뒤다. 나는 "아무래도 음식점에서 거짓 후기들을 잔뜩 써 놓은 게 아닌가 싶다"고 얘기했다.

선택의 기로에서 날 설득하는 건 보통 다른 사람들의 후기다. 맛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이니 후기 한 두 개에 설득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수십 명이 "신선하고 맛도 있는 인생 돈가스였다"고 한 목소리로 말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만약 이 후기들이 정말 조작된 것이라면, '속았다'는 분노 외에 우리가 또 잃은 것은 무엇일까. 신선하지 않은 재료로 만든 맛 없는 돈가스를 먹게 되는 것은 물론, 선량한 다른 맛집들이 소비자들에게 소외 당하는 피해도 떠오른다.



그냥 그 돈가스를 앞으로 안 먹으면 되는 건 아니라는 거다. 공정위는 2016년 음식점들이 후기를 조작하는 걸 방치한 배달 앱 사업자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고 시정 명령을 내렸다.

드루킹이 조작한 기사 댓글 118만개의 피해는 말할 것도 없다. "댓글을 읽지 않으면 된다"든지 "베스트 댓글을 여론이라고 생각하는 건 너무 순진한 거 아니냐"는 말은 우리가 알게 모르게 겪는 피해가 얼마나 큰지 너무 모르는 소리다.

대선 직전 치열한 선거전을 소개하는 네이버 기사에 'A 후보의 젊은 정치라는 게 조폭들하고 손잡는 거였나?'라는 댓글이 수많은 공감을 받는 것을 봤다면, 우리는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렇게 조작된 댓글이 수만 개라면 어떤가. 네이버가 받는 업무 방해는 차치하더라도 당사자가 느낄 억울함과 다른 후보들이 얻게 될 반사 이익, 그리고 '내가 그동안 읽었던 댓글들이, 혹은 앞으로 읽게 될 댓글들이 조작된 것일 수 있다'는 불안감도 크다.

당신이 지금 읽고 있는 부동산 대책에 대한 댓글들이, 최저 임금 인상에 대한 비판 댓글, 새 드라마에 대한 찬양 댓글들이 만약 조작된 것이라면 어떨까. 이런 여론 조작 시도가 정말 네이버의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치부하고 말 일인가. 지금도 하루에 수천 개의 댓글을 조작하고 있을지 모르는 제2, 제3의 드루킹을 막을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

위의 A 후보 사례는 실제로 드루킹이 조작한 게 확실시되는 댓글이다. "안철수의 젊은 정치, 강철수 이미지가 호남의 젊은 조폭들하고 손잡는 거였나?"라는 댓글이었다. 지난해 대선 약 한 달 전, 드루킹이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에 조작을 지시한 '문재인, 광주서 '임을 위한 행진곡' 부르며 전국 순회 시작'이라는 기사에서다.


송우영 / JTBC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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