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이 아침에] 단원 김홍도의 삶

이름 없는 민초의 생애는 이 세상을 하직하면 그 삶의 궤적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얼마 전 카톡을 자주 보내주던 지인이 연락이 없기에, 그저 바쁘게 지내느라 그런가 보다 짐작하였는데 한 달 전쯤 저세상으로 갔다는소식을 때늦게 접하였다. 위인 성군이 아닌 이상 우리들의 이름은 생을 마감하면서 그 흔적이 서서히 잊힌다.

‘천 년의 화가 김홍도’(이충열 지음·메디치 출판) 책자를 접하였다. 그는 천민으로 태어났으나 그림에 천재적 재능으로 종6품에 제수되어 서민이면 감히 상감의 얼굴을 보지도 못할 임금의 용안을 응시하며 조선 시대의 세 임금의 초상화를 그린 도화서 화원 김홍도의 이름은 수 세기가 지난 지금도 한국인들의 얼 속에 살아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천재적 재능을 가진 김홍도 화가의 일대기를 그린 책자이다. 그는 비록 어촌에서 민초의 자식으로 태어났으나 그의 명예스러운 이름은 지금도 빛나고 있다. 영조 때 태어나 순조 때까지 세 명의 임금을 섬기며 40년 동안 그림을 그렸다. 세 임금의 그림을 그린 어용화사였고, 궁중 기록화, 신선도와 같은 도석화, 시의도, 풍속화, 실경산수화, 화조도, 호랑이 그림 등 다양한 그림을 남겼다’ (서문에서)

국립중앙박물관, 간송미술관 등 여러 미술관에 소장된 수많은 원본 사진이 수록된 김홍도의 전기를 읽었다. 단원 김홍도. 그는 우리나라 미술사에 큰 획을 그은 화가다.



우리 세대가 한국에서 중·고교를 다닐 때는 미술 시간에 현대미술의 서양화와 화가들에 대해서만 배웠지 동양화 특히 한국의 전통미술에 대해 공부는 해 본 적도 없었고 들어본 적도 없었다. 서양 미술과 달리 동양화는 원근법도 없고 색채도 다양하지 않은 수묵화(水墨畵)만 보아 왔기에 그저 망건 쓰고 갓 쓰고, 한복 입고 지내는 옛 노인들이나 즐기는 고리타분한 골동품 그림으로만 여겨 왔던 단견(短見)의 소치가 새삼 부끄럽게 느껴진다. 당시 서민들의 애환을 담은 풍속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개화 이전의 옛날로 시간여행을 느끼게 한다.

500페이지에 가까운 정장 본에는 곳곳에 소장된 그의 원본 그림을 찾아내어 원색 그대로 사진 인쇄하여 마치 실물 작품을 보는 착각을 할 정도로 눈앞에 펼쳐진다.

저자(著者)는 전기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가로 평가받는 인물이라니 그의 문장력은 책을 놓기가 아쉬울 정도로 생동감 있게 묘사하고 있다. 저자와는 일면식도 없는 처지지만 그 책자에는 너무나 많은 조선 시대의 명화들이 수록되어있어 혼자만 읽고 지내기에는 너무나 아쉬운 마음이 일어 독후감을 엮어 보았다. 더구나 그는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에 거주하고 있다니 더욱 친밀감이 인다.

잠시 시간만 나면 손쉽게 열 수 있는 휴대폰으로 온갖 볼거리를 즐기는 현대인은 신문 한 장, 책 한 권 읽을 시간에 인색하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미 동부까지 창궐한다는 뉴스가 외출을 삼가라고 연일 보도하는 바람에 인파로 붐비던 모든 비즈니스가 찬바람을 맞고 있다. 차제(此際)에 두툼한 책 한 권 들고 조선 시대의 미술작품을 감상하며 모처럼 뜻있는 병가(病暇)? 를 즐기는 것도 좋을 듯하다.


윤봉춘 / 수필가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