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커뮤니티 액션] "제발 99%를 생각해줘요"

지난 9일 플러싱 세인트 조지 교회에 샤론 이퀸즈보로장 대행이 왔습니다. 그는 첫 한인, 아시안 보로장입니다. 그래서인지 플러싱 강변 개발에 맞서는 커뮤니티의 목소리를 알리려는 민권센터의 바람을 들어주었습니다.

보로장이 이런 발걸음을 하는 건 드문 일입니다. 개발 추진 현장과 주변을 둘러보며 세입자권익운동가 바비네이슨과 민권센터 일꾼들의 설명을 들었습니다. 개발이 왜 나쁜지 말입니다. 주민들과 교회에서 만나는 시간은 20분이라고 했습니다. 서너 사람만 이야기하면 끝날 판이었습니다. 민권센터 장년, 세입자 모임 한인들과 흑인, 라티노, 중국인 등 다양한 주민 40여 명이 방을 가득 채웠습니다. 민권센터 존 박 사무총장과 변선애 리드 하우징 오거나이저가 오늘 모인 까닭을 알린 뒤 보로장은 듣기 시작했습니다. 서너 사람이 말을 한 뒤 시간은 끝나 갔습니다.

그때 한 분이 일어섰습니다. 하늘색 외투에 깔끔하게 목도리를 두른 한인 할머니는 말했습니다. “홀몸으로 아이들을 키우면서 열심히 살았지만, 부자가 되지는 못했어요. 렌트를 내고 나면 남는 돈이 없어요. 또 대규모 개발로 고급 콘도, 호텔들이 들어서 플러싱 렌트가 오르면 정말 살 수가 없고 이곳을 떠나야 해요. 제발 1% 부자들만이 아니라 99%를 생각해주세요.” 순간 할머니는 말을 잇지 못하고 울음을 삼켰습니다. 통역하던 민권센터 일꾼들도, 다른 주민들도 눈시울이 젖었습니다. 그 뒤 슬픔은 더 깊어졌고 눈물은 더 쏟아졌습니다. 존 최 플러싱상공회의소 사무총장도 개발에 밀려 가게를 잃은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신 이야기를 하며 울었습니다. 개발은 수많은 ‘맘앤팝’ 가게들의 앞날도 어둡게 만든다고 했습니다.

주민들은 화를 내지 않았습니다. 한없는 슬픔을 전했습니다. 이민자의 딸인 보로장은 마음을 열었습니다. 모임은 20분이 아니라 두 시간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누구나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했습니다. 론 김 뉴욕주 하원의원도 주민들 사이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참으로 보기 힘든 정치인과 커뮤니티의 만남이었습니다.



하지만 보로장이 맘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시의회와 정부에 달렸습니다. 개발업자들은 지난해 1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쓰며 정치인들에게 로비했습니다. 언제쯤 99%를 생각해주는 정치가 이루어질까요. 서민들을 짓밟는 고급 콘도와 호텔 1725개가 정말 플러싱 강변에 꼭 들어서야 할까요.

플러싱에서 태어나 예순을 넘기며 살아온 한 주민은 말했습니다. “지금도 수없이 많은 건물을 짓고 있는데 또 짓는다고요? 도대체 언제 끝나나요? 제발, 우리 모두 사람 아닌가요? 사람들 생각도 해야죠.”


김갑송 / 민권센터 국장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