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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맛과 멋] 보즈맨 심포니와 저녁을

몬태나주의 보즈맨은 인구 5만 명의 타운에 그 중 몬태나주립대 학생만 1만5000명인 젊은 도시다. 그래서 그런지 이 작은 도시에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물론 오페라단, 발레단, 셰익스피어 극단까지 다 갖춰서, 가히 몬태나의 뉴욕이라고 할 만하다.

지난 토요일, 보즈맨 심포니 연주회를 보러 갔다. 윌슨 홀에서 열린 공연은 만석이었다. 막내 커플과 나는 글렌 부부와 친구 젯슨 등 일곱 명이 일찍 만나서 느긋이 저녁을 먹고, 윌슨 홀까지 걸어갔다. 거의 저녁 외출을 하지 않는 내가 해가 져서 어두워진 거리를 친한 친구들과 걷다 보니 마치 청춘 시절로 돌아간 듯, 상큼한 저녁 공기만큼이나 기분이 신선해졌다.

첫 곡이 시작되자 무조건 좋았다. 저녁 외출을 하지 않은 이래 오케스트라 연주를 본 지 오래 되어서 오케스트라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뛰었다. 첫 곡은 아프리칸-아메리칸 여성 작곡가로는 최초로 교향곡을 작곡한 플로렌스 프라이스(Florence Price, 1887~1953)의 곡이었다. 처음 들어보는 곡이지만 낯설지 않았다.

연주회의 하이라이트인 클라리넷 협연은 줄리아드 출신으로 유명한 클라리넷 연주자 존 마나스(Jon Manasse, 1965~)였다. 많은 유명 오케스트라의 클라리넷 수석을 지낸 그는 카리스마가 넘쳤고, 가죽으로 목선을 장식한 까만 셔츠는 세련미가 뚝뚝 흘렀다. 재즈와 클래식을 넘나드는 전설적인 스윙재즈의 황제 베니 굿맨(Benjamin David Goodman, 1909~1986)을 위해서 애런 코플랜드(Aaron Copland, 1900~1990)가 작곡한 1949년 작곡한 클라리넷 협주곡은 현란한 마나스의 연주로 청중을 휘몰아쳤다. 마나스는 악기와 몸이 하나가 되어 무대가 마치 놀이터인 양 무대를 섭렵했다. 곡이 끝나자마자 청중들은 기립박수로 감동을 전하면서 앙코르를 외쳤다. 마나스는 거쉬인의 곡을 한 곡 더 연주해주고서야 퇴장할 수 있었다.



이 작은 도시에서 유명한 연주자를 초청한 것도 놀라운데, 연주자가 최고의 연주로 청중들에게 감격의 폭탄을 터뜨리도록 성의 있는 연주를 해준 것 또한 경이로웠다. 무대에서 음악을 가지고 그렇게 멋지게 노는 연주자는 처음 봤다.

보즈맨 심포니는 워낙 보즈맨 인구가 적으니 연주자 구하기가 힘들어서 멤버 대부분이 보즈맨 주립대 교수들로 구성되었다고 한다. 오케스트라 스트링 섹션만 해도 바이올린과 비올라 주자 반 이상이 막내의 제자들이다. 그들 중엔 졸업생도 있고, 재학 중인 학생도 적지 않다. 그렇게 빈곤한 인재와 경영의 어려움 속에서도 이렇게 훌륭한 연주회를 열어 보러 온 청중들에게 힐링의 시간을 갖게 해주는 교향악단의 존재 의미는 새삼 논할 여지가 없다.

작은 타운의 오케스트라라고 별 기대 없이 그냥 간만 보러 갔던 음악회에서 나는 감동 이상의 즐거움과 기쁨을 느꼈다. 온 세계가 지금 코로나바이러스로 비상시국인데, 아직은 청정 지역인 몬태나에 와있는 것도 행운이라 여겨져서 뉴저지 내 동네에 사는 친구들에게 괜스레 미안한 마음도 들고, 또 이렇게 문화적인 행사를 줄을 이어 개최해서 시민들의 위로가 되어주는 보즈맨이란 동네가 새삼 달라 보였다. 역시 문화는, 예술은, 늘 상상 이상의 세계를 우리에게 열어준다. 그리고 그 세상으로 하여 우리는 일상의 고단함에서 해방된다.


이영주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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