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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염려한다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무조건 취소하라. 수주일 배 안에 갇혀 지낼 각오라면 떠나라. 3월 1일부터 8일까지 예약된 바하마 크루즈선 놓고 지인들이 했던 만류 담이다. 장인어른의 90회 생신을 좋아하는 크루즈 안에서 축하하기로 결정할 당시만 해도 코로나19라는 위험요소는 없었기에 이런 만류는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하기는 말처럼 쉽지 않았다.

크루즈선과 코로나19의 악연은 일본에서다. 승객과 승무원을 합해 총 3700여 명이 승선한 다이아몬드프린세스 호가 요코하마 정박 보름여 만에 621명이 확진자로 밝혀지면서 말이다. 그리고 몇 주 뒤 같은 회사의 그랜드 프린세스 호에서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였다. 이 배는 몇 주 전 멕시코 유람을 끝내고 새로운 승객들로 하와이행에 나섰는데 하선한 승객 가운데 한 명이 사망하면서 회항하였고 46명을 검사한 결과 승객 2명과 승무원 19명이 확진 판정을 받으며 온 미국을 패닉상태로 몰았다.

우리가 타고 떠난 크루즈선은 뉴저지 Bayonne항에서 출발하는 Anthem of the Sea라는 대형 크루즈선이었다. 55개국 4900여 명의 승객과 18개국에서 모집한 1500명의 승무원을 합해 6500명의 인구가 이루는 소도시급으로, 시민들은 2090객실과 수십 개의 식당 및 엘리베이터, 대형극장, 수영장 및 각종 위락시설을 오가며 동병상련(同病相憐)했다. 어떻게 보면 크루즈선만큼 전염 질환에 노출된 환경이 없다. 그렇다고 크루즈선이 이번 경우를 제하면 그렇게 질병에 취약한 존재 역할을 한적은 별로 없다. 오히려 안전하고 호화로운 여행수단으로 주목받으며 하루가 다르게 초대형 크루즈선을 선보이고 있다.

2주 전크루즈선 오르는 우리의 발길은 사실 무거웠다. 핑계만 있다면 돌이키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승선 후 무거운 우울은 눈 녹듯 풀렸다. 선내에는 부모들과 함께한 어린이들과 연로하거나 병약한 분 또는 휠체어를 타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그 누구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고 표정은 밝고 발걸음은 유쾌했다. 마치 승객 모두는 세상의 염려와 걱정, 질병의 근심을 피해 도피성(逃避城)을 찾은 시민들처럼 행복해했고 진정한 자유를 만끽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니 우리 또한 그 분위기에 동화되었고 코로나19, 한국의 총선, 미국의 대선 같은골치 아픈 스토리는 별나라 이야기인 양 잊고 일주일을 살았다.



그리고 지금은 방에만 있는 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고 있다. 가지 말라는 여행을 다녀온 죄(?)의식 중 가장 혹독함은 결혼 7년 반 만에 큰아들 며느리(3남매 중 장남)에게 선물 된2달 배기 첫 손자를 안아보기는커녕 닫은 창문을 사이에 두고 얼굴만 봐야 하는 고문이다. 빨리 2주간의 자가격리 조치에서 벗어나고 싶다.

어제 WHO가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을 선언하였다. 미국은 이제부터가 시작인 것 같아 불안하고 무섭다. 트럼프 대통령이 특별담화를 통해 자신감을 보이지만 당장 우리 타운의 초등학교 학부모가 확진 판정을 받으며 학교 등 모든 공공기관이 폐쇄에 들어갔다. 성경에는 염려하지 말라는 말이 366번 나온다. 염려한다고 키를 한자 더 키울 수 없다는 것이다. 코로나19의 문제는 벌써 우리의 염려 차원을 벗어났다. 차분히 기도하며 자가방역대책을 충실히 하는 가운데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까지 주신 창조주 하나님이 어떻게 일하실 지 기다려봄이 어떨까.


김도수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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