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삶과 믿음] 새해의 기다림 그 이름은 '희망'

겨울의 여울목에서 또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도달합니다. 시간은 언제나 속절없이 흐르고, 그 흐르는 시간 속에 우리는 이리저리 분주하게 고군분투의 삶을 살아갑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뿌듯한 순간 보다는 후회와 부끄러운 순간이 더 떠올라 고개를 떨굽니다. 이 것이 세밑 우리의 정서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새해를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새해에는 다르게 살고 싶은 의지와 다를 것이라는 희망이 새해를 기대하게 합니다.

이 세밑의 시간을 크리스천들은 기다림으로 시작합니다.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께서 오실 것을 기다리며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합니다. 이를 가톨릭 교회에서는 대림절이라 하고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며 기뻐하는 시기를 성탄절이라 합니다.

성탄절은 크리스천이 아니더라도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명절의 하나입니다. 학창시절 아직 세례를 받기도 전에 친구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카드를 그려서 친구들끼리 서로 보내기도 하고, 또 크리스마스 파티를 즐기며 새해를 기다렸습니다. 그 때는 예수님이 누구인지 어떤 의미인지도 알지 못하면서 그 분의 탄생이 기쁜 소식이란 막연한 의미만으로도 성탄은 즐겁고 따듯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올해 가톨릭 교회의 대림 첫째 주일 복음은 루카 복음의 21장의 세상 종말에 관한 말씀으로 시작합니다. 때가 되면 민족들이 공포에 휩싸여 두려운 예감으로 까무러칠 정도의 혼란이 온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의 아들"이 오시니 두려워하지 말고 오히려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고 "늘 깨어 기도하라"고 당부하십니다.



교회 전례력의 새해 첫날인 대림 첫째 주일 복음이 세상 종말에 관한 말씀이라니 좀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릅니다. 복음에서도 드러나듯이 종말은 공포의 혼란 속에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종말은 오히려 새로운 시작과 희망의 표징입니다. 따라서 크리스천의 종말론은 혹세무민이거나 믿는 이들을 협박하고 겁을 주는 말이 아니라 역설적이게도 희망과 구원의 메시지입니다.

따라서 누군가 언제 어느 시간에 세상의 종말이 온다고 말하여도 결코 두려워하거나 숨을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고" 당당하게 일상을 살아갑니다. 단지 이를 위해 언제나 깨어 기도하여야 합니다.

언제나 깨어 기도하면서 우리에게 오시는 그리스도 예수님을 맞을 준비를 합니다. 이것이 대림의 영성입니다.

이천 년 전 이스라엘의 변방 나자렛에서 한 여인이 황당한 일을 경험합니다. 정혼자가 있는 어린 여인에게 천사가 나타나 하느님의 아이를 잉태한다는 소식입니다. 자신의 남편의 아이가 아니라 하느님의 아이를 잉태한다는 것은 사회적 죽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그 여인은 죽음을 불사하고 그 말씀을 받아드립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루카 1: 38).

연약한 여인이 바로 마리아입니다. 마리아를 통해 우리 인간은 단순히 피조물로서 피동적 구원이 아니라 능동적 구원에 참여합니다. 하느님은 우리 모두와 함께 하느님의 나라를 건설하십니다. 이는 하느님은 우리를 위한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느님이시며 바로 우리의 아버지시라는 사실이 마리아를 통해 태어난 "사람의 아들" 예수님이 엠마뉴엘이라 불리는 이유입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대신 해주지 않습니다. 사랑은 그 사람이 가장 잘 할 수 있도록 힘을 주고 용기를 주고 함께 동참합니다. 하느님의 우리에 대한 사랑은 이렇습니다. 그리고 그 사랑은 물같이 언제나 가장 낮은 곳으로 흐릅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차오르고 또 넘쳐 흐릅니다.

그 사랑은 우리 모두가 함께 더불어 넉넉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그 나라를 갈망합니다. 따라서 한사람도 낙오없이 모두가 함께 빙그레 웃는 얼굴을 마주할 때까지 하느님의 사랑은 우리와 함께 할 것입니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는 이 모든 희망이 이루어질 것을 선포합니다.

벌써 제 책상 위에는 보내야할 크리스마스 카드가 쌓여있습니다.


김문수 / 퀸즈 정하상 천주교회 주임신부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