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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철수 속병 클리닉] 현명한 환자는 의사를 '이렇게' 만나다

증세.병력 꼼꼼히 설명해야, 의사도 제대로 된 진찰 가능, 치료도 적극적인 자세 필요

시간적 여유 가지고 임해야, 건강 되찾는 올바른 자세

첫째, 적극적인 자세


"어디가 어떻게 불편해서 오셨습니까?"라는 의사의 질문에 환자들이 대답하는 태도는 여러 가지다. 장황하게 자신의 증세를 꼼꼼히 메모해 와서 설명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야말로 적당히 한 두 마디 대답하며 '의사는 당신이니까 알아서 해주쇼' 하는 환자들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기를, 의사와 이야기하는 것은 무척 어렵다고 한다. 물론 이것은 의료 제도상의 문제이거나 아니면 환자와 충실히 대화하기를 꺼려하는 의사의 개인적인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환자와 의사 사이에 충분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핵심적인 이유는 우리 모두에게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즉 환자가 의사와 적극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의사가 어련히 해주지 않을까, 뭘 그런 것까지 일일이 설명을 해야 하나, 아니면 의사도 무척 바쁜 것 같은데 괜히 귀찮게 하는 것 같아서… 등등의 이유로 많은 사람들은 의사와의 대화를 피하고 있다. 자신이 어디가 어떻게 불편한지를 진지하게 설명해 주지 않는다면 제아무리 명의라 하더라도 환자를 도와줄 수 없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자. 오랫동안 내과 담당의에게 진찰을 받은 당뇨 환자가 최근 가슴 부위가 아파 심장 전문의를 찾아가게 되었다. 의사는 무슨 약을 복용하는지, 지난달 담당의의 검진 결과는 어떠했는지 물었지만, 환자는 의사가 필요로 하는 상세한 대답을 해주지 못했다. 가슴이 어떻게 아프냐고 하는 질문에는 그저 "가끔 빡빡한 느낌이, 생활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지만 그래도 좀 불편한 정도다"라는 말뿐이었다. 자신이 복용하고 있는 약이 무엇이며 당뇨 조절이 어떤지도 잘 모르고, 의사가 알아서 해주겠지 하는 수동적인 자세는 자신의 병을 고치는 데 커다란 장애가 된다. 우리가 자신의 병력과 증상에 대해 의사에게 정확하게 알려 주지 않으면 의사는 제대로 진찰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전문의의 세심한 질문과 진찰이 필요한데, 의사의 개인적인 진료 방침과 스타일에 따라 환자의 문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경우도 더러 생기게 된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반대로 의사에 대해 불신의 태도를 보이게 되고 병원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된다.

진단이 내려지고 치료에 임하게 되었을 때도 환자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의사가 추천하는 치료 방법도 확실히 이해해야 하는데, 때에 따라서는 치료의 선택이 여러 가지일 경우가 있다. 의사의 처방에 의문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물어보아야 한다. 필요하다면 다른 의사와의 재상담을 요구할 수도 있다. 물론 의사를 앞에 두고 다른 의사를 만나 보고 재상담을 받겠다는 말은 환자의 입장에서는 하기 어려운 말이다. 혹시 의사를 불쾌하게 만들지는 않을까 아니면 의사에게 미움(?)을 받지 않을까 두려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의사들은 그렇지 않다. 다른 의사의 생각과 처방이 환자에게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다행으로 생각해야 한다. 자신이 진단하지 못한 문제를 다른 의사가 해결해 줄 수 있다면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의사에게만 전적으로 복종하고 의지하려는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지 말고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좀 더 적극적으로 의사에게 다가가야 한다. 이것은 환자의 책임이다. 다시 말해 병은 의사가 치료한다는 말보다는, 환자 자신이 치료하도록 의사가 돕는다는 말이 더 정확하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여유 있는 자세


진료를 받을 때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시간적인 여유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만큼 빨리빨리 일을 잘하는 민족도 없을 것이다. 무슨 일이든 그야말로 빨리빨리이다. 진료도 예외는 아니다. 병원 예약을 하고 3개월을 기다려 진료를 받으러 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하루 이틀을 못 기다리는 사람도 많다. 그런 환자들은 이미 서너 달 동안 불편했던 몸을 검사하기 위해 병원으로 진료 예약 전화를 한다. "오늘은 의사를 만나 볼 수 없다고요?, 내일은 안 되나요? 가장 빠른 시간으로 일정을 잡고 싶은데…." 심지어는 병원 대기실에 앉아 기다리면서까지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나요? 10분 후에 누구하고 약속이 있는데…" 등등이다. 물론 상황이 반 응급 상태라면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말이다. 그야말로 성급하기 짝이 없다. 옛말에 '급하게 먹는 밥은 체하는 법이다' 라고 했다.

병원을 찾는 것은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이다. 건강 진료는 자신과 의료진과의 만남으로 시작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이러한 만남은 소중한 만남이며, 이를 위해서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우선 우리는 의사를 만나기 전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어디가 어떻게 얼마만큼 불편한지, 자신의 증세에 대한 여러 질문들을 미리 생각해 두는 것이 좋다. 그리고 현재 복용하고 있는 약 이름을 메모하고 의료진을 대한다면 좀 더 자신을 사랑하는, 아니 자신의 건강을 위하는 태도가 되지 않을까? 단순히 기계적으로 대충 피검사 소변 검사 하고 시간에 쫓겨 머릿속은 회사 일로 가득한 채 병원 문을 나서는 모습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누구 말대로 건강이야말로 자신의 전 재산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말이다.


현철수 박사=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생물리학을 전공하고 마이애미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조지타운 의과대학병원에서 내과 레지던시 후 예일 대학병원에서 위장, 간내과 전문의 과정을 수료하고 많은 임상 활동과 연구 경력을 쌓았다. 로체스터 대학에서 생물리학 박사, 시카고 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 과정을 마쳤다. 스토니브룩 뉴욕주립 의과대학과 코넬 의과대학에서 위장내과, 간내과 교수를 겸임했다. 재미 한인의사협회 회장, 세계한인의사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뉴저지주 의료감독위원회 위원이자 아시안 아메리칸 위암 테스크포스(Asian American Stomach Cancer Task Force)와 바이러스 간염 연구센터(Center for Viral Hepatitis)를 창설해 위암 및 간질환에 대한 캠페인과 나아가 문화, 인종적 격차에서 오는 글로벌 의료의 불균형에 대한 연구를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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