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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호동원장의 체질칼럼]깊은 밤의 불면증

예민하고 우울질적인 목음인에게 가장 잘 나타나

필자는 중고등학교 시절 예민해서 그랬던지 집을 떠나면 영 잠을 이루지 못했었다.


한 번은 여름 야외 캠프를 갖다가 주위에서는 코를 드르렁 골며 잘도 자는데 필자는 그 소리를 탓하며 꼬박 잠을 샌 적이 있었다.
(미칠 지경이었다.
)

그래서인지 여행이나 외박하는 것을 싫어했다.


친구들은 여행가고 캠프 간다고 좋아들 하며 어떻게 재미나게 보낼까 궁리에 궁리를 하는데 필자는 정말 부득이 한 경우가 아니면 ‘외박’하고는 아예 담을 쌓다시피 하였다.


어쩌다가 남의 집을 방문하거나 야외로 나갈 것 같으면 잠 못 잘 것이라는 자기 암시에 빠져 결국에는 자는 둥 마는 둥 그런 식이어서 잠 못 이루는 긴 밤을 한탄하곤 하였다.
그런데 군대가서 이런 양상이 완전히 변했다.


군대라는 곳이 집단 사회이기에 단체 행동을 해야 하는데 입대 전 염려와는 달리 군 생활 동안 잠 못 이루어 고통 받은 날은 내 기억으로는 입대하던 초기, 훈련이 없었던 며칠을 제하고는 하루도 없을 정도로 잠에 있어서는 아주 행복한 세월을 보냈다.


성격도 아울러 좀 대범하게 바뀐 것 같고…. 어쨌든 군 시절 이후에 지금까지 어디를 가도 잠을 비교적 달게 자기에 그저 감사한 마음이 든다.
(군대는 여러 모로 가 볼 만한 곳이다.
)

청년기에는 나만 잠 못 자는 것 같아 “사내 자식이 예민해서 밤에 잠도 못 잔다”라는 소리 들을까 봐 잠에 대해서는 입 뻥끗도 안 했는데, 사실 그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불면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적지 않다.


선진국이라는 북미나 유럽 인구의 10%에서 상당히 심각한 수면 장애가 있으며 거기에 가끔씩 불면으로 고통받는 사람을 더하면 수면장애는 일반 인구의 20-30% 이상이 될 것이라는 추정이다.
본원에 불면증 때문에 방문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잠은 어떴습니까?” 라는 물음에 “잠은 별(전혀) 문제 없습니다.
” 라는 답변이 그리 흔치 않은 것을 볼 때 많은 사람이 그 정도의 차이는 있더라도 가볍게 혹은 심각하게 불면에 직면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그러나 필자의 청소년시절은 (치료가 필요한)불면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심리적인 번뇌가 있는 날이든지 긴장을 하고 있을 때 혹은 환경이 바뀌면 잠을 잘 이루지를 못하는데 (이상을 신경증성 불면이라 칭한다.
) 이것은 의료치료의 대상이 아니다.
의학적으로 아래와 같은 경우가 의료 치료의 대상이 되는 불면이다.


*상기의 신경증성 불면이 중증으로 지속되는 경우

*완고한 신체 질환의 고통 때문에 일어나는 수면 장애

*뇌의 기질성 질환이나 내분비 질환이 있을 때의 수면장애

*우울증이나 정신분열병 등 소위 내인성 정신병 일 때의 불면을 주 증상으로 하는 만성적 병태를 불면증이라 하는데 기실 그 원인이라고 생각되는 질병이나 환경 요인은 발견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불안이나 긴장에 의한 정신 감정의 장애에 의한 심인성이 불면증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본다.
불면증은 수면을 취할 수 없는 병이라기 보다는 수면을 취할 수 없는 것이 기로 변하여 불안하게 되는 병으로 불면만이 전면으로 나타나는 노이로제 (신경증)인 것이다.


필자는 적지 않은 불면증에 대한 치료 경험이 있다.
그 중 늘 기억하는 경우로 50세가 넘은 한 서양인이 있다.
본원을 방문하기 수개월 전에 부당하게 회사로부터 해고를 받은 이후부터 불면이 와서 하루 2 시간을 채 자지 못하다며 고통스러워 하였다.


환자는 수면제에 대한 일종의 거부감이 있었는데 잠을 못 자서 그런지 얼굴이 붉고 열이 떠 있는 듯하여 한 눈에도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다.
처음에 체질을 감별하고 침을 놓고 다음 번 방문 때 어떠했는가 물으니 별 차도가 없다 한다.


두 번째도 여전히 잠을 못 잤다 하던 그는 세 번째 침 치료를 받고부터 하루 6 시간 정도 잤다 하며 만족해 한다.
그리고 그 후 몇 번의 치료를 받은 후 그는 평소와 같은 수면을 취하고 있다.


체질의학에서는 목음인에게 불면이 가장 잘 나타난다고 본다.
이는 목음인이 모든 체질 중에서 가장 예민하고 우울질적인 기질이 강하기 때문이다.
불면은 그 기질이 동적이고 긍정적인 태양인이나 소양인보다는 조금은 부정적이고 정적인 소음인이나 태음인에게 더 많다.


불면에 대해 이런저런 요법이, 수면제를 포함한, 제시되고 있지만 가장 정확한 접근과 치료는 역시 체질 감별과 체질 치료에 있다.


밴쿠버의 늦가을 그리고 겨울, 우중충한 기후로 인해 불면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런 외적인 환경 때문이라기 보다는 불면은 살아가면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 특히 심리적인 문제들을 극복하지 못하는데 오는 불안과 함께 동반되는 일종의 신경증이다.


필자가 군대에서 오히려 달게 잠을 잔 것은 군대라는 특수 사회에서 자기 자신과 현실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러므로 사소하든지 중대한 문제든지 자신과 현실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그 것이 불면증 해소의 올바른 방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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