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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에서 기쁨이 나옵니다'

[권호동원장의 체질칼럼]心臟, 君主之官 神明之出焉

경락 통해 심기 흐름 조절하고 억눌린 기운 소통시켜


밴쿠버는 삶의 질에서 세계적으로 몇 손가락에 꼽히는 도시로 정평이 나 있다.
정치적 안정도, 보건 체계, 범죄율, 교육, 공공 서비스 등에서 가장 우수한 도시 군에 속한다는 것이다.
정말 도시가 온통 전원화 되어 있고 사시사철로 그다지 덥지도 춥지도 않은 기후, 사방이 산과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멋진 자연 환경은 일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백이면 백 다 이에 동조하지는 않는다.
계속 상승하는 집값과 특히 이민자들에게 제한되어 있는 일자리, 을씨년스럽고 주야장천 내리는 비 그리고 활기차지 않은 도시 분위기는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 도시에 많은 점수를 주지 못하게 한다.


일전에 어떤 환자가 진료를 받으러 왔다가 밴쿠버에 사는 것이 좋고 좋지 않고를 떠나서 왜 이리 무료하고 재미 없냐며 하소연조로 타령하는 말을 들었다.
한국이 이런 저런 일로 늘 상 시끄러워도 말이 통하고 친구가 있고 술이 있으며 하다못해 TV의 감칠 맛나는 드라마와 쇼를 보는 맛이라도 있는데 이곳 생활은 뭐 하나 재미난 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화병(火病)이 꼭 고부간의 인간 갈등 같은 데서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삶의 재미, 기쁨이 없는 데서도 올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리 밴쿠버가 아름답고 살기 좋기로 유명하다고 해도 나 사는 것이 재미없으면 그 무슨 빛 좋은 개살구인가.

그런데 똑 같은 환경에서 쉽게 우울해지고 부정적이 되며 사는 것이 재미없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래도 웃음이나 재미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흔히들 삶의 기쁨이 없고 상심된 일일 생길 때 “마음이 허전하다.
마음이 텅 비었다.
”라는 말을 쓰는데, 지각하는 곳은 뇌인데 어찌 느끼는 것은 마음인지 한 번 생각해 볼 만하다.


마음을 心이라 한다.
어떤 단어에 마음 ‘심’ 자가 들어가면 어떤 핵심적인 것, 중요한 것, 중심이 될 만한 것을 가리킨다.
한의학에서 심장을 가리켜 ‘심장 군주지관 신명지출언(심장은 인체의 왕 같은 기관이며 여기에서 정신세계가 나온다.
)’ 이라 하여 인체의 중심으로 놓았다.
심장에서 신명이 나온다는 것이다.


정신의식사유(精神意識思惟)의 주재로서 喜樂, 憂愁(우수:우울함), 恐懼(공구:두려움), 思慮(사려) 등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삶의 기쁨이 바로 심장에서 나온다.
심장에서 신명이 나온다는 것은 심장이 즐거움, 기쁨의 근원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심장의 氣(에너지)가 강한 사람이 인생의 기쁨, 즐거움, 미적 감각이 출중한 사람이요, 근심이나 불안, 두려움이 밀어닥치는 상황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할 수 있다.


심장은 화에 속한다.
대개 우울질적인 사람을 보면 얼굴에 별 화색이 없다.
반면에 얼굴이 술 한잔 한 사람처럼 붉고 편안해 보이고 또 명랑한 사람은 심장의 화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요 이때는 여간 해서 눈살을 찌푸리지 않고 웃음을 짓는다.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라고 하는 밴쿠버든, 아니면 가장 살기 힘든 도시든 심장의 기를 계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람을 볼 때 도무지 신명 나지 않는 사람, 도무지 명랑기라고는 담을 쌓은 사람, 미적인 감각이 없고 잘 웃지 않으며 나이를 불문하고 청춘의 정열이 없는 사람, 이런 사람들에게 심장의 기를 넣어주면 신명이 나와 새로운 시각으로 현실을 보고 인생을 대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심장의 기(에너지)를 계발할 것인가?
사람은 나이가 어릴수록 신명이 많다.
어린 아이들은 뭐 별 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하루 온종일 지루해하지 않고 뛰어 놀며 재미나 한다.
10대의 소년, 소녀만해도 웃음이 많다.
(요즈음은 갈수록 덜한 것 같다)

백마 타고 오는 왕자나 눈 같이 흰 공주를 만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가득하고 조그마한 일에도 마음 설레고 또 자지러지게 웃는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신명남이 줄어든다.


스스로부터 신명남이 나오지 않으니 무엇인가 다른 것을 의지한다.
술을 찾고, 영화를 찾고 나이트 클럽을 찾고 쓸데없이 인터넷을 기웃거리고 자꾸만 눈을 집밖으로 돌린다.
외도도 사는 게 재미없고 권태로울 때 찾아오고 마약에 손을 대기도 하니 사는 것이 재미없고 기쁨이 없는 것이 그만큼 위험한 것이다.


어떤 감성, 멋, 미적 감각, 재미, 기쁨, 이 모든 것들이 심장에서 비롯된다면, 이 심기를 계발시켜야 할 것인데 한의학에서는 경락을 통해 심기의 흐름을 조절하고 막히고 억눌린 기운을 소통시킨다.
이제마의 사상의학에서는 소양인의 심장이 가장 크다.
그러므로 소양인들이 대개 명랑하고 얼굴색이 대체적으로 붉으며 좀 신명 나 보인다.


그러나 소양인은 삶의 권태에서 예외일까? 그렇지 않다, 어느 체질이든 사는 것이 재미없고 기쁨이 없는 권태에 접어들 수 있는데 이는 심기가 막힌 것이며 심기를 소통시키고 계발하여야 할 것인데 그러면 그것을 누가-나 스스로가, 의사가 아니면 신이- 할 것인가?

2006년이 저물어 간다.
묵은 것을 보내고 새것을 기다리는 마음은 희망차 보이지만 새해라는 시간의 흐름과 변화가 심기를 일신시켜주는 것은 오래가지 못한다.
각 사람이 그저 자신의 실체와 현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임과 함께 좀 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삶의 태도를 새롭게 함으로 심기의 흐름을 순조롭게 하여 신명이 출현함과 함께 기쁨이 있는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래본다.


권호동원장은...
▶상문고등학교▶경희대 한의과대학▶00사단 한방 군의관▶국군 덕정 병원 한방과장▶서울 유광 한의원 개원▶밴쿠버 이민 (1996) ▶다니엘 한의원(1997-) (604-438-70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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