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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칼럼] 우리는 모두 금메달리스트!

-열 네 번째 한글 올림피아드 대회를 마치고

오르락 내리락 나는 올라가고 너는 내려오고
오르락 내리락 내 엉덩이가 쿵 네 엉덩이가 쿵
오르락 내리락 시소 타기 정말 재미있어
다섯 살 꼬마 친구가 예쁜 드레스를 차려 입고 무대에 올라 자신감 있게 동시 한편을 낭송한다. 해맑은 눈빛엔 온 세상이 가득, 예쁘게 들어 있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산림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이상 세계에 대한 소망과 그리움을 친근한 ‘어머니’를 부르며 뜻 깊게 노래한 시인의 마음을 완전히 소화한 듯 9연이나 되는 짧지 않은 시를 편히 낭송하는 한 학생의 낭랑한 음성 또한 아직도 귓전에 가득하다.

지난 9일, 화창한 가을날, 잔스크릭 한인교회에서는 사우스 캐롤라이나, 테네시, 앨라배마, 그리고 조지아 지역의 23개 학교에서 참가한 학생들이 그 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겨룬 ‘제14회 한글 올림피아드’ 대회가 열렸다.

한국 역사 퀴즈, 동화 읽고 요약하기, 받아쓰기, 동화구연, 가로 세로 낱말 맞히기, 시(동시) 낭송하기, 한글 골든 벨, 글자 놀이 등 다양한 종목별로 유치부부터 고등부 학생들까지 각자의 수준에 맞춰 함께한 이번 대회에서 우리의 꿈나무들은 마음껏 한국어 실력을 발휘하였다.

시(동시) 낭송 부문을 맡아 처음부터 진행을 지켜보았는데 우리 아이들의 능력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했다. 울긋불긋 단풍을 낭송해 가을을 느끼게 하더니 이상 세계에 대한 동경과 ‘어머니’와 함께 살고자 하는 마음을 읊어 가슴까지 울게 만들었다.

물론, 열심히 연습하여 무대에 섰는데 긴장감에 제대로 낭송하지 못한 친구도 있었고 다시 한 번의 기회로 끝까지 낭송한 학생도 있었다. 상을 타기 위한 대회라기보다는 갈고 닦은 실력을 자신감 있게 친구들과 선생님 앞에서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시를 외우며 시상에 잠겨보던 여고 시절을 떠올리게도 한 시간이었다. 심사 위원들의 흐뭇한 미소, 가끔 생각이 나지 않는 학생들을 위해 한 구절 건네주는 여유, 서로 잘했다고 박수를 쳐주는 학생들의 태도 등등은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모든 대회가 종목별로 끝나고 학부모와 학생들, 선생님들이 한 자리에 다시 모였다. 금, 은, 동메달을 목에 거는 시상식에서 우리 모두는 올림픽의 시상식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친구의 이름이 불려질 때마다 환호성을 내며 축하해주는 축제의 자리였다.

토요일 오후 내내 ‘한글 올림피아드 대회’에서 참가하는 종목을 위해 최선을 다해준 학생들과 학부모님에게 전하고 싶다. 우리는 모두 다 승리자라고! 우리는 모두, 미국의 조지아에서 한글을, 그리고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자랑한 올림픽의 금메달리스트라고 말이다.




김선희 냇가에 심은 나무 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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