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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함께 걷자

“Black Lives Matter(흑인생명도 소중하다)”라는 구호를 앞세우며 뉴욕을 포함해 미국 대도시 전역에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대한 항의 시위가 장의 2주째 계속되고 있다. 이 시위의 발단은 지난달 5월 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그로서리 가게에서 20달러짜리 위조 지폐를 사용했다는 가게 주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백인 경찰이 체포과정에서 비무장으로 저항하지도 않는 플로이드를 뒤로 수갑을 채인 채 넘어진 그를 데릭 쇼빈이라는 백인 경찰은 8분 46초 동안이나 무릎으로 그의 목을 짓눌러 결국은 질식해서 죽게 만든 사건이다. 그는 너무 괴로워 “숨을 쉴 수 없다” “숨이 막힌다”고 호소했으나 경찰은 계속 그를 무릎으로 눌러서 죽게 했다. 오늘도 어제도 일주일이 넘도록 뉴욕을 비롯해 미국 곳곳에서 경찰의 과잉대응과 인종차별 폭력에 항의하고, 플로이드의 억울한 죽음에 정의를 외치고 있다.

이 사건을 바라보며 미국에 사는 한인 커뮤니티의 입장과 대응은 어떡해해야 하나를 생각해본다. 우리 한인 커뮤니티는 늘 지역 경찰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많은 우리 자녀들이 경찰로 근무하고 있다. 대다수의 경찰은 몸을 던져서 시민의 안전을 지키고 있지만, 어느 조직이나 항상 Bad apple, 나쁜 경찰(bad cop)이 문제를 일으킨다.

현재의 시위는 2주 전에 죽은 플로이드 때문만은 아니다. 거듭되는 경찰의 잔혹함에 지금 흑인들의 분노는 거의 극에 달했다. 지난 3월 13일 켄터키루이빌에서 간호사를 꿈꾸던 26세 된 흑인 여성 EMT 구급차 요원 Breonna Taylor는 한밤중에 집에 들이닥친 경찰 총에 어이없이 죽었고, 또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는 18세 Michael Brown이라는 흑인 청년은 대학 입학을 앞두고 할머니 집에 가다가 경찰의 불심검문에 두손을 들고 응했는데도 백인 경찰이 12발을 발사해 Michael을 죽게 했다. 또 6년 전 뉴욕 스태튼 아일랜드에서도 에릭 가너 라는 건장한 흑인이 길가에서 가치담배를 팔다가 경찰이 검문 중 가드너가 저항하자 뒤에서 목을 졸라 죽게 한 사건이다. 이때도 가드너가 숨이 막혀 ‘I can’t breathe, I can‘t breathe’를 외쳤다고 한다. 이렇게 경찰의 계속되는 폭력에 흑인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그들은 제도(policy)를 바꾸기 위해 싸우는 것이다.

1992년 4·29 LA 폭동을 상기해본다. 이 폭동의 원인은, 서부 L.A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던 두순자 씨가 1.25달러짜리 주스를 사려던 15세 나타샤라는 흑인 소녀를 도둑으로 오인해서 말다툼 끝에 나가는 소녀의 뒤통수를 권총으로 쏘아 죽인 사건에서 시작됐다. 두순자 씨가 살인사건으로 기소되었으나 재판에서 정당방위를 주장하여 무죄로 판결 나자 흑인사회는 허탈감과 분노가 들끓기 시작했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로드니 킹이라는 흑인 운전사가 속도위반 했다고 4명의 백인 경찰이 경찰봉으로 무차별 구타하고 전기충격기를 썼다. 마침 인근에 사는 주민이 경찰이 폭행하는 모습을 비디오로 찍어 언론사에 보냈다. 이 영상은 흑인들을 분노케 했다. 이 사건으로 경찰이 폭력으로 재판을 받았으나 1992년 4월 29일 대부분 백인 배심원들이 경찰들에게도 또 무죄판결이 내려지자, 법원 앞에 있던 흑인들이 인종차별적인 재판에 분노하여 거리로 뛰쳐나가 시위를 시작했다. 곧이어 온 LA 흑인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며 시위는 점점 폭동으로 변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그들의 인종차별과 경찰폭력에 대한 정의를 외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때 경찰이 백인 부자들이 사는 서부 LA를 지키기 위해 한인 상가를약탈당하게 내버려 둔 기억도 생생하다.



지금 뉴욕의 시위대를 보면 흑인을 비롯하여 많은 백인 젊은이들, 히스패닉, 젊은 아시안들이다. 현재 우리가 미국에서 누리고 있는 복지정책, 교육, 의료, 경제, 투표권 등의 많은 혜택은 흑인들이 오늘과 같이 시위하며, 투쟁과 희생으로 얻어낸 시민운동(Civil Right)의 대가다. 사실 우리는 흑인들이 인종차별 철폐를 위해 싸워서 얻어낸 혜택에 무임승차한 것과 같다. 또한, 우리의 현실은 몇몇 분야를 빼놓고 대부분 비즈니스가 흑인과 히스패닉이 주 고객인 지역이 많다. 솔직히 한인 커뮤니티의 경제적인 기반과 성장은 흑인들과 히스패닉 고객의 구매로 이루어진 것이다.

시위를 보며, 나를 포함하여 많은 한인은 혹시 우리 가게가 피해를 보지나 않을까, 장사에 지장이 없을까, 또 유리창을 깨고 약탈당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또 언론에 의하면 브롱스와 필라델피아 한인 상가가 큰 피해를 입었다. 물론 시위대 중에는 불순한 목적으로 참여한 이도 있다. 한편으로는 아, 저 일은 흑인들 일이고 우리와는 별 관계가 없다고 여기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우리도 흑인들처럼 당할 수 있다. 우리도 유색인종이며 소수민족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도 시위에 동참해야 한다. 우리도 인종차별 철폐와 경찰폭력 시위에 함께 해야 한다. 이젠 우리도 우리 이웃, 타인종이 아파할 때 함께 울고, 함께 정의를 위해 싸우고, 함께 행진하며, 함께 외치며, 함께 투표하여 더 낳은 미국을 만들어 가는 행진에 동참해야 한다.


박윤용 / 전 한인권익신징위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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