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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4년 더, 4년 더'

[LA중앙일보] 발행 2019/12/20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19/12/19 19:02

예상된 결말로 긴박감은 떨어졌지만 미국 역사 243년에 단 3번밖에 없었던 중대한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대통령 탄핵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8일 가결됐다. 탄핵사유는 권력 남용과 의회 방해. 권력 남용은 지난 7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할 때 4억 달러 군사 원조를 조건으로 대선 경쟁 후보 민주당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비리조사를 강요한 혐의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이다. 의회 방해는 트럼프가 하원의 탄핵조사 불응을 행정부에 지시한 것에 대한 책임이다.

21년 전에는 빌 클린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연방하원에서 가결됐다. 1998년 12월 19일 통과돼 트럼프와 날짜로는 하루 차이다. 클린턴의 탄핵사유는 위증과 사법 방해. 하원의 탄핵소추안은 가결됐지만 상원에서는 부결됐다. 1868년에는 17대 앤드루 존슨 대통령의 탄핵재판이 열렸다. 하원을 통과해 상원표결까지 갔지만 1표가 부족해 부결됐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탄핵 표결 전 사임해 역사상 대통령 탄핵은 이번이 3번째다.

트럼프의 탄핵소추안이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에서는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 탄핵에는 67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현 의석은 공화 53석, 민주 45석, 무소속 2석의 분포다. 공화당에서 다수의 찬성표가 나오지 않는 한 역부족이다. 하원 표결에서 보듯이 이탈표가 없다면 상원 벽은 넘기 힘들다.

원로 언론인 엘리자베스 드루는 15일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공화, 민주 양당은 그 어느 때보다도 당파적으로 양극화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소속 정당이 다수당일 경우 탄핵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선출직 정치인에 대한 해임 절차를 까다롭게 하고 있다. 소도시의 시의원도 주민이 선출하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민소환제도를 통해서만 해임할 수 있다. 반면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은 국민의 동의 없이 트위터 통보로도 파면이 가능한다.

미국 대통령은 선출직 정치인의 가장 정점이다. 탄핵 절차도 종신직인 연방대법관에 버금가게 까다롭다. 과반수 원칙의 민주제에서도 상원의 통과 표결수를 3분의 2로 정하고 있다.

트럼프 탄핵도 하원에 그칠 공산이 크지만 소추안 가결의 여파는 크다. 탄핵을 주도한 민주당으로서는 극약 처방이다. 정가의 풍향에 따라 내년 대선을 승리로 이끌 승부수도, 역풍을 가져올 무리수도 될 수있다.

한 가지 이번 트럼프의 탄핵은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의 하원 탄핵소추는 두번째 임기에 발생했지만 트럼프는 재선 캠페인을 앞두고 있다. 미국 역사상 3번째 탄핵 대통령이라는 주홍글씨는 유권자의 기억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취임 이후 줄곧 탄핵의 그림자를 떨치지 못했던 그에게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건재하다. 탄핵 표결에서 공화당 의원 중 1명의 찬성도 없다. 찬성을 지지하는 국민의 비율도 의미있는 수치를 넘지 못하고 있다. 하원의 탄핵표결이 진행되던 때 트럼프는 미시간주 배틀크릭에서 열린 재선 캠페인에 참석했다. 트럼프는 연설을 통해 미국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주범으로 민주당을 강력하게 비난했고 행사장을 가득 채운 지지자들은 ‘4년 더, 4년 더’를 연호하며 화답했다.

트럼프의 미국, 그들의 미국은 아직 흔들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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