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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네트워크] 한·미 연합훈련과 북한의 역설화법

채병건 / 한국중앙일보 국제외교안보 에디터
채병건 / 한국중앙일보 국제외교안보 에디터 

[LA중앙일보] 발행 2019/12/28 미주판 15면 기사입력 2019/12/27 18:34

북한을 읽는 관점은 크게 전통적 접근과 내재적 접근으로 분류할 수 있다. 전통적 접근은 자의적 표현이긴 한데 서구, 즉 미국적 시각에서 불투명한 전체주의 체제인 북한을 들여다보는 방식이다. 반면 내재적 접근은 북한 내부의 시선으로 북한의 속내를 읽어보자는 접근법이다.

전통적 접근이 대체로 미국 관료나 워싱턴의 싱크탱크 인사들, 외교부의 워싱턴 스쿨이 보여주는 관점이라면 내재적 접근은 노동신문을 집중 판독한 국내파 북한 전문가들의 접근법이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론 양 접근은 모두 일장일단이 있다고 본다.

전통적 접근과 내재적 접근은 때로는 북한의 태도를 놓고 정반대의 처방을 내리곤 한다.

예컨대 북한이 백악관이나 청와대를 향해 거친 막말을 쏟아내거나 위협을 할 때 전통적 접근에선 ‘북한의 벼랑끝 전술이 또 도졌다’고 진단하지만, 내재적 접근에선 '북한의 속내는 대화를 하고 싶다는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그렇다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3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방북 특사단을 만난 자리에서 ‘한·미 연합훈련 이해’ 입장을 밝혔던 것은 어떻게 해석하는 게 적절했을까.

당시 정 실장이 서울로 돌아와 언론 브리핑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해 연기된 한·미 연합훈련과 관련해 4월부터 예년 수준으로 진행하는 것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김 위원장이 밝혔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그러나 앞으로 한반도 정세가 안정기로 진입하면 한·미 훈련이 조절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도 밝혔다고 한다. 이는 북한의 전향적인 대화 자세를 보여주는 방증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로부터 1년 9개월이 지난 현재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양해가 아니라 중단이다. 그것도 영구적 중단이다. 백악관을 찾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은 지난달 담화에서 “우리가 미국에 요구하는 것은 남조선과의 합동군사연습에서 빠지든가 아니면 연습 자체를 완전히 중지하라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 두 달 전인 7월 27일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연합훈련의) 전면적이고 영구적인 중단이야말로 북남관계 개선과 조선반도 평화보장의 선결 조건, 근본 전제”라고 주장했다.

한·미 연합훈련이야말로 북한 내부의 시선, 즉 내재적으로 접근하면 혼선을 빚을 일이 없었다.

북한이 남한을 보는 입장은 일관된다. '미제의 종속을 벗어나라’다. 6·25전쟁은 미국에 종속된 남조선을 해방하겠다는 ‘조국해방전쟁’이었다. 미제를 떨쳐내지 못한 남조선은 북한과 비교할 수 없는 식민지에 불과하다.

무엇보다도 북한이 내건 한반도 비핵화엔 남조선 중립화가 포함돼 있다. 이런 북한이 한·미 군사훈련을 인정한다면 스스로에 대한 부정이다. 그렇다면 ‘이해’ 발언은 말 그대로 외교적 표현인 ‘언더스탠드(understand)’였다. ‘당신 입장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당신 주장이 뭔지는 알고 있다’ 정도로 받아들였으면 될 일이었다.

현재 북한의 입장은 선명하다. 연합훈련 중단은 북·미 비핵화 협상장에서 서로 주고받을 등가물이 아니라, 협상을 시작하기 위해 미국이 취해야 할 전제다. 훈련을 중단했으니 북한도 상응하는 비핵화 조치를 하겠다는 게 아니라, 훈련 중단을 포함하는 선행 조치들에 나서야 미국과 얼굴을 맞대고 무엇을 주고받을지 협상할 수 있다는 얘기다.

돌이켜보면 ‘연합훈련 이해’ 발언은 역설화법이었다. 북한이 정말 원하는 건 연합훈련 중단과 그에 뒤이은 군사적 후속 프로세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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