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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편지] ‘공포’ 팬데믹

기억과 감정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것은 아마 감정을 처리하는 뇌의 영역인 아미그달라(amygdala), 한국어로는 편도체라고 하는 신체적 영역이 해마(hippocampus)라고 불리는 뇌의 기억생성소(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전환시키는 영역)의 바로 옆이어서 두려움, 공포, 기쁨, 환희 등의 감정은 몸이 기억하기 때문인 것 같다. 예를 들어 잔치, 선물, 사랑 등 기뻤던 기억은 물론 오감을 자극했던 맛있는 또는 맛없는 음식의 기억, 신체적 아픔을 동반했던 체벌, 질병, 슬픔 등의 기억은 수십년이 지나도 생생하게 그 시간과 감정으로 이입되기도 한다. 특히 두려움과 공포의 기억은 더욱 깊이 각인되어 의식적인 기억이 지워져도 몸이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예를 들어 ‘모골이 송연해진다’ 또는 ‘소름이 돋는다’는 표현은 종종 공포라는 단어를 대신하기도 한다. 이는 극도의 위기상황에 대한 1차적 피부의 반응을 문자 그대로 표현한 말로, 바이러스 등 인체를 공격하는 ‘사기’를 방어하는 몸의 반응이자 또, 추위나 심한 스트레스에 나타나는 인체의 1차적 생리현상이기도 하다.

옛날 수렵채취 시절 인류의 조상이 경험했던 스트레스는 맹수의 공격과 같은 생사의 귀로에서 ‘싸우느냐 뛰어 도망치냐(fight or flight)’ 반응으로 알려진 반사작용을 촉발시켰다. 즉, 몸의 모든 에너지를 탈출에 쓰도록 혈류를 증가시키고 동시에 근육이 필요한 에너지 공급을 위해 혈당을 올리는 작용을 시작으로 생존에 온몸이 집중하도록 ‘면역력’ ‘통증반응’도 저하시키는 강력한 생리작용의 일환이었다. 현대에 와서 ‘맹수에게 쫒기는 일’은 매우 희귀한 일이 되었지만, ‘스트레스’는 너무도 강력한 ‘공포’를 동반했기에 몸은 수만 년의 시간을 넘어서 아직도 혈압을 올리고 혈당을 증가시키며 면역력을 저하시키도록 기억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설득을 해도 공포를 누를 수 있는 논리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특히, 그것이 ‘대중의 공포’ 몸집을 불리게 되면 과학적 논리조차 압살당하게 된다.

‘COVID 19’의 임팩트는 건강을 넘어 사회, 경제, 정치 그리고 국제관계 등 지구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공포.스트레스의 본질을 직시하여 건강한 면역력을 회복해야 하는 자못 엄중한 시기에 서 있다. 어쩌면 ‘공포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은 ‘바이러스 팬데믹’보다 훨씬 심각하게 우리의 몸과 마음, 사회와 지구 전체에 훨씬 무서운 재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의 ‘건강수칙’은 권고사항에서 강제사항으로 전환될 기세다. 미디어도, 독자도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보도에 집중하고 호흡을 길게 조절해야 한다. 우리 몸의 세포 재생력과 자연 치유력을 회복하는데 에너지를 모으고, 더 큰 희생이 생기지 않도록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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