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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국 칼럼] 내려놓는 삶, 두 번째

인간의 한 평생은 붙잡기와 놓아버리기의 연속이라고 어느 목사님이 그의 칼럼에서 언급한 바가 있다. 사실 그 목사님의 말이 맞는 듯하다. 내가 오래 전에 미국에서 살게 되어 인사차 김동길 교수님 댁을 방문했는데 그때 교수님이 나에게 “미국에서 살든지 한국에서 살든지 상관없지만 이제부터는 움켜쥐고 있던 것들을 하나씩 버려야 한다.”고 하셨다. 그 당시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나이를 먹어가면서 그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붙잡는 것도 지혜가 필요하지만 내려놓는 것도 지혜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늘 좋은 것을 붙잡았을 때 감사한다. 즉 출세의 기회를 붙잡았을 때, 권력을 잡았을 때, 돈을 붙잡고 땅을 붙잡고 명예를 잡았을 때 그것을 신이 나에게 준 축복이라고 생각하며 좋아한다. 그런데 사실은 붙잡은 그 축복 때문에 우리는 슬퍼하고 불행한 삶을 살아야 한다. 붙잡은 것에 종이 되어 하나님은 온데간데없고 붙잡은 것에만 신경을 쓰고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가 그 붙잡은 것 때문에 신세를 망치고 심하면 인생이 끝나기도 한다. 행운이라고, 축복이라고 붙잡았는데 그것에 얽매이고 그것에 종이 되어 부자유하게 살다가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하고 일생이 끝난다.

우리가 한 평생을 살면서 얼마나 많은 것을 붙잡고 사는지 한 번 생각해 보자. 부자이건 평범한 사람이건 간에 우리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것들의 목록을 한 번 만들어 보자. 우리가 소유한 것들이 수백 가지가 넘을 것이다. 나는 한 때 책만 해도 수백 권이 넘었다. 이사할 때마다 교회에 혹은 도서관에 기증했다. 새로 이사를 하여 몇 년간 살면 또 책이 수북이 쌓인다. 그래서 요즘엔 책을 읽고 이웃이나 친지에게 돌린다. 집안에 귀중품이라고 애지중지하던 것들도 꽤 있는데 그것들이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가 없는 경우도 있다. 나는 한국에 나가면 K교수님 댁을 꼭 방문한다. 은사들이 이제 거의 다 하늘나라로 가시고 한두 분만 남았다. K교수님은 매번 귀중품을 한두 개씩 나에게 주신다. “이거 굉장히 비싼 건데 저에게 주시려고요?” 하면 “그러면 내가 죽을 때 그것을 가지고 가간?” 작년 4월에 교수님 댁에 들렀는데 집안이 휑하니 비어 있었다. 책들만 여기 저기에 쌓여 있는데 그 책들도 하나님께 가기 전에 모두 연세대 도서관에 기증하겠다는 것이다. 하기야 마지막 가는 길엔 빈손으로 가는 것이 우리 인생이다. 손가락에 반지 하나도 못 끼고 가니까… 그래서 실은 붙잡고 거둬들이는 것보다 놓아버리고 내려놓는 것을 더 잘해야 한다.

성경을 보면 아브라함에게 하나님은 붙잡고 있던 것을 다 놓아버리고 고향을 떠나라고 했을 때 그는 다 버리고 떠났다. 그래서 하나님은 그를 축복해 주셨고 인류의 조상이 되게 하셨는데 하나님은 그에게 큰 시험을 겪게 하셨다. 100살에 얻은 아들 이삭을 하나님께 번제로 바치라는 것이었다. 이삭을 하나님보다 더 단단히 붙잡는가를 시험하셨는데 그는 이삭도 놓아버렸다. 그의 진심을 알아차린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수양을 제물로 바치게 하셨고 아브라함의 빈 손에 이삭을 다시 돌려주셨다. 우리는 죽음의 순간에 모든 것을 놓아버려야 한다. 그러므로 지금부터 우리는 놓아버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재산, 건강, 권력, 명예 그리고 이기적인 내 자아까지 놓아버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 외적인 것, 눈으로 보이는 것들을 놓아버릴 때 우리는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 마치 하나님의 품 안 같은 안식을 맛볼 수 있다. 원숭이가 손에 사과를 쥐고 덫에서 나오려고 하지만 손에 쥔 사과 때문에 좁은 문을 나올 수 없다. 손에 쥔 사과만 놓으면 쉽게 손이 빠지는데… 그리고 살 수도 있는데… 어쩌면 우리도 그런 어리석은 원숭이처럼 두 손에 세상 것을 꽉 움켜쥐고 살고 있는 건 아닐까…?

△필자 약력
연세대 및 동 대학원 졸업


국어국문학 및 언어학 전공
한양공고 및 수도여사대에서 강의
1976년부터 미주 한국일보, 중앙일보, 스포츠서울 USA, 기독신문 등에 고정 칼럼 연재
2005년부터 2014년까지 MSM부소장, 주정부 소셜워커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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