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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진보 8년 뒤 보수정권, 지켜보자

미국에 살아서 좋은 점 중의 하나. 적어도 나에게는 한국 정치를 보면서 열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한국에 있었다면 어쩔 수 없이 보고 들어야 했을텐데 여기서는 포털사이트에서 제목만 보고 짜증 유발 정치뉴스는 클릭하지 않고 그냥 넘겨버리면 되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재임하는 지난 8년 동안 미국 정치뉴스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다. 개인의 정치적 성향이니 시비하지 마시길. 2008년 11월4일 오바마 후보가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하면서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이 탄생한 날, 신문 제작을 끝내고 돌아오는 새벽 차 안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그해 1월 유튜브를 통해 우연히 들은 오바마의 연설은 정치인, 그것도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에게서 들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것들이었다. 진보적인 가치를 역설하며 "예스 위 캔"을 외치는 오바마의 대선 캠페인은 우리집 식탁의 메인 화제가 됐고 나는 오바마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그해 신나고 즐거웠다.

그러나 이제 다 지나간 일이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붙이는 '얄짤 없는 세상'이 됐다. 내 한몸 지키고 먹고 사는 데 도움되는 것이 아니라면 체면, 이전에 한 약속, 민주적 절차, 더불어사는 지구촌 이런 것 필요없다. 지금 당장 일자리 늘리는 게 급선무인데 미래 후손들이 살아갈 지구 환경 걱정하며 기업 활동을 규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 대통령이 지시하는데 따라오지 않으면 해고 아니면 실력행사로 규칙 개정. 지난 수십년 동안 미국 산업의 희생을 바탕으로 너네 나라 산업 살찌우고 미국 군대 지원 받아 너네 나라 안전 지켰으니 이제 받은 만큼 토해내야 할 시간. 세계 다른 나라들과 우정과 선의를 추구하겠지만 그러려면 정확하게 주고 받아야지 손해보는 장사는 결코 안하겠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한 이란을 향해 제재 칼날을 휘두르며 "난 오바마처럼 친절하지 않다"고 말한 것처럼 미국은 더이상 미국 시민이 아닌 사람, 다른 나라에 친절하지 않고 자비롭지도 않으며 사납고 거칠어진 나라가 됐다.

다시 정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하는 일이 미국뉴스를 전하는 일이라 눈 감고 귀를 닫을 수도 없다. 그러다 문득 생각났다. 역지사지. 대선 캠페인 때 드러내지 않고 트럼프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지금도 드러내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의 일사천리 공약 실천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분명 그들은 오바마 정권 때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지난 몇년 동안 종교의 자유는 미국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였다. 개인의 종교적 신념을 내세워 동성결혼 커플에게 서비스 제공을 거부한 빵집, 꽃집 주인이 차별금지법 위반 혐의로 엄청난 벌금을 부과받고 가게 문을 닫은 경우도 있다. 종교적 신념으로 이해하고 존중해줄 수도 있었는데 소송까지 걸어 꼭 무릎을 꿇려야 했는지, 진보의 가치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너무 나갔다.

불체자들이 자신들이 낸 세금으로 각종 혜택을 받는 것이 못마땅해도, 전세계를 상대로 잔혹한 테러를 자행하는 IS(이슬람국가)의 본거지 시리아에서 탈출한 난민이 미국에 들어오는 것이 걱정스러워도 전가의 보도처럼 들고나오는 인권, 정치적 올바름, 진보적 사회분위기 때문에 노골적으로 반대하지 못하고 외려 자신들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불만을 가졌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 세상은 스스로 균형을 잡으며 나아간다고 하니 진보 8년이면 이제 보수진영도 기회를 가질 때가 됐다. 다른 쪽으로 옮겨가는 스윙 진폭이 너무 커서 멀미가 날 지경이지만 지켜보자. 대통령은 하늘이 낸다는 말이 있다. 민심을 읽지 못하고 시대정신을 보지 못하는 후보는 결코 대통령의 자리에 오를 수 없다. 미국의 평범한 중산층 민심은 지금 무조건 '미국 우선' 인가보다.


신복례/사회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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