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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턴 길 심야 우회전 금지…왜?

기획: LA한인타운 이슈 제기 (상)

"성매매자 출입 막겠다"
밤 11시~새벽6시까지 봉쇄
한인타운 이미지 먹칠

웨스턴 애비뉴 심야 시간 우회전 금지 표지판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웨스턴과 5가 인근에 부착된 표지판의 모습. 김상진 기자

웨스턴 애비뉴 심야 시간 우회전 금지 표지판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웨스턴과 5가 인근에 부착된 표지판의 모습. 김상진 기자

LA한인타운과 맞물린 웨스턴 길엔 어둠이 드리울 틈이 없다. 해가 지면 한글로 쓰인 온갖 간판이 보란 듯 불빛을 뽐낸다. 네온사인은 대로변을 지나는 이들의 눈길을 잡지만 정작 이곳에서는 밤 11시가 넘어서면 운전대를 오른쪽으로 틀 수가 없다. 길마다 붙은 '심야 시간 우회전 금지 표지판(No Right Turn Sign Nightly)' 때문이다. 이 표지판은 현재 한인타운을 포함, 북쪽 웨스턴 애비뉴에만 무려 26개(양방향)가 설치돼있다. 이는 '웨스턴 애비뉴=매춘의 거리'라는 인식의 결과물이다. 부정적 이미지는 한인타운에 그대로 투영된다. LA시는 지난 2012년 길거리 매춘 단속을 구실로 웨스턴 길과 교차하는 길마다 우회전 금지 표지판을 박았다. 규제가 시행된 지 7년째. 현재 인근 업주와 주민들은 표지판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을 품고 있다.

<관계기사 3면>


LA의 남과 북을 잇는 웨스턴 길은 밤만 되면 양방향 길의 우회전이 금지된다.

LA시가 공식 지정한 LA한인타운 구역만 놓고 보면, 웨스턴 길 우회전 금지 지역에는 한인 업소가 밀집한 4가, 5가가 전부 포함된다. 윌셔센터코리아타운주민의회 관할 구역까지 넓혀 보면 우회전 금지 표지판은 1가, 2가 등을 지나 한인타운 너머 북쪽 로메인 스트리트(Romaine St)까지 붙어있다.



우회전 금지는 저마다 길에 따라 두 개 시간대(밤 11시~다음날 오전 6시·자정~오전 7시)로 적용된다. 만약 밤에 자동차를 타고 한인타운 웨스턴 길을 오간다면 윌셔 불러바드, 3가, 베벌리 불러바드, 멜로즈 애비뉴만 제외하고 모든 길에서 우회전이 금지되는 셈이다.

실례로 웨스턴 길과 5가 교차로에는 가주마켓이 있다. 5가는 오후 11시부터 우회전이 금지된다. 반면 가주마켓의 정식 영업 시간은 오후 11시45분까지다. 밤 11시 이후 북쪽 방향으로 웨스턴 길을 지나다가 가주마켓에 가려면 마켓 건물이 눈 앞에 빤히 보이는데도 바로 앞 5가에서 우회전을 할 수 없다. 표지판이 없는 두 블록 앞 3가길에서 P턴을 통해 우회해서 가야 한다.

동양선교교회의 새벽 예배 시간은 오전 5시30분이다. 교회 바로 앞 오크우드 길(Oakwood Ave)은 밤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우회전 금지다.

장은혜(LA)씨는 "새벽기도를 갈 때마다 매번 표지판이 없는 베벌리 길에서 우회전, 옥스포드에서 좌회전, 다시 오크우드에서 좌회전을 해서 교회로 들어가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라며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회전 금지 표지판을 못 보거나 아예 그런 게 설치돼 있을 거라고 생각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심야 우회전 금지는 모순적이다. 표지판이 붙어있는 길에서는 우회전을 못한다. 반면 반대편 길에서는 좌회전으로 진입이 가능하다. 즉, 우회전 금지인 동시에 좌회전이 허용되는 아이러니한 길이다.

심야 우회전 금지 정책은 웨스턴 길에서만 시행중이다. 7년 전 당시 4지구 톰 라본지 시의원이 웨스턴 길의 매춘을 줄이고 성매매자의 골목 출입을 막겠다며 추진한 정책이었다.

본지는 LA시 공개 데이터 자료를 분석했다. 우선 웨스턴 길을 중심으로 한인타운을 포함, 올림픽 경찰서 관할 구역(Area ID 20) 내 매춘 적발 현황을 조사했다.

표지판 설치 이후부터 살펴 보면, 올림픽 경찰서 관할 구역 내에서는 2013년(220건), 2014년(272건), 2015년(270건), 2016년(233건), 2017년(195건), 2018년(407건), 2019년 1~7월(187건) 등 총 1784건의 매춘이 적발됐다.

수치만 놓고 보면 지난해만 400건이 넘었을 뿐 적발 건에는 대체로 큰 변화가 없다. 그중 한인타운 핵심 지역은 통계가 보여주는 현실과 괴리가 있다.

한인타운 중심부인 4가와 5가만 따로 추려봤다. 표지판 설치 전(2010~2012년 4월) 매춘 적발은 '0건'이었다. 반면, 표지판 설치 후 현재(7월15일)까지 4가(2012년 1건·2013년 1건·2014년 2건)와 5가(2015년 2건)에서는 총 6건의 매춘이 적발됐다. 한인타운만 놓고 보면 적발 건이 매해 1건도 안 된다.

심지어 표지판이 붙어 있지도 않은 웨스턴 길과 6가 역시 2016년(4건), 2018년(3건) 등 매춘 적발은 10건 미만이다. 이는 우회전 금지 표지판 설치 여부와 관계없이 한인타운은 길거리 매춘이 드문 지역임을 알 수 있다.

4가와 옥스포드 애비뉴 인근 아파트에서 4년째 거주중인 박윤섭(41)씨는 "밤 늦게 귀가할 때마다 매번 다른 길로 돌아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 도대체 왜 붙어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특히 한인타운은 밤에도 오가는 사람이 많은데 지금까지 이 근처에서 성매매 여성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매춘 적발 건만 놓고 보면 올림픽 경찰서 관할 구역보다 타지역이 더 높다.

LAPD 구역별 매춘 적발 건(2010~2019년 7월)을 조사해봤다. 한 예로 LA 남쪽의 사우스웨스트 경찰서 관할 구역(Area ID 3)의 경우 지난 9년간 총 2726건의 매춘이 적발됐다.

심야 우회전 금지 표지판이 좀 더 전략적으로 효율성을 고려해 설치됐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장열·장수아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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