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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라운지] 꽃할배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꽃'은 그렇게, 시인 김춘수에게 왔다.

예로부터 꽃은 여자를 비유했고, 찬란한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는 수동성, '꽃뱀'처럼 유혹의 속성, 짧은 절정기를 빗대는 찰나의 속성 등 부정적 요소도 있는 이중적 단어다.

시(詩)에서 할아버지를 읊은 것을 찾기는 어렵다. 있기나 한지 모르겠다. 할아버지는 시어가 아닌, 의미의 언어다. 할아버지는 가족제도의 이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삼세대형의 직계가족에서 가족을 대표하고 통솔하는 '웃어른'이다. 인자함과 엄격함, 후덕함과 완고함 등 역시 이중적 단어다.

그 꽃과 그 할아버지가 만났다. '꽃할배'. 한국 케이블TV에서 인기리에 방송된 '꽃보다 할배'의 준말이다. 이중적 요소를 담고 있는 두 단어에서 긍정적 요소만 추렸다. 게다가 할아버지는 사투리 할배로, 귀엽고 친근한 분위기까지 덧입혔다.



이렇게 상한가를 치던 꽃할배가 최근 한국 정치판에서 급추락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야당 대표들을 향해 "당리당략과 정쟁으로 어지러운 한국 정치에 '꽃할배' 같은 신선함으로 우리에게 오셨으면 한다"는 글을 남겼다. 평양 남북정상회담 동행을 제안했다가 퇴짜를 맞은 직후 나온 것이어서 후폭풍이 분 것이다. 한마디로 '왜 그 딴 말을 쓰느냐, 기분 나쁘다'다. "문재인 정권의 들러리가 되기 싫다"고 하면서 속내는 '할배'가 싫은 것 같다.

현재 여야 대표들을 한국 언론은 '올드 보이'로 지칭한다. 한 칼럼은 이들에게 '올드'말고 '보이'하라는 제목의 글을 실어 화제기도 하다. 궁금하다. 임 실장의 '꽃할배'가 말 안 듣는 야당 대표들을 돌려친 것인지, 아니면 그 말에 기분이 언짢아 화를 내는 그들이 진짜 올드한 것인지.

'꽃'은 이렇게 끝맺음한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석하 논설위원 kim.sukha@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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