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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고] 몬태나 동굴의 여름 판타지

김선홍 / 전 중앙은행장

언제 그랬더냐 싶게 햇볕이 구름사이로 찬란하다. 두어 시간 전 구름이 산 봉우리에 걸린다 싶더니 곧바로 우르릉 쾅 굵은 빗줄기가 거센 바람을 동반했다.

로키산맥의 눈덮인 연봉이 저만치인데 몬태나의 한촌에서 여러 날을 보내고 있다. 그런 중에도 사흘 말미로 네시간 북쪽으로 달려가 글래시어(Glacier) 국립공원에 갔다. 빙하시대에 얼음층은 산 정상을 두껍게 덮었다. 바위와 닿아있던 얼음바닥은 물기를 머금어, 윤활제 구실을 해서 빙하는 자체의 무게를 싣고, 바위의 표면을 따라 천천히 바위를 깎고 내려 갔고, 오늘 우리는 기묘한 모양으로 솟아난 날카롭고 젊은 산맥을 경이롭게 바라본다. 아직도 눈이 남아있어 등산로들이 여러 곳 닫혀 있었다.

나의 로망, 천야만야 낭떠러지로 따라 가는 하이라인 등산로도 폐쇄되어 있었다. 낮은 데로 내려와 이틀 동안 두 군데 등산로를 걸어 폭포 아래에 도달하니 힘찬 물줄기에 탄성이 절로 터진다. 많은 방문객들과 함께 걸으며 외진 이곳이 왜 하이커들의 천국인지를 알겠다.

국립공원 가는 길에 헬레나 시내의 대성당에 들렀다. 파이프 오르간의 장중하고도 천상적인 음률은 몇해 전에 여기에서 들었던 바로 그것이라 내게는 가히 여름날의 판타지였다. 내자와 함께한 이번 여행의 주된 목적은 헬레나 남쪽 30분 거리에 있는 폐광을 찾아 머무는 것이다. 여름마다 세해째 찾아왔다. 서부지역의 여러 곳에서도 그랬지만 몬태나도 지난 세기 초엽까지 광산업이 융성했고 이곳 베이슨(Basin) 마을도 그러했다. 대부분의 광산이 수명을 다하고 폐광되었지만 몇 곳은 사람들이 그 갱도 안에 머물 때에 어떤 치료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1952년부터 반세기가 넘게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머문 동굴은 한인이 경영하는데 안주인의 손과 발을 보는 순간 지금 건강하게 되기까지, 이분이 병고를 지고 넘어왔던 고난을 보는듯 했고, 내게는 다른 증명이 더 필요치 않았다. 이웃 캐나다의 보험회사는 교통사고 환자들의 체류비용을 지급한다고 한다.

그럴 이유가 있겠지. 갱도 안에 라돈가스가 나오고 샘물이 솟아올라 치유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자녀들과 얘기해 보니 라돈가스도 방사선인데 하며 미더워하지 않는 눈치다. 그도 그럴 것이다. 그렇지만 옛말에 한번 보는 것이 백번 듣는 것 보다 낫다 했으니 열번을 보느니 차라리 한번 경험하는 것이 낫겠지. 생로병사의 굴레에서 누구나 길든 짧든 병고를 짊어지기 마련인데, 병은 자랑하라 하지 않던가? 정보 교환 면에서도 그럼직하다. 내년에도 한여름의 판타지를 찾아 친구들과 함께 오고 싶은데 과연 대도시의 편리와 안락을 탈출하여 여러 날 인적 드문 동굴에서 나와 함께 수도승처럼 지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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