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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억 예산 청년에게 맡기고 관리 대책은 안 세운 서울시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9/10 23:53

전문성 떨어지는 청년이 막대한 예산 집행
서울 거주·활동 이외엔 별다른 요건 없어
시, “아직 관리·감독 대책 마련 안 해”
“세금은 시민이 전문가에 믿고 맡기는 것”
일각선 “청년 표심 잡기 아니냐” 시각도

2022년까지 매년 서울시는 청년들이 직접 어디에 쓸지 정하고 집행할 수 있는 예산 500억원을 편성한다. 내년 3월에는 ‘청년자치정부’를 출범한다. 예산 500억원을 집행하는 회의체(‘서울청년의회’)와 청년 정책을 구상하는 행정조직(‘청년청’)으로 이뤄진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1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1년 예산 500억원을 집행할 수 있는 청년자치정부 출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청년 정책을 11일 내놨다. ‘청년의 문제는 청년이 가장 잘 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청년 문제 당사자인 청년들에게 예산 집행 권한을 줘 문제를 직접 해결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1일 서울시청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시장의 권한을 대폭 나눠서 청년들이 권한을 갖고 자신들의 문제와 우리 사회의 새로운 문제, 청년의 문제를 풀고 우리 사회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을 예산 집행 경험이 없는 청년들에게 맡겨 두고 이를 관리·감독하는 방안은 마련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시가 매년 ‘청년자율예산’으로 확보할 500억원은 '서울청년의회'에서 숙의·토론·공론화 과정을 거쳐 집행한다고 한다. 서울청년의회는 청년모임인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다.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는 서울시가 청년들이 시 정책에 참여하도록 만 19∼39세 청년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조직이다. 서울에 거주하거나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것 이외에 별도의 가입 요건은 없다. 의회의원은 네트워크 회원 중 3인 이상이 추천하면 위촉된다. 지금까지 청년의원들이 제안해 실현된 서울시 정책으로는 청년수당, 청년 뉴딜일자리 등이 있다. 시는 현재 120여 명인 의원 규모를 내년부터 500명 선으로 늘릴 계획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대표성이 담보되지 않은 일부 청년들에게 시민의 혈세를 맡기는 ‘전시성 행정’이란 지적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문성이 없는데도 정책의 당사자란 이유로 막대한 예산을 집행하게 하는 건 과한 정책”이라면서 “시민은 세금을 전문성있는 공무원에게 믿고 맡기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정책을 발표하기 전에 시민 공청회 방식 등을 통해 예산 집행을 청년에게 위임해도 되는지 묻는 과정을 거쳤어야 했다”고 말했다.
윤광일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청년들의 대표성과 전문성을 어떻게 담보할지가 관건이다. 박 시장이 시민단체 등을 대상으로 보여줘왔던 ‘나눠주기식’ 예산 집행이 재현될 수 있는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시는 막대한 예산이 드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이를 관리·감독할 방안은 아직 마련하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예산 집행 과정을 어떻게 들여다볼지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다”면서 “시민들이 직접 예산을 편성하는 시민참여예산제도를 참고해 올 하반기쯤 정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박 시장이 ‘(대선을 의식해) 시민 세금으로 청년 표심 잡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학과 교수는 “정책의 구체성은 떨어지는데, 예산은 막대한 전형적인 선심성 정책이다. 시의 돈주머니로 청년층을 공략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청년자치정부에서 의회와 함께 또 다른 축을 이루는 ‘청년청’은 기존의 서울혁신기획관 소속 청년정책담당관을 현재 4개 팀에서 7개 팀으로 확대해 만든다. 소속은 시장 직속으로 재편해 힘을 싣는다. 청년청을 이끄는 청년청장(4급)은 청년 정책 관련 전문가 중에서 개방형 직위로 임명할 예정이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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