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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사이공항 다리 끊겨 고립 … 수천명 배 태워 고베 이동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9/05 08:40

개항 24주년 기념일 태풍 직격탄
유조선 충돌한 다리 통행금지
“복구에 최대 6개월 걸릴 수도”
오사카 관광, 수출 물류에 비상


일본 오사카만에 접해 있는 니시노미야 부두의 크레인들이 태풍 ‘제비’에 쓰러졌다. 오사카만 인공섬에 만든 간사이 공항은 태풍 ‘제비’가 몰고 온 강풍으로 바닷물이 넘치면서 공항 기능이 마비됐다. 5일 오전 현재 11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제비는 이날 사할린 부근 해상에서 소멸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오사카(大阪)의 간사이(關西)공항이 21호 태풍 ‘제비’의 직격탄을 맞은 4일은 이 공항의 개항 24주년 기념일이었다. 간사이 공항은 오사카만 해상에 만들어진 인공섬으로 지난 1994년 9월 4일 개항했다. 이번 태풍으로 ‘해상 공항’으로서의 약점이 고스란히 노출된 모양새다. 바다 위 인공섬 공항에 높은 파도가 몰아치면서 어디까지가 공항이고, 어디까지가 바다인지 육안으로 구별이 어려울 지경이었다.

초속 58.1m라는 기록적인 강풍에 떠밀린 2591t 급 유조선은 바다위 공항과 육지를 잇는 연결 다리에 충돌했다. 유조선과 충돌한 다리 한 쪽이 파손됐고, 안전상의 이유로 선박과 충돌하지 않은 반대쪽까지 양 방향 통행이 모두 금지됐다.

연결 다리는 편도 3차로의 양 방향 자동차 전용도로를 사이에 두고 가운데 밑에 열차용 철로가 설치된 구조다. 이 연결 다리의 교통이 막히면서 승객 3000명과 공항직원 2000명 등 5000명이 공항에 고립됐다. 육지에서 5㎞ 떨어진 인공섬과 육지를 잇는 연결 수단이 끊기면 공항은 고립될 수 밖에 없다. 승객들은 공항에서 쪽잠을 자며 하룻밤을 보냈다. 공항 내 편의점의 식음료는 동이 났다. 정전때문에 에어컨 작동이 멈추면서 더위를 호소하는 이들도 많았다.

5일 새벽부터 고립된 승객들을 공항에서 탈출시키는 작업이 시작됐다. 일부는 고속페리를 통해 인근 고베(神戶) 공항으로 옮겨졌고, 다른 승객들은 유조선과 충돌한 쪽이 아닌 연결다리의 반대쪽 자동차 도로를 통해 육지(오사카부 이즈미사노)로 이동했다.

4일엔 양쪽 모두 통행이 금지됐지만 안전 점검을 거쳐 5일 오전 8시쯤부터 고립된 승객들을 이동시키기 위해 셔틀버스가 투입됐다. 전날에 이어 5일에도 완전 폐쇄된 간사이 공항은 전세계 80개 도시를 잇는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서일본 지역의 핵심 공항이다. 하루 이용객만 7만8000명이다.

그러나 침수된 활주로와 공항내 시설 정비가 언제 완료될지, 공항 이용이 언제 재개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특히 육지와의 연결도로가 완전히 복구되기까지는 “수 개월, 길게는 6개월까지 걸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간사이 공항 부근의 ‘오사카-교토(京都)-나라(奈良)’지역이 외국인 관광객 증가세를 이끌었던 것을 감안하면 일본의 관광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마이니치 신문은 “간사이 공항이 해외의 저가 항공사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한 결과 2017년까지 3년 연속 이용객 수가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서일본 각지에 걸쳐 관광파급 효과가 컸다”며 “공항 기능 정지 상황이 장기화되면 공항 이용객 감소로 이어져 ‘2018년엔 개항 이후 처음으로 이용객 수가 3000만 명을 돌파할 것’이란 기대에도 암운이 드리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물류 등 산업계에 미칠 영향도 우려된다. 지난해 간사이 공항을 통해 수출된 화물의 총액은 약 5조6000억엔(약 56조원), 이중 반도체·전자부품 등 아시아 지역에 수출하는 화물이 70%를 차지했다. 공항 기능정지로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인공섬인 간사이 공항에 대해선 개항 이후 줄곧 지반침하 우려가 제기돼 왔다. 개항 이후 지난해까지 약 3~4m의 지반 침하가 있었고, 2004년에도 태풍에 의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한편 NHK는 태풍 제비에 의한 인명피해와 관련 “5일 오전까지 사망자는 11명, 부상자는 600여 명”이라고 보도했다. 5일에도 간사이 전력 관내에서만 오사카를 중심으로 57만 세대에 정전 피해가 이어졌다. 또 태풍이 북상한 홋카이도에서도 5만 여 세대에 대한 전력공급이 끊겼다. 교토의 세계유산인 니조(二?)성은 일부 건축물의 기와가 강풍에 떨어져 나가는 피해를 입어 관람이 중지되는 등 문화재들도 태풍의 영향을 피해가지 못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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